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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 달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이크발은 돌아오는 길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쉼터에 다다를 때쯤 해서 깁스를 하여 팔을 고정하려고 목에 걸치고 있던 끈을 푸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해서'라고 하더니, 그 다음날에는 "다 나았어요"라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제대로 낫고 싶으면 답답해도 그 끈 그냥 목에 걸고 있어요"라고 말을 하며 조급해 하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만난 이크발은 또 다시 깁스를 고정시키는 끈을 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자네 이러면 불량 환자야. 치료가 안 돼." 그러자 이크발은 깁스를 하고 붓기가 가라앉았다고 손으로 만져보라고 툭툭 치면서 멋쩍어 하더군요.
멀쩡했던 사람이 한쪽 팔을 고정시키고, 목에 끈을 걸고 있으면 불편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갈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조바심을 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아픔을 털고,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날 때 냈던 빚도 갚고자 하는 심정 때문이었습니다.
고국을 떠난 지 보름도 안 돼 모친상을 당하고, 다시 얼마 안 돼 짐을 나르다 넘어져 깁스를 하고 직장을 잃은 이크발에게 금년은 모진 한 해였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건강하고 밝은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