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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흘러 2월에 접어 들었습니다.

독자분들은 떡국 한 그릇씩 드셨나요? 필자는 해가 바뀌고 나선 오늘 처음 먹었답니다.

매월 2일은 '우리집 숯불갈비'(대표 황기철)에서 오전 11시 30분 부터 어르신들께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날인데 오늘의 점심메뉴는 '떡국'입니다. 평소에는 고기를 대접했지만 설날을 앞두고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 오명관
황 대표가 매월 2일에 170여 명의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대접한 지 어언 8년. 자원봉사를 하는 황 대표의 따뜻한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국을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드셨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는데, '어디서 봤더라...'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 맞다!' 번뜩 기억이 나네요.

지난 1월, 영등동 '사랑의 빵굼터'에서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 김명진군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셨던 백영미씨가 오늘은 딸 김보람(고교 2년)양과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합니다.

▲ 사랑의 빵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났던 백영미 씨. 오늘은 딸 김보람(고교 2년)양과 봉사활동 하러 왔다.
ⓒ 오명관
여기서 또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들어 인사를 건넸는데 역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딸 김보람 양과 함께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고 밝아 보일 수가 없네요.

오늘 처음 오신 분도 계시고 오신 지 몇 년 되신 분도 계셨는데 워낙 황 대표가 오랬동안 이 일을 해서 그런지 소문듣고 오신 분들 또한 많았습니다. 특히 멀리 왕궁에서 오시는 분도 계신다고 합니다.

이종선(76) 할아버지는 "여기 온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정말 고맙고 좋아"라고 하시면서 한 그릇 뚝딱 비우시고 "나 한 그릇 더 줘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빈 그릇을 보여주며 메아리가 울리 듯 "한 그릇 더 줘요"를 외치시네요.

▲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떡국을 드시고 있다.
ⓒ 오명관
12시가 되자 둥근마음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 40여 명이 도착했습니다. 이 분들께는 매월 2일과 2째·4째주 토요일에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황 대표는 이렇게 열성을 다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반자이다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천생연분'이란 바로 이 두 분을 두고 하는 말일테지요.

▲ 한 자원봉사자가 떡국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있다.
ⓒ 오명관
평균 170여 분이 오는데 오늘은 180분 이상이 오신 것 같다고 합니다. 떡이 다 떨어져 국과 밥도 같이 드려야겠다고 합니다. 황대표는 쉼 없이 오시는 어르신들께 "얼른 오세요. 추우신데 고생하셨어요"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무료식사 제공하는 날은 영업을 안 하는데, 모르고 오는 손님들에겐 "죄송합니다. 오늘은 식사가 안됩니다"하시며 돌려보내셨습니다.

황 대표는 이렇게 식사를 다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잘 먹고 갑니다"하시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배웅하며 "길 미끄러우니 조심히 가시고 한 달 뒤에 또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점심을 대접하느라 분주해서 정신이 없을 법한 주방에선 '깔깔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언제부터 떡국을 준비해느냐"라는 질문에 황 대표는 "떡국에 쓸 사골을 진하게 우려내기 위해 어제부터 밤새도록 끓였습니다"라며 "떡에 쓴 쌀이 40kg정도이고 쇠고기는 약 5kg정도 썼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도 오늘 배를 두드릴 정도로 푸짐한 떡국 한 그릇을 먹고 왔습니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비싼 떡국을 먹었단 생각에 지금도 배가 따뜻하고 부르네요.

이웃사랑과 봉사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겠지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없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빛이 납니다. 황 대표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아직도 익산시는 참 따뜻하고 살만한 도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지네요.
첨부파일
omg71_343475_1[1].wm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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