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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유찬씨가 폭로했고 이명박 캠프가 반박했다. 박근혜 캠프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고 이명박 캠프는 당 경선준비위의 검증을 촉구했다.

이 두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웬만한 공력 갖고는 쉽게 검증할 수 없다. 녹음 테이프와 '알리바이'가 마구 뒤섞이고 있다.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살피려면 '수사' 수준의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불가능하다.

경선준비위의 검증, 과연?

경선준비위가 고백했다. 김수한 위원장은 "위원회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측의 주장을 듣고 또 (반대편의) 해명을 들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했다. 이사철 대변인도 "어느 누구가 조사를 해도 강제로는 못한다. (당사자들이)말을 안 하면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선준비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취'다.

'청취' 갖고는 폭로와 반박의 대립현상을 풀 수 없다. 풀려고 하면 어느 한쪽의 반발을 야기한다.

▲ 이명박 전 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을 방문, 시각장애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어둠속의 대화' 전시실에 눈을 감은채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캠프가 이 전 시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를 여기서 살필 수 있다.

경선준비위의 검증이 명쾌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이 전 시장을 고리로 거는 건 필수다. 이 전 시장이 경선준비위에 출석해 해명하지 않을 경우 경선준비위의 검증 결과를 '미완성 불량품'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직접 해명을 해도 나쁠 게 없다. 이 전 시장의 해명 또한 불충분하다고 전제한다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효과가 적잖다.

이 전 시장이 직접 해명을 하는 순간 '새끼치기'가 시작된다. 이 전 시장의 해명 내용 중 석연찮은 부분이 집중 공략대상이 되고, 이 전 시장은 제2, 제3의 해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김유찬씨의 폭로와 이명박 캠프의 반박이 동시 검증대상이 되던 것이, 이 전 시장의 해명이 주력 검증대상이 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뀐다.

이 전 시장이 '목적어', 박근혜 캠프가 '주어'가 되면 전선이 확장된다. 위증교사 여부를 둘러싼 사실다툼에다가 거짓말 여부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추가된다. 공세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검증'의 정치적 효과

문제는 시간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여기엔 단서가 따른다. 열 번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경선후보 등록기간은 4월 10일부터 11일까지인데 이것마저 앞당겨지게 됐다. 경선준비위가 어제 회의를 열어 경선후보 등록기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기껏해야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얘기다.

기준점을 다르게 잡으면 시간이 더 줄어든다. 경선준비위가 후보 검증 및 경선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기로 한 시한은 3월 중순.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20일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이 전 시장 지지율을 하락세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을 상승세로 돌려놔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정인봉 변호사에 이어 김유찬씨까지 공격에 나섰지만 이 전 시장의 하락세가 완연해졌다는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증공방으로 양 캠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3월 위기설이 나온다. 양 캠프가 완전히 갈라설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배제할 수 없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 가족이 상극으로 치달으면 '가화만사성'은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의 계산, '일단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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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여럿 있다.

행위 시점과 그 행위에 대한 여론의 반응시점엔 격차가 있다. 좀 더 두드린 다음 종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더구나 제2, 제3의 공세거리가 있다면 모두 쏟아부은 다음에 여론 동향을 살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낫다. 어차피 상투를 잡지 않았는가. 지금은 작심할 때가 아니라 집중할 때다.

집중해야 할 이유가 더 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 고착화되면 '뛰어봤자'라는 결론을 강요한다. 어차피 안 되는 게임, 뛰쳐나간다고 전세가 역전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배신'의 멍에를 짊어지면서 만회 불능의 정치적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뛰쳐나가더라도 기반을 닦는 게 우선이다. '안 되니까' 뛰쳐나가는 게 아니라 '될 법 하니까' 뛰쳐나가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지층의 동요를 막으면서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승부는 한나라당 안에서 내야 한다.

조기 후보경선, 그에 따른 득실

경선준비위가 어제 경선후보 등록기간을 앞당기기로 결정하는 데 박 전 대표 대리인이 동의했다는 소식, 그러면서도 경선후보 등록기간을 못 박지는 않았다는 소식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는 후반 인저리 타임을 뛰는 축구선수다. 스코어는 0 대 1.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점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연장전을 하는지, 재경기를 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지금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마지막 1분 1초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박근혜#김유찬 폭로#이명박#김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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