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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는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가장 많이 보도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가장 많이 보도했다. ⓒ 경남도민일보
최근 경남 합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일해공원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도덕교육은 전두환 정권의 유산'이라고 한 그의 주장은 관심을 끌만하다.

"도덕 교육의 모든 구조적인 문제는 이 과거가 전혀 정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데 있다"고 한 그는 "전두환 정권의 안보를 위해 참된 도덕 교육을 도덕과 상관없는 국민윤리 교육에 팔아넘긴 사람들 역시 자기의 본색을 숨기지 못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전두환' 그가 누구인가. '80년 광주'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교과서에서 그는 '12.12 군부쿠데타의 주역이며 부정축재자'로 기록돼 있다. 야만적 강권통치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외치고 자신의 불법적 집권을 반대한 수많은 언론인과 시민들을 삼청교육대로 내몬 독재자였다.

그런데 지금 동서화합과 통합작업의 시작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존경, 그리고 과거를 용인하고 상처를 덮어두는 방식으로 풀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영호남의 역사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작지만 큰' 일해공원 논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유감이거니와 매우 역설적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를 '영남 파시즘' 또는 '영남 패권주의'라 부르며 이러한 역사인식이 지역갈등의 골을 점점 더 깊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옹졸하고 편협한 태도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같은 시대를 지나오면서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온 때문인지 아직도 역사의 인식차이는 분명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합천군의 일해공원 개명논란은 군사정권을 옹호하고 합리화하려는 파시즘 숭배자들과 부끄러운 역사로 회귀하려는 영웅적 노력에 반대하는 부류로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떨까. 흥미를 끌만하다. 역시 3기류로 나뉜다. 지나치게 기계적 균형에 맞춰 보도하는 중앙적 시각과 지역적 시각, 무관심이 그것이다.

일해공원 보도행태 3부류

무등일보는 현지르포 기사를 통해 민심을 전했다.
무등일보는 현지르포 기사를 통해 민심을 전했다. ⓒ 무등일보
이 가운데는 거시적 시각에서 다루려고 노력하는 지역언론들도 눈에 띈다. 영남과 호남지역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영남지역이 훨씬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비판과 상관조정기능 역시 호남지역 언론보다 앞서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일해공원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올 2월 7일 현재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재된 관련기사를 검색한 결과 부산·경남지역 언론사들의 보도건수가 상대적으로 많게 나타났다. 이 중 <경남도민일보>는 9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제신문> 18건, <부산일보> 17건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지역은 <매일신문> 12건, <영남일보>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가 "공원명칭?"'이란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이 문제를 집중적로 다룬 <경남도민일보>의 보도는 단연 시선을 끈다. 1월 4일 '일해공원 명칭 선정, 새로 검토하라'라는 사설과 1월 11일 '후세인과 전두환'이란 제목의 데스크 칼럼 등 91건의 전체 기사 중 19건의 사설·해설·칼럼 등의 피처기사를 통해 적극적인 상관조정기능을 위해 노력했다.

이 가운데는 '합천군수 설문조사 개입사실'과 '전두환씨 조상 모신 공원도 있다'의 기사가 돋보였다. 특히 "창녕군은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재임중이던 지난 1982년 5월 영산면에 남산호국공원을 만들었다"며 "당시 군은 공원에다 '전제 장군 충절사적비'를 세웠지만 전제 장군은 전두환씨의 14대 조상"이라고 밝혔다.

'일해공원'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전두환씨의 조상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창녕 호국공원의 문제는 슬그머니 잊혀지고 있다는 심층보도는 차별성을 띠었다. 2건의 사설과 칼럼을 비롯해 18건의 기사를 내 보낸 <국제신문>은 '찬반 팽팽', '결사반대' 등 주로 현상에 주목하면서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일해공원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치권과 연계해 보도한 점이 특징이다.

