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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숫자를 배웠던 지난 주 한국어 수업에 이어서 이번 주에는 숫자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단위명사'에 대해서 배웠다.
한국인 부인들과 결혼한 백인 아저씨로 구성된 학급이기에 진행은 천천히 하고 되도록 그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반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유머가 넘치는 유대봉씨와, 요즘 둘째 아들을 본 이보명씨, 수업 시간에 딸의 백일 떡을 가져와 함께 나눴던 하나 아빠 정성운씨가 있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하고 기대가 되는 수업이다.
"사람을 셀 때에는 '한 명, 두 명' 이렇게 세요. 자, 제가 나눠드린 '한 명, 두 명, 세 명' 노래를 해 볼까요?"
@BRI@ 단위명사 앞에서 '하나 둘 셋 넷'이 '한, 두, 세, 네' 로 바뀌는 것을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필자가 작곡한 노래에 맞춰서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을 연습하였다.
이 노래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세 명' 자신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 단위명사에서 발생했다.
"동물을 셀 때에는 '한 마리, 두 마리'라고 해요. 그럼 '명' 대신 '마리'를 넣어서 노래를 해 볼까요?"
"선생님! 그런데 '마리'와 '동물'에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다른 단위명사들도 규칙이 없어서 어려워요."
여기저기서 동의 표시가 나왔다.
"'말'이 뭔지 알아요?"
"호스 (Horse)"
"네, 맞았어요. 말은 동물이에요. 동물을 셀 때에는 '말'이라고 해요"
"그런데 '호스'가 '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아, 그렇군요. 그럼, 다른 관계를 찾아봐야 겠네요. 뭐 다른 것 없어요?"
"메리, 마리…."
"지난 주에는 '예수'와 '예순', 이번 주에는 '메리'와 '마리"
"아, '메리 헤드 어 리틀 램 (Mary had a little lamb). '램'은 동물이니까 동물을 셀 때에는 메리, 마리. 이렇게 외우면 되겠네요."
'동물을 셀 때에는 '마리'로 센다'라는 어쩌면 당연한 원칙을 가지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냥 무작정 외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관련성을 찾으면 훨씬 쉽게 암기하고 기억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주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데 '쉰'을 기억 못 하자 '자전거'라고 해 주었더니 '아, 스윈, 쉰' 이라고 바로 기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 주에 '쓰리 캣(three cats)'을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우리 학생들에게 물으면 '메리'를 통하여 '마리'를 기억해 낼 것이다.
오늘 수업에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100까지의 숫자를 모두 완벽하게 공부한 학생들과 '구구단' 놀이를 하였다. 구구단 놀이를 하기 전에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마루 바닥을 왁스 걸레로 닦으면서 구구단을 외우곤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영어 숫자를 한국어로 말하는 것도 힘든데 그것을 다시 곱해서 답을 다시 한국어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다들 열심히 게임에 임했다.
그러다가 유대봉씨가 시간 내에 말하지 못 해 걸렸다. 그랬더니 유대봉씨가 얼른 걸레로 바닥을 닦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틀렸으니 벌로 바닥을 닦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이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은 3시간이 너무 짧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수업 시간은 나의 삶의 활력소가 되준다. 다음 주에는 어떤 다른 웃음을 전해줄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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