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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만20세 성인이 되는 일본의 젊은이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13%는 자살마저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최근 줄달아 발생하고 있는 일본청소년들의 왕따(일어로는 이지메)로 인한 자살이 일본 사회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일종의 사회병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의 결혼중매전문회사인 오엠엠지주식회사가 2007년 1월1일로 성인이 되는 일본의 미혼남녀 5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46.5%
▲집단 따돌림을 했다 37.8%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13.3%,
▲직장이나 학교가 왕따현상을 조장하는 환경이다. 63.5%
▲주위에 집단 따돌림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73.8%
▲왕따당하는 측에 문제가 있다. 28.3%
▲왕따를 당해도 주위에서는 도와주지 않는다. 76%
▲왕따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83.7%


지난해 일본열도는 연초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 일본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잇단 자살로 들썩거렸다. 자살예고편지가 문부성장관 앞으로 배달돼 신문과 방송에서 자살방지를 위해 법석을 떨었지만, 일본의 학교당국과 문부성은 사실부인과 책임회피에 급급했고, 이를 바라보던 거센 여론에 밀려 학교장이 사죄하는 등의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문제는 이 왕따현상이 학교 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나 웬만한 조직체에 깊이 뿌리박혀져 있다는 것이다. 이 왕따현상은 힘없는 약자에 대하여 도와주고 보살펴주기보다 괴롭히면서 상대방의 괴로움을 통해 쾌락을 얻는 권력 있는 자들의 오만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일본사회는 전통적으로 칼을 바탕으로한 사무라이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강한자에 대해서는 굴복하고 약한자에 대해서는 군림하는 경향이 아직도 상당히 강하다.

칼을 가진 사무라이 앞에서 힘없는 자들이 살아날 방법은 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비위를 맞추는 것이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생겨난 스트레스는 자기보다 더 약한 자에게 전가하였다.

일본 사회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사무라이적 사회현상은 반드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불행하게도 힘없고 나약한 이들, 조금은 집단에서 튀어나와 개성적이거나 유별나게 보이는 이들이 그 희생물이 되어 왔고 또 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일본의 현실이다.

더욱 사실을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이러한 왕따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점이다. 그것은 이 왕따야말로 일본사회를 뒤에서 지탱시키고 있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사회 규율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양인이 아닌 외국인들도 일본 사회내에서는 차별받는 계층이다. 외국인으로서 일본의 사회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도 명백한 차별행위와 모욕적인 황당한 경험을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일본 사회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유쾌하진 않지만 비싼 인생의 수험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의 대다수가 침묵하지만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면서 유지되고 있는 일본사회. 집단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 보상심리로 약자에 대한 가해자로 돌아서는 성향을 보일 때 장차 일본사회의 이 사회적 병리현상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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