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책 <가족 식사의 힘>
ⓒ 한스미디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의 가족들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 우리 가족만 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 하루 딱 한 끼, 저녁에만 모두 모여 밥을 먹는다. 비록 진수성찬은 아닐지라도 소박한 밥상 앞에 세 식구가 둘러앉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 집은 한 끼라도 같이 식사를 하니 다행인 편이다. 주변에 많은 가정들을 보면 대부분 아이의 학원과 학교 스케줄, 남편의 야근과 회식 등의 이유로 모두 모여 밥을 먹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식단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엄마가 차려주는 간식을 대충 먹고 엄마들도 혼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만다.

책 <가족 식사의 힘>은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현대 가정의 식사 습관을 바꾸는 운동에 앞장서는 내용이다. 저자는 요즘 가정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바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가정의 불화, 서로 간의 냉대, 아이들의 탈선 등은 모두 가족 간의 따뜻한 시간을 가지다 보면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서적인 문제들이라고 한다.

책에 의하면 가족 식사는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 유산 그리고 신뢰로 맺어진 공동체를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더욱 공고히 연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험난한 가정 밖 세상에서 벗어나 가족의 사랑과 공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식사 시간이다. 집안의 가장은 집에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밖에서 무겁게 지고 있던 짐을 비로소 벗는다.

아이들은 가족 식사 시간에 부모와 대화를 나누며 따뜻한 가족의 정을 맛볼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도움을 주는 상담자 역할을 자연스레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꼭 식사 시간에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딱딱하게 '자, 이제 대화를 해 보자'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훨씬 편안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식사 준비와 정리를 도우며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행동 방식을 습득한다. 굳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단다'라고 가르치지 않더라도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정리하는 습관을 길들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는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 식사는 정서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아이들은 거식증이나 폭식증, 비만, 고 콜레스테롤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가족 식사를 자주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가족 식사는 밖에서 먹는 음식들보다 칼로리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가족과 함께 있는 밥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실은 온 가족이 모여 앉은 밥상이다. 가족 식사는 가족의 유산과 문화를 배우게 한다. 가족 식사는 가족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이 글귀는 책의 12개 장 맨 첫 장마다 쓰인 글이다. 책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이 글은 가족에게 있어 식사는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임을 일깨워 준다. 이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가족과 함께 있는 밥상'이라는 문장이다. 누구나 다 공감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마주하는 식사가 얼마나 부족한가.

가족 식사를 할 때 특히 유의할 점은 바로 텔레비전을 끄는 일이다. 현대의 많은 가정이 텔레비전을 켜고 별 다른 대화를 하지 않으며 식사를 한다. 대화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국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과 관련된 화제들이다. 가끔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늘 텔레비전을 켜놓고 식사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내 아이, 내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갖자. 텔레비전을 끄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서 따뜻한 밥상에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어 보자. 그러다 보면 우리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시간이 그립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맛있게 준비한 저녁을 가족 모두가 도란도란 둘러 앉아 먹던 시간들, 이제는 너무 오래 지나버려 다시는 올 수 없는 그 순간을 말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족 식사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가지는 일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도외시했던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끌어내어 다시 우리의 식탁에 펼쳐 볼 일이다.

부부와 자녀의 미래를 바꾸는 가족식사의 힘

미리엄 와인스타인 지음, 김승환 옮김,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