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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30분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하면서 추후 이 같은 방향으로의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대국민특별담화를 발표한 뒤, 빙그레 웃고 있다.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또 한번의 정치적 승부수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정략적'이지는 않다 해도 '정치적'이라는 인상은 지울 길이 없다.
안될 것이 뻔한 개헌 제안을 지금 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을 한나라당이 순수하게 받아들여 개헌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개헌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잃을 것 없는 대통령의 승부수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개헌이 실제로 이루어지든 아니든, 그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어떤 경우라 해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한나라당이 개헌제안을 받아들여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노 대통령 임기동안의 중대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남은 임기동안의 국정장악력은 급반전되며 크게 회복될 것이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개헌제안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그 이상 행복한 결과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해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노 대통령이 명분을 선점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자는 내용은 충분한 명분을 가진 의제가 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고, 국민여론도 긍정적인 편이다. 노 대통령이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해서 그 내용 자체를 갖고 뭐라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기와 정치적 의도는 문제삼을 수 있을지언정, 내용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개헌론을 선도하며 국정과 정국을 이끌고 나갈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어느정도 높이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담화 하나로 대선정국은 개헌정국으로 일거에 전환되게 되었다. 레임덕이니 뭐니해도 노 대통령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나라 대 비한나라'... 개헌효과?
@BRI@노 대통령은 정략적인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의도가 있었든 아니든 간에, 개헌제안의 정치적 효과가 생겨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정국은 개헌세력과 개헌반대세력으로 이분될 것이다. 극심한 분열상을 겪으며 위기로 치닫던 여권은 개헌을 매개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노 대통령과 거의 결별했던 열린우리당은 당장 노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여권이 내심 희망했던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의 구도가 개헌에 대한 찬반에 따라 형성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는 각 세력 지지층의 결집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한나라당으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발의하게 될 개헌안을 국회에서 막무가내로 부결시키는 데에도 부담은 따른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있든 없든 눈앞에 전개될 여러 상황이 한나라당을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제안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 자신이 설혹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따른 파장과 결과는 지극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해도, 자신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대선정국을 개헌정국으로 바꾸어 놓는 카드를 던지면서 노 대통령이 나서서 대선정국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 | | ▲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전 11시30분 대국민특별담화를 발표하는 모습.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개헌'으로 정국 흔들 때 아니다
노 대통령의 계획대로라면 상반기 정국은 개헌을 둘러싼 찬반논란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게 된다. 노 대통령이 다시 판을 주도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된다.
노 대통령의 우려처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정부에서 개헌이 가능할지 불확실한 요소가 있다 해도, 당장 눈앞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그대로 허락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은 노 대통령이 나서서 대선정국을 흔들어놓는 일을 할 때는 아니다.
지금은 '승부를 거는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국정에 전념하는 대통령 노무현'이 요구되는 때이다. 개헌제안 역시 아무리 '선의'라 해도, 방법과 시기가 틀리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격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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