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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형제가 여행을 갔다가 돌아왔다. 둘은 큰 여행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건물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 건물 80층에 살고 있었다.

"얘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니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자."
그들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아주 힘들었다. 20층까지 올랐을 때 형이 다시 동생에게 말했다.
"가방이 너무 무겁구나. 여기에 내려놓고 가자. 일단 집에 올라갔다가 내일 내려와서 다시 가져가자."

동생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들은 여행 가방을 20층에 놓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40층에 도착했을 때 동생은 형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둘은 티격태격 싸우면서 60층까지 올라갔다. 지친 형이 동생에게 말했다.

"20층밖에 안 남았으니 이제 그만 싸우고 조용히 올라가자."
마침내 80층, 그들 집 문 앞에 도착했다. 한숨 돌린 형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얘야 문을 열어라."
그러자 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장난하지 마. 열쇠는 형한테 있잖아."
열쇠는 그들이 20층에 놓아둔 가방 안에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김명은 역/ 위즈덤하우스) 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세 번 웃었다. 첫 번째는 20층까지 내려 갈 형제의 모습이 생각나 웃었다. 두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80층까지 올라간 형제의 모습이 한심해 비웃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이 이야기에 대한 해설을 읽고서 그야말로 쓰디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쓰디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해설을 그대로 인용해보겠다.

많은 사람이 스무 살 전에는 가족과 선생님의 기대 속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아간다. 스무 살이 지난 후에는 뜨거운 혈기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일하고 난 후, 나이가 마흔쯤 되면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서 사장과 회사, 더 나아가 사회를 원망하기도 한다. 회한과 상심 속에서 20년이 훌쩍 지나간다. 60세가 되면 원망할 대상이 없어진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남은 생을 걸어간다. 그리하여 80세가 되고 삶이 끝날 때가 되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무언가 미처 완성하지 못할 일이 있는데…'라고 말이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생각한 끝에 스무 살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난 아직 이런 글에 공감할 만큼 많은 나이를 먹지는 못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80세 노인이 아닌 20대 후반에 벌써 내 꿈을 아래층에 놓고 오지는 않았는가를 걱정하고 있다. 그랬기에 이 이야기에 대한 해설을 보면서 강렬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죽기 전에 이 49가지를 꼭 해야지'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값진 가르침을 얻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내 삶을 살아갈 것인지, 또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형제의 이야기만큼 인상적이었던 문구 몇 개를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그만한 능력이 있을까? 가치가 있을까를 의심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이런 말을 한다.

'보석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수록 가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자,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믿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 왜냐고?
'우선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을 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시작을 하긴 했는데 무작정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질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땅부터 파야 합니다.'

이미 땅부터 파서 나무 심고 열매 떨어지기를 기다리기에는 늦은 것 같다고?
'아무리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행복한 것 같지 않다면 아래 글을 한 번 음미해보아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이 당신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니겠는가.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다를 수 없습니다. 행복했던 나날들이 모두 모여 바로 오늘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새털처럼 많은 행복했던 순간이 모여 당신의 오늘을 만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야 할 뚜렷한 이유입니다.'

자,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이 책이 던져준 마지막 질문을 음미해보자. 아주 쉬워 보이는 문제이지만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땅으로 되돌아갈 때까지도 그 해답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풀 수만 있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굳이 49개나 되는 답을 내놓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세상에 어떤 선물을 남기고 싶은가요?

덧붙이는 글 | 당신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가요?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양장) - 우리의 일기장을 채울 따뜻한 일상의 조각들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위즈덤하우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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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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