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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매립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서천(장항) 갯벌
ⓒ 박정민

금강 하구와 장항산단 문제

연말연시를 맞아 한동안 조용하던 환경현안 몇 가지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등의 전폭지원(?)에 힘입어 망령처럼 되살아난 한탄강댐 문제와 장항산업단지(이하 장항산단) 조성으로 인한 서천갯벌 매립 논란이 그것입니다.

@BRI@시끄럽다고는 하나, 수도권 사람들에게 서천갯벌은 비교적 낯선 이름인 것이 사실입니다. 전철역에 가끔 붙어있는 '어매니티 서천' 광고 정도가 우선 떠오를 것 같습니다. 서천갯벌은 대체 어떤 곳이기에 매립 대 보전, 개발 대 환경이라는 해묵고 낯익은 논란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금강 하구 북단이 다름 아닌 서천 갯벌입니다. 신동엽 시인이 서사시로 읊었던 바로 그 강, 남한 4대강의 하나, 충남과 전북을 가르며 도도히 흐르던 금강이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곳, 그 남쪽이 전북 군산시이고 북쪽이 충남 서천군 장항읍인 것이지요. 12월 하순의 주말 연휴를 빌어 이곳 일대를 돌아보았습니다.

겨울철새들의 낙원, 금강 하구

개발논란도 논란이지만, 생태사진 찍는 일이 주관심사인 기자에게 금강 하구는 남한의 3대 철새도래지 중 하나로 먼저 와닿는 곳입니다. 많은 생태사진가들이 겨울이 되면 만사 제쳐두고 찾아가는 '포인트' 중의 하나이죠.(3대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는 기자의 지난 '겨울철새들의 동북아 허브, 천수만은 지금'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방문객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십중팔구 거대한 하구둑의 존재일 것입니다. 지난 1983년에 착공해 1990년 완공된 하구둑으로 인해 금강 하구는 호수와 바다로 딱 양분이 되어버렸습니다.

▲ 금강 하구둑
ⓒ 박정민
필경 이유가 있어 101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했던 것이겠지만, 이로 인해 바다와 강 하구 생태계가 단절되고 장항 앞바다의 항구와 갯벌로서의 기능도 크게 쇠퇴했다고 말이 많은 장본인입니다.

KBS <환경스페셜>에서도 몇 달 전에 이를 특집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장항주민들이 "공단을 세워주든지 그도 아니면 하구둑을 폭파해달라"며 분통을 터뜨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인간세상의 복잡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들은 하구둑 위쪽의 금강호와 아래쪽의 갯벌을 오가며 마냥 겨울나기에 분주할 뿐입니다. 썰물 때는 갯벌 쪽을, 밀물 때는 금강호 쪽을 오가며 자기들 나름의 바쁜 삶을 이어가는 이곳의 겨울철새들은 수십만 마리에 이릅니다.

하구둑 부근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가지가지 오리류입니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정도야 서울 한강에도 흔합니다만 과연 금강답게 한참 더 다양한 종이 관찰됩니다. 혹부리오리나 흰뺨오리, 흰비오리는 서울에서 구경도 하기 어려운 손님들이고 넓적부리, 비오리, 흰죽지 등 식별하기도 바쁘군요. 갯벌이니만큼 도요새며 갈매기류도 다양합니다.

▲ 큰고니. 흔히 쓰는 '백조'라는 말은 일본식 명칭이라고 합니다.
ⓒ 박정민
역시 눈에 확 띄는 존재는 큰고니와 기러기류입니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 또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있는 진객들입니다. 몸길이 140cm에 이르는 큰고니떼의 우아한 유영은 '과연'이라는 탄성을 절로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지나가시던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주민 한 사람이 큰고니 밀렵을 했다가 그만 "영창에 갔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이리 귀한 존재인지를 미처 몰라 벌어진 일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알려드립니다. 법적보호종의 밀렵은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위험천만한 짓이라는 점입니다. 천연기념물을 잡거나 해치면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멸종위기종 1급의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멸종위기종 2급조차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몸보신이나 가외수입 기대했다가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으니 꿈도 꾸지 말 일입니다.

가창오리와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겨울의 금강 하구를 빛나게 만드는 이들은 가창오리와 검은머리물떼새겠지요. 둘 다 세계적 희귀종인 이들을 유달리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금강 하구입니다. 이 정도 숫자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를 통틀어도 드물어서 외국인 탐조객들까지 찾아오고 있을 정도라지요.

가창오리는 하구둑 위쪽인 금강대교 인근에, 검은머리물떼새는 하구둑보다 한참 아래인 서해 앞바다 유부도를 중심으로 각각 수많은 개체들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신사처럼 멋들어진 맵시를 자랑하는 검은머리물떼새 수천 마리를 볼 수 있는 곳도, 귀여운 외모와 체격의 가창오리 수만 마리의 어마어마한 해질녘 군무에 압도당할 수 있는 곳도 모두 여기입니다.

▲ 가창오리(수컷). 역시 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 박정민

▲ 해질녘에 펼쳐지는 가창오리떼의 군무 이벤트
ⓒ 박정민

특히 가창오리의 군무는 대자연의 일대 이벤트라 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물 위에 떠있기만 하다가 해질녘이 되면 일제히 날아올라 일대의 하늘을 온통 뒤덮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이들의 특이한 습성은 인간에겐 장관 그 자체입니다. 이런 구경을 겨울만 되면 매일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엄청난 축복이 아닐까요.

과연 이들의 유명세는 지자체들도 인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서천군이 운영하는 '금강하구 철새탐조대'(하구둑 북단)와 군산시가 관리하는 '금강공원 조류관찰소'(하구둑 남단) 앞은 검은머리물떼새 조형물이, 역시 군산시가 설립·운영 중인 '금강 철새조망대'(하구둑 남단 동쪽 1km)에는 거대한 가창오리 형상의 건물이 각기 파수를 서고 있으니까요. 하구둑 북단 근처에는 서천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금강 환경교육센터' 또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해질녘의 금강 하구 전경
ⓒ 박정민


금강 하구 가는 길

서울에서 꽤 멀고 아득해보이는 금강 하구지만, 정작 가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합니다.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경우를 함께 알려드립니다.

△ 대중교통: 먼저 고속버스로 서천이나 군산까지 갑니다.(기차로는 어느 쪽이든 한 번 갈아타야 하므로 오히려 불편합니다.) 터미널에서 군산 시내버스 71, 72번으로 갈아타고 ‘하구둑’에서 내리면 됩니다. 군산 시내버스 노선은 http://www.gunsanbu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만 타고 가면 코앞까지 바로 닿을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금강을 건너는 다리인 금강대교 직전의 ‘서천 JCT’에서 빠져나가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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