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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렌즈> 겉그림.
<미디어렌즈> 겉그림. ⓒ 한얼미디어
한얼미디어는 미디어와 언론에 관한 책을 많이 출간해 내는 전문출판사다. 그런 언론서적 전문출판사에서 KBS 현직기자인 복진선씨의 번역으로 <미디어렌즈>를 출간한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자 세계적인 진보적 미디어 비평그룹인 '미디어렌즈'의 국내에서의 첫 소개서인 점을 감안하면 <미디어렌즈>의 출간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미디어렌즈'는 이 책에서 우리가 신화처럼 알고 있는 소위 '진보적' 미디어들이 어떻게 권력을 수호하고 있는지,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선정성을 미끼로 하는 상업신문들의 문제를 파헤치기보다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말하고 세상도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믿는 영국의 가디언, 인디펜던트, BBC 그리고 세계의 유수 주류미디어가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는지 고발하고 있다.

<미디어렌즈>는 미디어의 오만과 독선·왜곡과 침묵에 가차 없이 메스를 대며 소위 '진보적' 언론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과 권력의 거대한 메커니즘에 과연 우리의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들의 오늘은 안전하고 당당한지 되묻고 있다.

'미디어렌즈'는 영국에 오프라인상의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인터넷 언론비평 사이트다. 독립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세계의 유수 언론을 비평하고, 보도태도를 모니터링하면서, 때론 해당 언론인들에게 이메일과 공개서한을 보내 비판과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수많은 '미디어렌즈'의 독자들에게 만일 문제가 되는 기사가 있다면 해당 언론인에게 메일을 보내는 행동과 실천을 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미디어렌즈>에는 이라크전, 동티모르, 코소보, 아이티, 지구온난화 등 굵직굵직한 주제를 대상으로 한 주요언론들의 보도내용과 그에 대해 '미디어렌즈'와 오갔던 메일들의 전문들이 대량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소위 유럽의 '진보언론'이라는 가디언, 인디펜던트 그리고 BBC의 현실이 어떤지와 언론종사자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는 '미디어렌즈'측과 같은 비판을 할 수도 있고, 가디언 등 유력일간지들의 진보성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본과 권력에 침묵하는 행태들이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매체들에서조차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BRI@영국의 경우, 블레어가 노동당의 당수이기 때문에 지지하거나 진보적인 인사로 평가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가디언, 인디펜던트, BBC 등은 개인적이거나 정파적이거나 정책적인 이유로 블레어의 대이라크 정책, 대코소보정책 등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렌즈'는 블레어와 가디언 등은 별로 진보적이거나 정직하지 않으며 그들의 정책실패와 보도로 인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진실은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미디어렌즈'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미국의 언론연구가 노엄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의 '선전모델' 등으로 일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진보적이거나 중립적인 매체조차도 자본과 권력의 통제를 알게 모르게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언론종사자 개인에 대한 강제와 억압에 의해서건 언론종사자의 의식적·무의식적 동조에 의해서건 말이다. 때로는 그러한 자본과 권력의 통제는 언론과 사회시스템에 의식과 무의식의 '구조'에 의해 작용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관행이 그러한 원인일 수 있다.

우리는 언론에 대한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 행사와 통제가 모든 언론에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개인적인 여과장치를 이용, 언론을 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과 사실들도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개인의 의미망에서 정교하게 해석되고 이해되어야만 그 정보가 내게 유익한 정보이자 진실이 될 수 있다.

'미디어렌즈'의 활동

2001년 인권과 환경에 대해 글을 쓰는 데이비드 에드워즈와 해양학자 데이비드 크롬웰이 영국 주류 언론 감시를 위해 만든 것이 미디어렌즈(www.medialens.org)다.

이들의 활동 방식은 독특하다. 문제가 되는 기사나 방송을 접하면 즉각 담당기자나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왜 이 부분은 빼먹었고, 저 부분은 거꾸로 보도했느냐고 따져 묻는 것이다. 공개 질문을 통한 꾸준한 감시와 압력이 주요 활동 방식이다. 이 책은 활동 보고서 격이다.

이라크 관련 보도의 문제점에서 <미디어렌즈>는 다음 몇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1990년대 경제제재의 여파로 50만명의 어린이가 숨진 비극의 외면, 98년 미국이 철수시킨 무기사찰단이 마치 이라크에 의해 추방된 것처럼 왜곡한 점, 미국의 침공으로 1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을 거라는 연구 보고서의 철저한 외면, 이라크에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는 식의 견강부회 등.

미국의 아프간 폭격 이후 한해가 지나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비극 앞에서 민영 언론 ITN은 카불 동물원에서 굶주리는 외눈박이 사자 소식을 몇 번에 걸쳐 보도했다. ‘탈레반이 저지른 학정의 상징’인 이 동물을 도우려 수의사들이 영국에서 급파되고 행복하게 고기를 씹는 사자의 모습이 전파를 탄 데 이어 이 사자의 죽음이 전해짐으로써 보도는 마무리됐다고 <미디어렌즈>는 지적한다.

코소보에서도 언론들은 나토의 폭격이 촉발한 대규모 난민 사태를, 나토 개입을 부른 원인으로 간단히 뒤집었다고 <미디어렌즈>는 지적한다. 집단 피살 사건을 사망자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서둘러 대학살로 규정한 것도 언론이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렌즈 (언론에 가려진 진실을 읽는 코드)  
데이비드 에드워즈| 복진선 역| 한얼미디어| 2006.08.22 | 416p


미디어렌즈 - 언론에 가려진 진실을 읽는 코드

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한얼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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