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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봄맞이꽃은 점지매라고도 부른다. 점점이 땅에 흩뿌려지는 듯한 모습에 매화를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작은 봄맞이꽃은 점지매라고도 부른다. 점점이 땅에 흩뿌려지는 듯한 모습에 매화를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 김민수

@BRI@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나면 계절의 변화에 무딘 사람들이라도 한번쯤은 "봄이 왔네!"라고 저도 모르게 한마디 하게 된다. 봄은 저 남녘에서부터 오지만 이맘때면 중부지방이나 북부지방에도 부지런한 들풀들은 이미 꽃을 피우고 나른한 봄 햇살을 맞이한다. 그래도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그들의 꽃핌을 시샘하니 꽃샘추위가 심하면 '정말 봄이 왔나?'할 정도로 추운 날도 있기 마련이다.

섬진강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시는 분에게서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은 복수초였는데 하필이면 겨울휴가가 시작된 날쯤 사무실에 도착해 설날 연휴를 마치기까지 거반 일주일을 따스한 사무실에서 포장된 채로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풀어보니 그 일주일 동안 꽃대를 올리고 꽃이 화들짝 피었다. 자연의 상태보다는 연한 줄기였지만 따스한 기운에 꽃을 피우는 생명력과 어둠 속에서도 제 빛을 잃지 않고 황금빛 꽃을 피운 복수초의 생명력이 놀랍다.

겨울휴가 때 이미 야생의 복수초를 만났고, 지인들을 통해서 변산바람꽃, 풍년화, 너도바람꽃, 앉은부채, 노루귀 등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된 이후 복수초를 위시해서 바보꽃이지만 진달래와 개나리도 만났고, 꽃다지, 민들레, 쇠별꽃을 만난 터라 봄이 온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롭게 한 송이 피어있는 것도 있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아 보춘화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외롭게 한 송이 피어있는 것도 있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아 보춘화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 김민수
지난해보다 봄소식이 빠르다는 분들도 있고 늦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어제 유심히 살펴보니 풀꽃들은 다른 해보다 소식이 빠르고 나무꽃은 지난해보다 조금 늦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유추해보니 지난 겨울 기온이 문제인 것 같다. 춥지 않은 겨울이 풀꽃과 나무꽃의 피는 시기를 흔들어 놓은 것 같다.

'꽃눈처리'의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다. 영하의 기온에서 보름 정도 온전하게 보내야 제대로 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법인데 아무래도 따스한 날들이 많다보니 땅 속은 영하의 기온을 유지했을지 몰라도 땅 위에 알몸을 내놓고 있던 나무들은 땅 속에 온전히 들어 있던 풀꽃들처럼 꽃눈처리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서 아직도 겨울이 끝났다는 정보를 인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롱초 혹은 후선초라고도 불리는 작은 꽃은 인후통에 좋다고 한다.
후롱초 혹은 후선초라고도 불리는 작은 꽃은 인후통에 좋다고 한다. ⓒ 김민수
봄맞이꽃은 보춘화라고도 부른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보춘화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왜 '봄맞이꽃 혹은 보춘화'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그 이유는 그가 피어날 즈음이면 완연한 봄날이 되어 더 이상의 꽃샘추위도 없기 때문이다. 봄이 온전히 왔을 때, 그때 온전한 봄을 맞이하며 피어나는 꽃이 봄맞이꽃이니 '이젠 완전한 봄이야'라고 소식을 전하는 꽃이기에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봄맞이꽃의 존재를 알고 나서 그를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를 만난 것은 전혀 의외의 장소였다.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을 지나치다 꽃밭 곁에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난 봄맞이꽃을 만났으니, 시골의 논둑길이나 밭둑길에서나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서울 하늘에는 없을 거야' 지레짐작했던 것이 오산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철쭉꽃 아래에 피어 있던 봄맞이꽃은 애써 가꾼 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잡초처럼 버려두었을 꽃일 터인데 철쭉보다도 더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 점점이 땅에 하얀 매화를 흩뿌리듯 피어 있었으니(그래서 점지매라고도 부른다.) 기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봄맞이꽃이 하늘거리고 피어날 무렵이면 완연한 봄이다.
봄맞이꽃이 하늘거리고 피어날 무렵이면 완연한 봄이다. ⓒ 김민수
두 번째로 그와 눈 맞춤을 한 것은 강원도 산골 양지바른 언덕에서였다. 이미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제법 푸른 기운들이 만연할 때였으니 봄맞이꽃의 때는 이제 다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릅을 꺾을 시기에 그를 만났으니 내가 만난 봄맞이꽃은 참 게으름뱅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봄꽃들이 피고, 냉이꽃이나 꽃다지가 피어날 무렵이 되어서야 봄맞이꽃도 화들짝 피어나니 여간 게으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위에서 서술한 대로 어느 누구라도 봄임을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시기에 온전한 봄임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면서 아직도 겨울잠에서 부스스 깨어 있는 것들에게 '이젠 봄이다! 봄!'하며 외치듯 피어나는 꽃이 봄맞이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 봄, 이젠 돌이킬 수 없는 봄이다.
꽃샘추위도 봄바람에 날아가버려 올 수 없는
봄, 봄, 이젠 돌이킬 수 없는 봄이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꽃들아, 피어나 봄을 맞이해라.
봄맞이해라.
나도 겨우내 언 땅에 점점이 하얀 꽃을 뿌리며 피어나리니.
- 자작시 '봄맞이꽃'


무리지어 피어난 꽃은 마치 하얀 별들이 땅에 내려온 듯 하다.
무리지어 피어난 꽃은 마치 하얀 별들이 땅에 내려온 듯 하다. ⓒ 김민수
봄맞이꽃은 학명(Androsace umbellate)에서 알 수 있듯이 산형화서이다. 산형화서란 줄기에서 꽃꼭지가 우산살처럼 퍼져나가며 피는 꽃을 말한다. 작은 봄맞이꽃의 갸날픈 줄기가 우산살처럼 퍼져나가며 하얀 꽃망울을 피어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작은 꽃을 우산삼아 봄비 내리는 들판을 걷는 상상을 해본다. 이 작은 꽃으로 내리는 봄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봄비내리는 날 하얀 봄맞이꽃을 머리에 꽂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봄기운이 퍼질 것만 같다.

봄맞이꽃, 그 꽃이 화들짝 피어날 즈음에는 우리네 마음과 역사의 어둔 그늘에 남아있는 겨울기운도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봄맞이꽃뿐 아니라 피어난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눈부신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면 정말 좋겠다.

봄맞이꽃

이름 : 봄맞이꽃

과명 : 앵초과
학명 : Androsace umbellata(LOUR.)MERR
서식 : 논밭둑 및 길가 양지 언덕
생활 : 한 해 혹은 두해살이풀

설명 : 보춘화, 점지매, 동전초, 후선초, 후롱초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전역 낮은 지대의 논밭둑 및 길가 언덕 등의 양지에 자라는 한 해 혹은 두해살이 풀로 10Cm내외의 크기로 어린 순은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다려서 폐결핵, 인후통, 찢긴 상처에 바르기도 한다.
/ 한국자원식물도감 참고-아카데미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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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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