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메트로가 광명에 오픈했습니다. 그것도 광명재래시장 바로 코앞에 말입니다. 작년 7월부터 공공연하게 광명시민인 저의 귀에도 이마트가 들어설 것이란 얘길 들었지만 정말 '설마' 했습니다.
오픈 날, 이마트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는 시민들
1월 24일 11시. 7호선 광명사거리 역과 통해 있는 이마트 메트로 광명점은 오픈 시간에 맞춰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줍니다. 그리고 오픈하자마자 몇 십 분도 안되어서 물건을 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진열대에 놓여있는 상품들은 묘기를 부립니다. 그래서일까요. 들고 가기 무거울 정도로 한 상자씩 머리에 이고 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물건을 사고 있는 한 주부에게 물었습니다. 새로 열었기에 와 봤다고 한 주부는 "평소에 이용하던 재래시장보다 값이 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손에는 이마트 노란 봉지가 한 가득입니다.
'오픈 축하 사은대잔치'의 상품을 받으려는 시민들, 이마트 회원가입 신청서를 쓰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회원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는 시민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재래시장에 여파가 있겠지만 소비자 측에서 보면 이마트를 이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느냐"고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이 때 이마트 관련 직원이 전화로 보고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왔는데요."
"40년 동안 해온 장사, 이젠 굶어 죽게 생겼다"
이마트 안에서는 물건 사는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시각. 밖에서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뜨겁습니다. 지난 21일 삭발식과 함께 단식투쟁에 나선 이마트입점저지대책위 상인들은 재래시장 상점 문을 닫고 이마트 반대 시위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물론 그들이 거리에 나선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광명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광명시장을 찾아가고, 이마트 반대 서명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광명재래시장에서 40년 동안 채소를 팔고 있는 신영중(67)씨도 거리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혼자 내 손으로 겨우 벌어먹고 살아왔는데 이마트가 들어서면 나는 굶어 죽는다"며 하소연을 하십니다. 이어 "우리 같은 서민들이 어떻게 저런 대기업에 이길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하십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시는 조성재(55)씨도 "장사가 갈수록 안되고 있는 형편에 이마트 때문에 임대료조차 못 내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에 대해 일침을 가하십니다.
사람 냄새 나는 재래시장이 그립습니다
광명재래시장은 1970년대 초반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현재까지 약 40년간 서민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는 '광명시장 현대화사업계획'에 따라 작년 3월부터 국비 60여억원이 투입돼 6개월 동안 재래시장의 모습이 현대식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이 추진된 지 얼마 안 되어 '괴물'이 들어서고야 만 것입니다.
광명재래시장에 가면 구수한 음식 냄새, 아줌마들의 수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문을 열어 밤 늦게까지 일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 삶의 생기를 얻을 수 있어 재래시장에 자주 갑니다.
광명재래시장은 413개의 점포가 있고 노점을 이용하는 상인들, 그리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1000여명의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근거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재래시장을 찾아갔을 때 힘겹게 집회를 하고 있는 한 상점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으라며 주셨습니다. 정작 자신은 서서 대강 끼니를 때우지만 직접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상냥하게 테이블을 내주십니다. 이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옛날이 그리워. 그 때가 또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