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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의 서천(장항) 갯벌. 이곳을 메워 공단을 짓는 것 외에는 과연 대안이 없을까요?
썰물 때의 서천(장항) 갯벌. 이곳을 메워 공단을 짓는 것 외에는 과연 대안이 없을까요? ⓒ 박정민
'생태관광'의 가능성

일대에 이처럼 철새 관련 시설이 많은 것에는 물론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11월 17~21일에 열린 '제3회 군산 철새축제'에만도 물경 78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그 중 70% 이상이 외지인이었다고 하니까요(군산시 발표 내용). 이만하면 새들이 지역경제에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RI@'생태관광'이란 개념이 아직까지는 덜 익숙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주요 철새도래지들이 열고 있는 행사의 최근 성과를 지켜보노라면 상당히 전망이 밝은 사업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광사업 중에서도 특히 투자할 것이 적은 편에 속하니 말입니다. (조류독감 우려는 따로 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정작 철새가 가장 많이 찾는 동네들에서는 발병 사실이 없으니까요.)

군산시는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금강 철새조망대'도 2003년 6월에 일찌감치 세워두었고, 철새축제 행사 또한 벌써 3회째를 맞고 있으니까요. 이에 자극받은 서천군 역시 '금강하구 철새탐조대' 리모델링과 탐조투어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선의의 경쟁이 기대됩니다.

군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금강 철새조망대. 하구둑 남단에 있습니다.
군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금강 철새조망대. 하구둑 남단에 있습니다. ⓒ 박정민

서천군이 운영하고 있는 금강하구 철새탐조대. 하구둑 북단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천군이 운영하고 있는 금강하구 철새탐조대. 하구둑 북단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 박정민
산업단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면 대체 장항산업단지(아래 장항산단) 이야기는 어떻게 불거져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정치인들의 부채질과 한탕식 개발지상주의 앞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생명, 심지어 관광 사업마저 풍전등화가 되고 마는 현실이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핵심인 듯합니다.

이에 관해 며칠 전 의미심장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서천 장항갯벌보전 대책위원회가 지난 12월 27일 서울에서 연 '서천지역발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장항 주민들도 많이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는 애초부터 장항산단이 어떤 정치적 꼼수에 의해 졸속 기획됐는지, 지금 왜 일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관해 중요한 발표와 논의들이 이뤄졌습니다.

토론회에 관한 기사(<프로메테우스> 12월 28일자, 누가 그들의 '희망'을 빼앗았나?)가 이미 나와 있으므로 내용을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핵심이 '개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토론회 제목대로 '지역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점만 확인해두고자 합니다.

댕기물떼새. 외모가 아름다워 탐조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새 중 하나입니다. 역시 금강 하구 정도가 아니면 만나보기 어렵습니다.
댕기물떼새. 외모가 아름다워 탐조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새 중 하나입니다. 역시 금강 하구 정도가 아니면 만나보기 어렵습니다. ⓒ 박정민

하구둑 갯벌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는 혹부리오리들. 갖가지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항간의 주장처럼 '죽은 갯벌'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구둑 갯벌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는 혹부리오리들. 갖가지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항간의 주장처럼 '죽은 갯벌'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박정민
일각에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은 개발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오해마저 퍼져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자가 아는 한 그런 극단적 생태주의자들은 환경운동 진영 내에서도 극소수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은 개발 자체가 아니라 난개발·막개발이며, 지향하는 것은 '무조건 보전'이 아니라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장항산단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찬성 측의 주장은 사실 너무나 간단명료합니다. 갯벌을 메우고 산업단지를 건설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대는 곧 서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지 말자는 뜻으로 왜곡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반론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꼭 갯벌을 메우고 산업단지를 건설해야만 지역경제가 발전하는가'와 '산업단지만 건설하면 정말 지역경제가 발전하는가'입니다.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잃을 것은 자명한 반면 얻을 것은 불분명하다는 얘기입니다. 대신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으며, 외국에서도 다양한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의 윈-윈을 모색하자

지금까지는 이런 논점을 두고 합리적인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앞장서 정치적 제스처와 선동적 언사만 남발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발전'이라는 대전제 아래,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왜곡된 대립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합리적 논의 쪽으로 상황이 진전되기 바랍니다.

새들로 뒤덮인 금강 하구 전경.
새들로 뒤덮인 금강 하구 전경. ⓒ 박정민
금강 하구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장항갯벌은 분명 살아있으며 보존가치가 높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불과 3일간 혼자서 30여종에 이르는 새들의 활발한 겨울나기를 확인했습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렇듯 조화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도 어려운데, 하물며 사람과 자연 사이의 조화야 이를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더욱 노력해야 되는 것이겠지요. 살아있어 아름다운 금강 하구를 떠올리며, 2007년은 장항 지역이 조화와 상생을 통한 발전의 모범사례로 거듭 태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금강 하구의 일몰.
금강 하구의 일몰. ⓒ 박정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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