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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끝자락서 바라본 해돋이 장면
병술년 끝자락서 바라본 해돋이 장면 ⓒ 박주현
@BRI@'매일 뜨고 지는 해이건만 송년해와 신년해를 달리 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매년 이맘때만 되면 사진기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지는 해와 뜨는 해를 영상과 종이에 담아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송년호 제작을 마친 신문사들은 올해도 지는 해를 배경으로 이쉬움을 전한 모습들이 눈에 띤다.

'이제 새해를 어디서 잡느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암운(暗雲)이 말끔히 걷히고 온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단비가 대지를 흠뻑 적시는 '쾌청감우(快晴甘雨)'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데스크와 1면 편집기자의 주문이 더욱 걸음을 무겁게 한다.

늘 그랬듯이 신년 첫날 영상과 종이에 묻어 나올 해는 한 결 같이 말갛게 보여야 한다. 물론 첨단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일찌감치 해를 담을 위치와 배경 등 미장센을 구상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신년 해를 찾아 헤매는 사진기자들의 고뇌

송년호 각 지역신문들은 아쉬움을 해넘이 사진으로 묘사했다.
송년호 각 지역신문들은 아쉬움을 해넘이 사진으로 묘사했다. ⓒ 박주현
해넘이는 선홍빛으로 붉게 빛나는 먼 바다 배경이 으뜸이다. 바다 내음이 물씬 스며나는 송년 사진은 그래서 선홍빛이 주를 이룬다. 아쉬움이 묻어 나도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신년호는 다르다. 뜨는 해는 눈부시지 않으면 밝은 희망과 소망을 기약할 수 없다. 휘황찬란한 색채를 띤 해여야 사진 밑에 함께 할 활자가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지리산과 동해안은 신년 사진거리를 제공하는 단골장소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사진기자들은 고뇌를 가득 짊어지고 산과 바다를 헤맨다. 해를 잡기 위해서다. 송년호와 신년호를 장식하는 신문에 담겨진 해는 해가 다르게 전달되지만 불과 하루 또는 이틀차이 밖에 나지 않는 해라는 점에서 사진기자들에게 진정 해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그래서 늘 이맘때면 생각나게 하는 노래가 있다. 80년대 대학가요제에서 앳된 얼굴의 마그마 멤버 조하문(당시 연세대 학생)이 열창하는 '해야'가 그것이다. 연말 해를 찾아 떠도는 사진기자들의 차안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곡이기도 하다.

80년대 '해야'를 열창했던 그는 지금 어디에

80년 대학가요제에서 '해야'를 열창했던 조하문(당시 대학생 모습)
80년 대학가요제에서 '해야'를 열창했던 조하문(당시 대학생 모습) ⓒ MBC
어둠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마알간 해야 네가 웃음지면 홀로라도 나는 좋아라
어둠속에 묻혀있는 고운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조하문, 그는 지금도 '해야'를 노래하고 있을까.
조하문, 그는 지금도 '해야'를 노래하고 있을까. ⓒ MBC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박두진 선생의 시를 개사하여 조하문과 김광현이 곡을 만들었던 '해야'는 연세대 대학생들로 구성된 3인조 그룹사운드 '마그마'에 의해 대학가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노래다.

가수에서 목회자로 거듭 난 조하문

가수에서 목회자로 변신한 조하문씨 근황을 소개한 목회자신문.
가수에서 목회자로 변신한 조하문씨 근황을 소개한 목회자신문. ⓒ 목회자신문
대학가요제 등장 당시에도 꽤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금상을 수상했지만 효과적인 이펙터의 사용뿐만 아니라 3인조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꽉차있는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명곡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영원불멸한 해를 주제로 한 노래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그마'는 이후 한 장의 독집 앨범을 끝으로 해산했으나 조하문은 연극, 음악 등을 해오다가 수년 후 솔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예전 같은 멋진 그룹음악을 소화해내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목사로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엔 자전 에세이집을 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하문씨가 자전 에세이집을 펴냈다는 소식을 전한 국제기독신문.
조하문씨가 자전 에세이집을 펴냈다는 소식을 전한 국제기독신문. ⓒ 국제기독신문
가수에서 목회자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당시 80년 대학가요제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목사 안수를 받고 돌연 가수에서 목회자로 변신한 가수 조하문(47)씨가 이번에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회고한 자전 에세이를 들고 다시 팬들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해야' '이 밤을 다시 한번' 등으로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조 목사는 97년부터 아세아신학대학 국제대학원에서 4년간 신학을 공부한 뒤 2002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03년 캐나다로 이주해 지난해부터 토론토비전교회 담임목사로 활동 중이다.

조 목사는 이번에 펴낸 자전 에세이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를 통해 가수로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내면은 심한 고독과 허무감에 허우적거려야 했던 '잘나가던' 젊은 시절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해야'에서 들려주었던 그의 맑은 목소리를 더욱 듣고 싶은 순간이다.

송구영신, 갈등과 분열의 2006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는 분명 같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는 분명 같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 박주현
어쨌든 이제 한해가 저물고 있다. 힘겹게 달려온 병술년 한해였다. 아쉬움 속에 서서히 저물어가는 올해는 어둡고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진 한 해였다. 돌이켜보면 올해 각 언론사와 기관 단체들의 신년사 키워드는 '희망'과 '통합'이 물결을 이뤘다. 대통령과 각 기관 단체장들은 짜 맞춘 듯 하나같이 경제회생과 갈등봉합을 통한 희망의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해는 가장 먼저 어둠을 밝히고 차가운 세상을 녹인다.
해는 가장 먼저 어둠을 밝히고 차가운 세상을 녹인다. ⓒ 박주현
그러나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지만 병술년 한 해는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은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당선은 그나마 기쁨을 주는 소식이었지만 바다이야기, 아파트 값 폭등, 북한 핵실험파문, 한미FTA, 외환은행 헐값매각, 정치권의 막말정쟁 등 부정적인 뉴스들만 떠올라 세밑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집안에 찾아드는 희망 가득한 손님.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소서.
가장 먼저 집안에 찾아드는 희망 가득한 손님.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소서. ⓒ 박주현
특히 올해 각 지역에선 5.31 지방선거와 평택 대추리 강제집행, 방폐장과 직도사격장, 새만금과 서남해안개발 문제 등으로 동강난 민심이 봉합되지 않은 채 연말 몰아닥친 조류독감으로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러나 병술년 한 해는 미래를 위한 반면교사였다는 점에서 값진 교훈들을 남겼다. 화합보다는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병술년을 보내고 이제 정해년 새해를 맞게 된다. 새해에는 희망과 신뢰가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있는 새해엔 국운이 흥왕해 우리 모두 통합과 희망을 노래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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