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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예전 겨울밤이면 반드시 챙기는 것 하나가 있었다. 그것을 챙기지 않았다가는 어른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것은 '요강'이다. 요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당시 화장실이 멀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사용,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BRI@깜깜한 밤중에 볼일을 보러 가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엔 귀신이라도 나올까 싶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침까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요강은 작은 볼일을 보는 이동화장실이다. 예전 지체 높은 부인이 가마로 이동할 때엔 가마 안에서 사용하는 요강이 따로 있었다. 요강의 쓰임새는 장소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변소간 혹은 뒷간 등으로 불리던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요강의 쓰임새는 많이 줄었다. 물만 나오면 언제든 사용 가능한 수세식 변기의 등장은 화장실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처음 수세식 변기가 등장하면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그야말로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였다. 시골 촌로들 도시에 사는 자식 집에 왔다가 변기물을 세숫물로 썼다는 일화는 단순히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수세식 변기의 사용이 보편화 된 지금도 변기 사용법을 몰라 허둥대는 시골 노인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도 이사만 하면 한동안 변기에 얽힌 사연을 만들어낸다.
일상 생활에서 서로 간의 예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화장실을 사용하는데도 나름의 예의가 있다. 공중화장실은 당연하지만 가정에서의 예의도 필요하다. 다녀간 흔적을 누군가는 치운다는 걸 생각하면 사용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것은 흔적을 치우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배려는 사랑이나 자비보다 더 깊은 뜻이 있는 언어이다. 배려라는 말뜻 안에는 사랑과 자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툴 일도 없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남자가 흘리는 것은 눈물뿐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글귀이다. 다음 사용자를 위해 한발 더 가까이 오라는 문구도 있다. 볼일을 보면서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애교 섞인 호소다.
서서 볼일을 보는 남자들의 특성상 흔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변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가정은 그 문제가 더 크다. 물론 남성들은 뒷일에 대한 문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변기 커버 좀 올리고 사용하면 안돼욧!"
화장실 다녀오면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아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남성들이 남기는 흔적 때문이다. 아이들이 많은 집은 상황이 심각하다. 하루종일 들락거리며 볼일을 보는 통에 하루 몇 차례나 청소를 해야 할 정도다.
아내를 사랑한다면 앉아서...
아이들에게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다. 간편하게 볼일 보는 남성들의 신체적 구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성들은 언제까지 아내 혹은 어머니에게 이런 지청구를 들어야 할까.
지청구 듣지 않을 방법은 간단하다. 남성들이 이제라도 서서 볼일을 보지 않고 여성처럼 앉으면 된다. 앉는 게 이상하다고? 전혀 그럴 일 없다. 오히려 편하다. 앉으면 그 순간만이라도 자신 또는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불가에서 화장실을 '해우소'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면 간단하다. 아내나 어머니에게 혼날 일도 없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다. 혼은커녕 오히려 칭찬받는다.
유럽 남성들의 화장실 사용법에 관한 통계를 본 일이 있다.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남성의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청소해야 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것이다.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이는 문화다.
'화장실 문화까지 유럽인들을 따라해야 하나'라고 물으면 '좋은 건' 따라하는 게 좋다고 답하고 싶다. 유럽인들이 여성들에게 예쁨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예의를 차린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남성들도 당장 오늘부터라도 앉아서 볼일 보는 문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남성들도 이젠 아내에게 칭찬받는 일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오래전부터 앉는다. 화장실 청소 직접 해보면 그 이유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