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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 고기복
우리 아이들 중 큰아이는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원에서 2년을 다녔고, 작은아이는 3년을 다녔습니다. 큰애의 경우 취학 전 교육기관을 물색할 때, 면사무소에서 저소득층 자녀 교육비 지원 등에 대한 문의와 신청 절차 등에 대한 안내를 받았었는데, 관련 규정을 모르는 직원이 선교원에 등록해도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선교원에 등록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선교원에 한참 적응할 만한 기간인 한 달이 지나서 담당 직원이 교육비 지원이 안 된다는 연락을 해 오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한 달 동안 얼굴을 익혔을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헤어지게 한다는 것이 과연 아이의 정서발달에 좋은 일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어렵더라도 선교원에 보내기로 했던 것이 작은애까지 이어졌습니다.

@BRI@작은애의 경우 아직 엄마 품을 떠나기 싫다고 징징대는 것을 토닥거리며 보내기 시작했었는데, 작년 연말에 있었던 재롱잔치에선 어찌나 신나게 놀던지 '참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작은아이가 처음 선교원에 가던 날, 엄마 손을 잡고 혼자 가기 싫다고 떼쓰고 울던 녀석이 집에 돌아와서는, "선교원 어땠어?"하는 엄마 질문에 "응. 재미있었어. 선재 형아도 있던데"라고 말했습니다. 혹시 선생님에게 집에 보내 달라고 보채지는 않았는지, 친구들과 잘 어울렸는지 궁금해 하던 엄마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심드렁하게 답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의 성품에 대해, 아이가 선교원에서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관심을 갖고 일지를 기록해 보내주셨고, 아이 엄마는 그 일지를 통해 선교원에서 아이가 어떤 일들을 경험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들을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선교원이 문을 연 지 만 20년 만인 올 2월 문을 닫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선교원의 안내대로라면 우리작은 애는 만 20년 만에 문을 닫는 선교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정부정책상 아이들에게 나오는 정부 지원금 혜택을 받는 어린이집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고, 교회재정상 어린이집과 보조를 맞출 형편이 못되어 부득불 접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아이들을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로 치자면 우리가 백 번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던 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에게 변변한 감사 인사 한 번 못했었는데….

작은애가 한 해를 더 다닐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선교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모르는 작은애가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가 곯아떨어진 시간,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옆에 큰애가 앉아 있었는데, 표정이 우리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늦은 시간이니 자라고 권하고 자리에 눕혔지만, 괜히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얼마 지나 옆에 가서 "기도하고 자니?"라고 물어 봤습니다. 아이는 대답이 없었지만, 잠을 자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 옆에서 기도를 해 주고 일어서려는데, 이불이 들썩였습니다. 이불을 들추자 아이는 울먹이며 물었습니다.

"선교원 문 닫으면 교회도 문을 닫어?"
"아니, 선교원은 문 닫아도 교회는 문을 닫지 않아. 그리고 요한이는 주일학교에서 친구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자기가 나온 선교원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하고, 혹시 교회까지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큰애를 달래며, 동생 일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임을 설명하며 아이를 품에 안아 줬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작은애의 경우 낯이 익으면 개구지(개구쟁이)지만 처음에는 숫기가 없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텐데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일곱 살짜리의 전학. 일곱 살짜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지 간에 심기일전해야 할 2월이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혹독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선교원은 종교기관이 운영하기 때문에 저스득층자녀 교육비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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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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