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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설을 현재의 정계개편 국면에 대입하면 곰은 고건 전 총리이고 왕서방은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가 아닐까 싶다.

정작 '원탁회의'라는 멍석을 깔아놓고 열린우리당 핵심 세력들이 떨어져나오길 고대하던 고건 전 총리는 뒷심이 딸려 '중도하차'를 선언했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국면이 시작되면서 김효석 원내대표가 제안해온 '중도개혁세력 통합'이라는 새로운 '원탁회의'가 정계개편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의 '빅텐트'에 모여라"

김효석 원내대표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5·31 선거의 의미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 ▲국민의 정치개편 명령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주장했는데 이제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정계개편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김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장성)은 23일 오후 김부겸·송영길·임종석·정장선 의원 등 여당의 재선 그룹과 만나 그동안 비공개로 유지해온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준비위원회'(가칭)를 수면 위로 띄우기로 합의했다. 일종의 '원탁회의'를 마련해 공식적으로 통합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에 공감하는 열린우리당·민주당·국민중심당 3당의 의원들이 '연석회의' 형식으로 갖기로 한 원탁회의는 '길을 가다가 주운 것'이 아니다. '정계개편 아닌 정치개편'을 주장해온 김효석 의원이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계속해온 '물밑 작업'의 결실이다.

사실 김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서부터 줄곧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정계개편이 아닌 정치개편을 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가 말하는 '정치개편'이란 인물 중심의 정당 구조에서 탈피해 노선 중심의 정당구조로 정치권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좌우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으로 한국정치의 지형을 진보(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정통보수(한나라당) 그리고 중도개혁세력(통합신당)의 '세 그릇'에 담자는 것이다.

그리고 고건·손학규·정운찬 등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에 공감하는 후보는 누구건 '빅텐트'에 들어와 경쟁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념과잉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은 진보개혁세력을 대체한 중도세력의 외연 확대를 통해서 이번 대선에서 정통보수세력과 승부를 겨뤄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이 넘어야 할 산

물론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2·14 전당대회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은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세운 3원칙은 '비노·비호남·개혁성'이지만 '인기없는'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남의 당(열린우리당)의 불행('무질서한 탈당')은 이들에게 행운이지만, '질서 있는 통합'은 불행인 것이다.

또 민주당부터도 호남의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외의 반대 세력들도 만만치 않게 포진해 있다. 국중당의 심대평 공동대표의 '몽니'도 예사롭지 않다. 심 대표는 25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참여하는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김효석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행태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양심적인 시민사회 단체 세력과의 연대도 과제이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결 양상을 띠어온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 정체성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층이 폭넓지 않다는 표밭의 한계도 지적된다. 북한 핵문제 등으로 보수진보의 대결이 심화될수록 중도가 설 땅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의원은 "중도개혁의 의미는 '극좌와 극우를 뺀 나머지'로서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고 반박했다. 진보와 보수가 외연을 넓히듯이 중도의 외연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지난 수년 간 좌파적인 이념과잉으로 겪은 사회 갈등과 혼란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도하게 보수화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극좌와 극우를 배제한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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