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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배숙, 이종걸, 조일현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6일 오전 9시 2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탈당파 23명, 어떻게 뭉쳤을까? 이들의 6일 탈당 회견을 지켜본 한 핵심당직자는 "저 분들이 어떻게 묶인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23명의 조합'에 특별한 공통분모가 없다는 의문이다.

신기남 의원이 주도하는 '신진보연대'는 이들을 향해 "관료 출신들이 주도적"이라며 "원내에 새로 등록할 단체는 '원내관료단체'라고 명명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한길 의원은 문광부 장관을 지냈고, 강봉균 의원은 재경부 장관, 이근식 의원은 행자부장관, 변재일 의원은 정통부 차관 등을 지냈다.

@BRI@지역적으로 보면 영남을 제외하고 전국적인 구색을 갖췄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호남 6명, 충청 3명, 강원 1명이다. 노 대통령의 '지역신당' 발언 이후 신당파 의원들 사이에선 "호남 의원들은 나오더라도 가장 늦게 나와야 한다"며 호남 주도 모양새를 의식해 왔다.

노선으로는 '중도ㆍ실용' 색체가 짙다. 신당파 4개 모임인 희망21, 실사구시, 안개모, 국민의 길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병헌 의원은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이라는 지적에 대해 "중도개혁신당을 추진한다는 것에 확고부동한 합의를 이뤘다"며 반박했다. '개혁신당'을 주창하며 당을 나간 천정배, 최재천 의원 등과 함께 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명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거사'를 주도한 김한길 의원. '꾀돌이(기획통)'로 통하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손발을 맞춘 원내 지도부가 대거 포함되었다. 원내부대표단의 조일현, 최용규, 노웅래, 정성호, 장경수, 주승용 의원 등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3명(이강래, 조배숙, 조일현), 상임위 간사도 4명(노현송 등)이나 이번 집단탈당에 포함되었다.

'정책 라인'도 마찬가지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김한길 의원과 함께 이번 탈당을 주도적으로 조직, 기획했다. 줄줄이 정조위원장들도 뒤를 이었다. 이근식, 우제창, 박상돈 의원이 그들이다. 당분간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개정된 당헌ㆍ당규에 따라 당의장이 원내대표와 협의해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오는 14일 전당대회에서 새 의장을 뽑는다.

선구적 기득권 포기? 여당 책무 방기! 전병헌 의원은 "따뜻한 온돌을 떠나 차가운 벌판으로 나간다"며 "중도통합신당 그 일념 뿐"임을 강조했지만 주변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집권여당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탈당을 결행하기 전날 열린 고위 당정협의. 군복무제도 개편을 비롯해 '비전2030 인적자원활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명숙 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강봉균 정책위원장과 탈당파 정조위원장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김근태 의장은 사과를 해야 했다.

장영달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앞장서서 정책을 만들고 법안으로 만들어져 현재 계류 중이거나 진행 중인 것도 있다"며 "제1당이 무너졌을 때 당할 엄청난 국민들의 피해를 잘 알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던 셈이다.

원내대표단은 우선 당의 정책기능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정책라인의 복구가 시급하다. 특히 작년 부동산 대란 이후 마련된 부동산 대책 입법이 표류할 처지다.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원가공개를 확대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비롯해 건교부가 이번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부동산 법률은 10여개. 하지만 국회 건교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5명이나 탈당해 주도권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역구 반발... "당원들 상대로 사기 쳤다" '원외' 상황도 혼란스럽다. '탈당 반대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전병헌 의원은 "지역구 사정은 현저하게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사정이 꼭 그렇진 않았다.

이날 이종걸 의원이 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구(경기 안양만안)에선 "당원들은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반발이 거셌다. 탈당 전날 밤, 이종걸 의원은 당원협의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당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수락연설까지 했다고 한다. 이날 모인 150여명의 당원들은 이 의원의 탈당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전병완 당원은 "대의원을 자기 사람으로 뽑아놓고 인위적으로 전당대회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미리 짜여진 탈당 시나리오에 따라 당원들이 동원되었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개정된 기초당원제에 따라 당원협의회 구성이 거의 완성되었고 대의원 배정도 거의 끝나간다"며 탈당파 의원들의 지역구 대의원에 대해선 "'사고당'으로 처리돼 재적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개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정상적인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등 대의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반쪽짜리' 전대가 되게 생겼다. 무엇보다도 재적 대의원 1만3천여명의 과반인 6천500명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과반 출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적 대의원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써야 할 처지다.

전대를 마치더라도 새 지도부는 민주당은 물론 탈당파 의원들을 상대로 '통합신당' 협상을 벌어야 한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경쟁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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