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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가 만든 복주머니 만두와 아빠가 만든 만두!
현경이가 만든 복주머니 만두와 아빠가 만든 만두! ⓒ 이종일
200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러나 달력이 바뀌고 새로운 달력으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피부로 느끼는 것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해라고 해서 떠들썩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방송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조용하면 그냥 달력 한 장 찢어내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BRI@그래도 새롭게 한 해를 의미 있게 맞이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동해안으로, 동해안으로 차를 몰고 떠나고, 밤새 기차를 타고 가고 신년 해돋이를 보러 갑니다. 태양은 어제의 그 태양인데 평상시에 떠오르는 태양은 무시하면서 신년이라고 그 태양을 반갑게 맞이하고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음력설을 쇠는 곳이라 실질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유난을 떠는 것은 적은 것 같습니다. 가족을 생각하기보다는 뭔가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새해를 맞이하려고 합니다. 돌아오는 설날에는 이와 반대로 가족을 보기 위해 고향으로, 고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뭔가 우리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위해 가족이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로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쓸쓸하게 새해를 맞이하시는 것이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만두도 예쁘게 만들고 자세도 예쁜 이현경.
만두도 예쁘게 만들고 자세도 예쁜 이현경. ⓒ 이종일
현수와 현경이는 할머니집에 간다면 무조건 좋아합니다.

"아빠! 할머니집에서 하룻밤 자고 와?"
"설날이라 하룻밤 자고 올꺼야."
"아싸∼"


할머니가 좋아서가 아니라 집에서는 못 보는 텔레비전의 만화영화를 원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자마자 안방의 텔레비전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요동도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손자들 왔다고 이것저것 준비하십니다.

"현수, 현경이 만두 만들자."

이 한 소리에 쪼르르 달려나옵니다. 손을 씻고 현수는 홍두깨를 들고 할머니하고 만두피를 만들고, 현경이는 아빠 엄마와 함께 만두 속을 집어넣고 열심히 만두를 만듭니다. 현경이는 잘 안되니까 나름대로 복주머니 만두를 만듭니다. 조그만 놈이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다 만들고 제일 먼저 현경이의 복주머니 만두를 쪄서 먹었답니다. 맛있다고 왔다갔다하면서 다 집어 먹습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손자 손녀가 와서 적적하지 않은 저녁시간을 보내신 것 같았습니다. 섣달 그믐날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희어진다고 하시면서 제야의 종소리를 꼭 듣고 자야한다고 하십니다.

모든 가족들이 보신각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포근한 새해맞이였습니다.

그래도 오빠라고 만두를 제법 흉내내는 이현수!
그래도 오빠라고 만두를 제법 흉내내는 이현수! ⓒ 이종일
새해 첫날 고모네 식구들이 와서 맛있게 떡국을 먹었습니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을 수 있다고 하니까 잘도 먹습니다. 점심때는 큰 외삼촌댁에 온 식구들이 모이기로 해서 할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시는 것을 챙겨서 외삼촌댁으로 출발했습니다.

외삼촌과 이모, 그리고 사촌들까지 모두 모여서 떡국을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닙니다. 네 가족이 두 명씩 모두 여덟 명이 뛰어다니니 정신이 없습니다.

잠시 정리를 한 후 장기 자랑을 했습니다. 가장 큰 가영이의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으로 다원이의 피아노 연주, 현경이의 노래, 용빈이의 쌍절곤 묘기까지 하나씩 장기를 뽐냅니다.

현수가 가영이 누나의 바이올린을 가지고 나와 낑깡낑깡 소리를 내며 흉내를 내서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용빈이와 유준이의 마빡이 춤이 우리 가족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던 아이들도 이제 경쟁이 붙어 서로 하려고 합니다. 리코더와 피아노의 합주를 방에 들어가서 준비하고, 음악 소리에 맞춰 허슬을 보여주기도 하고,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현경이는 언니들이 자기는 끼워주지 않는다고 아빠한테 와서 투정을 부립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고 하소연도 합니다. 언니들은 리코더도 불고 피아노도 치는데 자기는 노래밖에 부를 수 없다고 합니다. 어린 마음에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되니까 자신도 힘든 모양입니다. 현경이가 둘째라서 그런지 샘도 많고 욕심도 많습니다. 남한테는 지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습니다.

리코더와 피아노 협주를 하는 가영, 보명, 다원.
리코더와 피아노 협주를 하는 가영, 보명, 다원. ⓒ 이종일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작별을 하면서 현경이가 더 놀고 싶다고 울고 난리입니다. 현수는 어제 늦게까지 만화영화를 보더니 곯아떨어졌습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현경이도 곯아떨어졌습니다. 오는 길에 언니 오빠들이 입던 옷을 한아름 받아왔습니다.

낑깡~ 낑깡~ 바이올린을 마음대로 켜는 이현수.
낑깡~ 낑깡~ 바이올린을 마음대로 켜는 이현수. ⓒ 이종일
2007년은 현수가 학교에 들어갑니다. 학교에 가서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하니까 공부랍니다. 대답이 기특하지 않습니까? 금방 싫증을 낼지 모르지만….

현경이는 여섯 살 언니가 되었습니다. 여섯 살이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입니다. 응석부리거나 화를 내면 언니는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 금방 수그러듭니다. 요즘 또 아기를 보면 유난히 귀엽다고 합니다. 자기도 귀여운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했고 정부정책에 부응하고, 현경이도 원하고, 이참에 한번 심각하게 고려를 해볼까 합니다.

비록 떠오르는 해는 보지 못했지만 가족들과 오랜만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2007년 새해가 현수, 현경이에게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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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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