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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최근 불거진 '유신 과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정체공세"라고 반발한 가운데 박정희 정권 시절 학생운동 출신자들의 박근혜 지지 선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7일 낮 강남 한 웨딩홀에서 열린 '한강포럼' 창립식장.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하는 '한강포럼'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전국단위 지지세력으로 정관계ㆍ법조계ㆍ종교계ㆍ언론계ㆍ연예계 등 320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71 동지회' 멤버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71 동지회'란 1971년 박정희 정권이 위수령을 발동할 무렵 학생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되거나 강제징집 당한 이들의 모임으로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혜영, 유인태 의원, 손호철 교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이 회원으로 있다.

이명박 겨냥 "박근혜는 품위 있는 지도자" 강조

7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최회원씨는 연설자로 나서 "호남에서 태어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3선 개헌과 유신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 학생운동에 몸담아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고, 강제입영됐다"며 "졸업 후에도 (정보기관에서) 취업이나 해외여행 등을 제안 받기도 하고 상당기간 감시를 받고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이후에도 진보개혁진영에 서왔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탄생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표(서강대 70학번)와는 동시대를 살았으나 정반대편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그가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참여정부에 들어 민주화가 지나칠 정도로 진전되었다. 하지만 왜 이토록 참담한지 모르겠다. YSㆍDJ 시절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에 진입했지만 지역패권주의, 구정치권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386은 정치 전면에 서서 책임을 졌어야 하는데 무능, 아집, 독선으로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민주화 세력 전체가 무능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기가 차다."

▲ 8일 서울 삼성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한강포럼` 창립총회에서 70년대에 유신 독재에 반대운동을 하다 제적된 서울대 총학생회장 최회원씨등 회원 7인이 박근혜 지지선언을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지지선언을 해준 70년대 유신 반대운동 제적생들과 악수를 나눈뒤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씨는 "좋은 대통령의 2가지 조건"이라며 '국민통합'과 '품위'를 들었다. 그는 "DJ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이제 박근혜 전 대표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표는 안정과 품위를 지닌 지도자"라고 역설하는 과정에선 경쟁자인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역경 속에서 자수성가했다고 독선과 아집만 있는 사람, 전 국토를 토목공사장으로 만들려는 사람은 안된다"며 "이런 사람이 제발 그만 나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하나의 인간 승리"라며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표현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고 지지연설을 마무리했다.

그의 연설을 경청하는 박근혜 전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박 전 대표는 최씨 외에도 '71 동지회' 소속의 이준형, 김창대, 이대용, 이윤선, 윤대근, 성기철씨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씨는 "박 전 대표는 오늘 처음 뵙는다"며 자발적인 지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71 동지회' 차원의 지지 선언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들이 모여들자 "이렇게 공식적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성기철씨는 "단체 내 부정적인 분위기가 많다"며 "지지 선언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 그는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로 활동해 왔다. '큰사랑'(www.greatlove.co.kr)이라는 팬카페에 '내가 겪은 박근혜'라는 글을 올려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제적을 당한 뒤 "학생운동 꼬리표" 때문에 취업조차 어려울 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박근혜씨를 찾아갔다"고 털어왔다. 결국 '영애'를 동기생으로 둔 덕분에 취직은 물론 복학까지 할 수 있었다며 "마음 한구석에 갚지 못한 빚으로 남아있다"고 술회했다.

▲ 서울대 총학생회장 최회원씨가 박근혜 지지선언을 한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현 정권, 경제 신경 안쓰고 과거사나 뒤져"

한편 '제2 한강의 기적'을 모토로 내세운 '한강포럼'은 창립선언문에서 "산업화의 기적에 민주화도 만들어 냈다"며 "이제는 그 한강의 역사 위에 또 하나의 기적을 얹히려 한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 이범관 전 대구고검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나운서 김병찬씨를 비롯해 임채무, 이경실, 송해, 윤시내, 정수라, 홍수환, 장정구씨는 연예ㆍ스포츠계 인사도 대거 참여했다.

또한 언론계 인사로 송석형 전 SBS 보도본부장, 황재홍 전 <동아일보> 정치부장, 이상현 전 <한겨레> 정치부장 등이 참여했는데 이상현씨는 이 모임 대변인직을 맡게 돼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초청 특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 "중도"라고 되풀이하면서도 "만약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나라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보수라면 저는 자랑스럽게 보수를 택할 것이고, 그런 게 진보라면, 자랑스럽게 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해 '보수 이미지'를 탈색했다.

공약으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7%' 논란과 관련, 박 전 대표는 "과거 경제성장 7%를 공약하고 당선되었다가, 정작 경제에는 신경 안 쓰고 과거사 뒤지고, 국보법 폐지하고, 이리 저리 편가르고 싸우느라고 국민이 준 기회를 다 놓친 것이 누구냐"며 현 정부를 공격했다.

▲ 8일 서울 삼성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한강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으로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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