영남지역 보도량 호남지역 크게 앞질러


@BRI@17건의 관련기사를 주로 스트레이트로 보도한 <부산일보>는 6일자 사설 ''일해공원'명칭, 이제 거둬들여야'에서 조정기능을 발휘했다. 공원명칭에 반대하는 군의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제명 절차를 밟겠다는 합천군 의회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의회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합천군은 공원에 '전두환 기념관'까지 지으려다 무산된 적도 있다"며 "거듭되는 기념사업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합천군이 이제는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지역 언론단체는 양이 차지 않은 모양이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경남 민언련)은 "합천군에서 실시한 '일해 공원' 명칭 변경 여론조사의 결과는 군민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합천군민의 3%도 되지 않는 1364명의 준공무원(마을이장, 새마을지도자등)을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진행된 설문조사였고 그마저 50%도 채 되지 않는 수거율로 절차적 정당성마저 담보되지 않은 것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피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경남 민언련은 또 기계적 균형 측면에 치우쳐 '찬·반' 양론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경남신문>과 <경남일보>는 사설뿐만 아니라 취재수첩 또는 기자칼럼에서 조차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는 민언련은 "그나마 <경남도민일보>가 '다수라는 이유로 결정할 일 아니다', '합천군은 왜 일해에 집착하나' 등의 사설에서 사안의 심각성 및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은 분명히 합천군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군민들이 직접 뽑은 그 지역 정치인들의 입장이 어떠한지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논리다.

경남민언련은 "그런 차원에서 일해공원으로 찬성한 군의원들의 실명 공개는 필수적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3사 모두 소속 당 또는 실명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남언론 '신중보도인가, 소극적인가'

인터넷 <시민의 소리>는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인터넷 <시민의 소리>는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 시민의 소리
광주·전남지역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은 매우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 기사량에서도 나타난다. <부산> <국제> <경남도민> 등 부산·경남지역의 3개 일간지가 보도한 126건의 일해공원 관련기사에 비해 <광주일보> <무등일보> <전남일보>의 전체 기사는 20건에 그쳤다.

11건의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보도한 <전남일보>는 '명칭 철회하라'는 '일해공원 반대 광주·전남대책위' 활동을 스트레이트 속보기사로 주로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해공원 명칭 당장 철회하라'는 1건의 사설에서 "광주의 모독이자 합천의 수치인 일해공원은 국민 화합을 위해 스스로 명칭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합천군의 결단을 거듭 촉구하면서 한나라당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무등일보>는 1건의 사설을 비롯해 7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중 7일자 ''일해공원' 명칭 논란 진원지 합천 가보니…'의 현장르포기사가 돋보였다.

합천군의 여론이 '5·18 학살 주범'과 '잘못 없는 대통령'이란 뚜렷한 시각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이 기사는 그러나 대다수 무관심 속에 6일 열린 광주·전남대책위 반대시위를 아쉬워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도 지역에 따라 '전'씨를 보는 시각차가 확연, 우리 현대사의 아픈 질곡을 대변해 주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2건의 일해공원 관련기사를 보도한 <광주일보>의 보도에선 신중함을 떠나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임을 엿볼 수 있다. 그것도 정치권의 반응을 스트레이트로 처리했다. 인근 전북지역 일간지들 가운데도 <전북일보>와 <새전북신문>이 각각 1건씩의 관련기사만 내보내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조정에 소극적인 지역 일간지들에 비해 오히려 지역인터넷신문의 심층적인 취재와 보도태도가 주목을 끈다. 인터넷 <시민의 소리>는 '광주, 전두환에 두 번 죽다', '영·호남 역사인식 격차, 좁힐 수 없나', '역사의 시계 되돌리는 일' 등의 분석 기사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대조를 이뤘다.

"광주, 전두환에 두 번 죽다"

<시민의 소리>는 이밖에 '일해공원에 먼 산만 보는 한나라당', '전두환 공원, 세계적인 조롱거리 될 것', '일해공원 명칭 확정..."국민들에게 비수 꽂는 살인행위"' 등의 특집기사에서 지역의 민심과 정치권의 반응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이처럼 영·호남지역 언론의 일해공원 관련보도는 상관조정 기능보다 단순한 환경감시 기능에 주력하고 있음이 주요 지역일간지의 보도태도에서 나타났다. 이는 언론사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지역언론계 안팎에선 군사정권의 파시즘담론이 대선을 앞두고 영남과 호남 두 지역에서 '대중화'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일해공원' 명칭변경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12.12 군부쿠데타의 주역이며 언론탄압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협은 이어 "역사의 죄인인 전 씨를 기념하는 '일해공원'을 합천군측이 앞장 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광주시민이나 언론인이나 대다수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고 반문하고 "한국기자협회는 선배들이 어렵게 지켜온 자유 민주언론 정신에 입각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5공 추종세력'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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