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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최근 들어 소재 고갈과 스타 부재 현상에 시달리는 트렌디드라마 시장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속편 제작 활성화와 시즌제도 도입이다.

미국과 일본 드라마 시장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이러한 제작 구조는 <프렌즈> <섹스 앤더 시티> <닥터 고토> <씨에스아이>등 다수의 성공적인 히트작을 배출해내며 10, 20년 이상씩 장수하는 시리즈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국은 아직 시즌제의 역사가 짧다.

<전원일기>나 <수사반장>처럼 장수 드라마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만한 작품은 있었지만, 시즌제나 시리즈물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 들어 드라마 시장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으로 이어지는 '계절'시리즈가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연인'시리즈, 청춘드라마인 <학교> <반올림> <우리들의 천국> 등이 국내 드라마에 본격적인 시즌제의 시작을 알린 작품들이었다.

뚜껑 연 < 궁S >, 전편과 차별화 보이지 못해

최근 MBC가 야심 차게 선보인 < 궁S >는,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궁>의 속편 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외주제작사간의 갈등과 법적 분쟁으로 인해 당초 생각했던 <궁-시즌2>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못했을 뿐 사실상 전편의 전통을 계승하는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 궁S >는 첫 출발에서 전편의 화려한 볼거리와 극적 재미를 기억하고 있던 팬들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첫 회 시청률이 15.3%(TNS 미디어리서치)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지만 2회에서는 14.3%으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시청률보다 아쉬운 것은 < 궁S >가 극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설정 등에서 전편과의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외 시즌제 드라마의 매력은 기존 등장인물과 설정들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위에서 새로운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성에 있다.

<프렌즈>나 <섹스 앤더 시티>에서 개성이 분명한 주인공들이 각자의 시점에 몰입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매력, <24>나 <로스트>에서처럼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게임의 규칙 등은 나름의 룰을 이해하고 있는 시리즈물 팬들을 끌어들이는 힘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를 일관되게 이어나가되 보다 심층화된 디테일과 에피소드의 진전을 필요로 한다. 전편의 스토리나 캐릭터를 똑같이 우려먹거나, 흥행 공식을 계속 변주하는 것만으로는 시즌제가 성립할 수 없다.

< 궁S >, 대박작품 될 수 있을까?

@BRI@국내 드라마 풍토에서 시즌제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 궁S >는 당초 시즌제의 취지에 맞게 전편에 출연했던 주지훈, 윤은혜같은 주연 배우들을 다시 캐스팅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작진은 전작과의 비교를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작품임을 강조했지만, 어차피 이 작품이 전작의 인기에 기대어 만들어진 속편이자, 전작의 흥행요소들을 상당부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조선시대 철종 '강화도령'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 궁S >는 '신데렐라 스토리' 주인공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꾸고 가수출신인 세븐이 합류했을 뿐, 예측 가능한 인물들의 갈등구도나 이야기 전개의 분위기에서 전편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계절 연작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봄의 왈츠>나 <신입사원>의 후속작이었던 <무적의 낙하산 요원>의 실패는 '한국형 시즌제'의 한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반면교사였다.

전편의 설정을 계승하면서도 반복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차별화된 구성과 새로운 소재의 발굴은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전작도 물론 출발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궁> 1편은 방송 초기 윤은혜의 어색한 발성과 부족한 연기력, 동시간대 방송한 <마이걸>(SBS)이라는 막강한 경쟁작에 밀려 초반 고전했다.

그러나 전통 궁중문화와 '신데렐라 환타지'를 재해석해낸 감각적인 시선, 개성화된 캐릭터들을 다채로운 매력을 발굴해내며 <마이걸>종영 이후 완만히 상승곡선을 그렸고 결국은 30% 가까운 시청률로 종영시에는 대박 작품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 궁S >가 과연 전작과 같은 '슬로우 스타터'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앞으로 이 작품이 제시하는 '궁 이야기'가 전작과 얼마나 다른 새로움으로 어필할 수 있는가와 주인공 '세븐'이 가수가 아닌, 극중인물로 얼마의 흡인력을 보여줄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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