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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공백 사태가 최근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전 사장이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기자 등 6명을 상대로 1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1월15일자를 끝으로 4주째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의 신문>에 대처하는 시민사회의 '애매한' 자세'라는 제하의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나는 매체가 언어가 어떻게 사람을 매도할 수 있는가에 몸을 떨었다.

그 사이 굳이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을 할수록 공방이 오가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의 신문> 사태와 관련하여 진실을 밝힐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런 작업이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자 한다.

[성희롱] 불철주야로 뛰어다니며 합의 이끌었다

@BRI@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 사건 이후 시민단체의 여러분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이 고생스런 과정들을 일일이 거명하기에는 지면이 제한적이어서 유감이다. 수습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첫째는 성희롱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이었다. 둘째는 <시민의 신문>의 경영 정상화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것이었다.

첫번째 과제와 관련, 이형모씨와 시민사회의 선배들에게 성희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은 시민사회 내에서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성폭력상담소 소장, 여성재단 사무총장, 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이 불철주야로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피해자와 소통하면서 해결을 모색하였다.

이를 통해서 지난해 9월 24일 경 피해자는 ①이형모씨가 사과하고 ②희망포럼과 <시민의 신문>에서 사퇴하고 ③피해자에게 희망포럼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이 중재과정에서 몇몇 시민단체 인사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두번째로 해결할 사안은 <시민의 신문>의 정상화였다.

기업인과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된 만큼 이형모 전 사장의 사표수리와 관련하여 내부에서 견해차가 있었다. 이형모씨의 사표를 반려하고자 했을 때, 나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표는 반려됐고, 이씨는 재차 사표를 제출하여 수리됐다.

이어 <시민의 신문>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이사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사회가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사회는 직원대표들이 주도하여 사장추천위원회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서 사장을 추천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사장추천위원회는 남아무개씨를 추천하였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부재 속에서 남씨가 언급했던 주식의 감자문제가 오해를 증폭시켰고, 주주총회에서 사장후보 인준이 통과되지 못했다.

임시이사장을 맡은 송보경 교수가 여러 차례 대화한 끝에, 결국 이형모씨가 남 후보를 인준하도록 다른 주주를 설득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 남 후보는 이미 다른 직장에 취업해버린 상태였다.

[경영 정상화] 두 차례의 사장 후보 추천... 그리고 사퇴

▲ 지난 1월 10일 발족한 '시민의 신문 공대위' 기자회견.
ⓒ 전국언론노동조합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이형모씨와의 대화를 통해서, 향후 <시민의 신문>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직원대표에게 새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진척이 없기에 이사회는 기자 및 회사 경영의 경력과 함께 주변의 신망이 두터운 유아무개씨를 사장후보로 추천했다. 직원 대표들과 이형모씨에게 사전에 의견을 구했는데, 양측 모두 유 후보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1월 17일 이사회에서 유씨를 사장후보로 선임하였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사장후보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사장후보는 부채해결방안과 고용보장을 약속해야 한다"며 이사회에 대해 "성희롱과 이형모씨가 직원 6인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현 상황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사장 선임과 더불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하여 사장 선임만을 결정했다. 일단 경영 정상화 후에 시민사회 원로의 중재 등을 통하여 소송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순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원대표들에게 사장선임을 위하여 주총 소집을 요구하였으나 이는 거부됐고, 유씨는 이런 조건 하에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사회 역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고, 최종적인 법적 결정권한은 주총에 있기에 사퇴를 결정했다. <오마이뉴스> 2월 16일자에 실린 주총 소집 건은 이사회 사퇴 이후 임시이사장이 업무의 완결을 위해 요청한 것으로 나중에 전해 들었다.

차선책 선택할 용기는 왜 없나

<시민의 신문> 사태와 관련하여 안타까운 것은 매체를 통해 당사자들이 이형모씨나 이사회에 대한 원론적인 비난만 반복하였지, '차선책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사회는 이 와중에 대표이사직을 수락할 후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했을 뿐 아니라 직장을 잃게 될 24명의 직원에 대한 고려에 더 비중을 두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형모씨가 제기한 소송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피해자와의 합의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은 여성단체연합이나 성폭력상담소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비판되었기에, 이사회에서는 경영정상화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았다고 판단한다.

▲ 정현백 교수
<시민의 신문> 사태로 이사회에 참석하였던 시민단체 인사들은 졸지에 'NGO 마피아'로 매도되었다. 관여하면 매도당하기 쉬운 사안임에도 해결에 성실하게 참여하였던 이사들로서는 서글픈 결론이다.

아울러 여성단체나 시민단체 인사들은 개인이기보다는 운동이 축적해온 사회적 자산이기에 근거가 불확실한 비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전해준 동료도 적지 않다.

언론매체들도 양자의 주장을 종합하여 좀 더 책임 있는 보도를 해주기 바란다.

#반론#시민의신문#경영공백#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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