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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말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통 발언을 기점으로 해서 "앞으로는 일일이 대응해 나가겠다"는 발언도 나왔고, 참여정부의 성과를 강조하는 얘기들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하는 것인데, 자신더러 말을 줄이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계속 많은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노 대통령의 말은 마침내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 그러나 국민들 평가는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작년에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2007년에는 (국민 평가를) 신경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정도에까지 이르면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노 대통령의 '말'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 노 대통령의 최근 모습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까지 오만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 어디까지 가나

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자기성찰의 모습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자신을 흔들어온 세력이나 언론을 향한 노 대통령의 항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이 누구의 책임이냐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나서서 심판할 문제는 아니다.

속내야 어떻든, 적어도 국민들 앞에서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탓부터 하는 것이 옳다. 노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기 때문에, 오늘의 상황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서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이 국정혼란과 국정불신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소리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자신의 허물과 책임에 대한 자성 없이 남의 탓만 해대는 그런 모습을 고집하지는 못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흔들어대는 세력의 탓은 수없이 해왔지만, 정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데에는 참으로 인색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만'이니 '독선'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국민의 평가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식의 이야기에 이르면 아연해질 따름이다. 아무리 국민의 평가가 자신에 대해 인색하게 생각되고 수긍이 되지 않는다 해도,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이 가장 중시해야 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의 평가이다. 아무리 불만스럽다 해도, 그 같은 기본을 외면할 때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다변'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정당화하는 발언도 납득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절제되지 않은 불필요한 말들이 그동안 나라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어왔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이 불쑥 꺼낸 말들의 진의 해석을 둘러싸고 그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허비되었던가. 대통령의 말들에 대한 비판과 공방이 꼬리를 물면서, 말이 말을 낳는 소모적인 상황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대통령의 '말' 때문에 개혁정책의 본질에 대한 관심은 실종되고 말싸움만 지속되는 상황이 지난 4년 동안 전개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전개된 이 명백한 상황에 눈감고, 노 대통령 자신이 많은 '말'을 해야 했던 정당성만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말하기보다 들으려하는 대통령이 아쉽다

@BRI@노 대통령의 '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참석하는 자리마다,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거나 '일일이 대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만큼 맺혀있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해서 역시 절제되지 않은 많은 말들을 꺼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맺힌 것으로 치자면, 지금 노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만큼이야 하겠는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이제는 대통령의 고집을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국민들도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만 할 말을 쏟아내는 것은 그리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 자체도 국민의사를 거스르는 것일 뿐이다. 지금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아끼며, 남은 임기동안 국정에 전념하기를 한결같이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 대통령의 많은 말들은 그를 '부동의 뉴스메이커'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근의 노 대통령을 보면 하고 싶은 말들을 다하기로 작심한 듯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오기마저 느껴지는 상황이다. 우리가 대통령 개인의 오기를 보기 위해 2002년 선거에서 표를 던졌던 것은 아니다. 2002년 12월에 우리가 보았던 '노무현의 눈물'은 국민과 마음을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노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거부하는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 개인의 고집이요 독선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금 대통령이 나서서 스스로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몫이고 역사의 몫이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하려고 하기보다,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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