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카불시내 산등성이에 빽빽하게 자리한 주거지.
ⓒ manas
▲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이 눈에 보인다.
ⓒ manas
@BRI@전쟁의 폐허로 인한 가난의 상징으로만 알려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이런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9일. 눈과 비가 번갈아가며 시내를 온통 질퍽하게 만들고 있는 도시를 이방인의 앵글로 잡아 올린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려왔고, 9.11테러 이후에 UN군이 주둔하며 지금은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64만 7500㎢ 인구는 2000만명 정도이다. 종교는 회교(다수파 수니), 국가의 공용어는 페르시아어인 다리어와 다수종족의 언어인 파쉬투어, 수도는 카불(Kabul)이며 1828m의 고지에 자리 잡은 인구 약 200만명의 도시이다.

내가 카불을 방문한 때에 외교통상부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이 한국인을 납치하려한다는 계획을 입수했다"며, "탈레반들의 춘계대공세가 예상된다"고 여행을 극구 만류하고 있었다.

'카불'은 힌두쿠시 산맥 판지쉬르(Panjshir) 계곡이 흘러내리는 남쪽 자락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도시로, 아프간 건국의 시조 아흐마드샤의 아들 티무르샤가 1774년 칸다하르로부터 천도한 이래 230여년 동안 이 나라의 수도였다.

▲ 건물을 새로 짓거나 복구하는 모습
ⓒ manas
▲ 카불시내 한 복판에 설치된 현대자동차의 대형광고판
ⓒ manas
카불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산등성이의 집들은 나무 한그루 없는 벌거숭이 바위산 위에 토담집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어 답답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카불 강을 끼고, 양 옆으로 넓게 자리한 이름 모를 시장엔 눈이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카불 시내에는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건물들이 아직도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시가지는 활기차 보였다. 대부분 노점상이 좌판을 벌려 물건을 팔고 있지만 진열장을 갖춘 상점들은 전기가 부족하여 소형발전기를 이용하여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발전기 소리가 아프간의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재건축되는 건물들도 보이고 한국의 현대자동차 광고판도 보인다. 그러나 여성들은 거리에서 거의 볼 수가 없다. 탈레반 정권시절, 여성은 사회활동을 못하게 했기에 직업을 갖지 못하게 했다. 여성들은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고, 심지어는 TV 시청도, 사진촬영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간혹 장보러 나온 여인들이 눈에 띄었는데 엷은 하늘색 부르카로 온몸을 덮고 다녔다.

▲ 부르카를 입고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아프간 여인들
ⓒ manas
'부르카'는 차도르의 일종으로 발끝부터 머리까지 몸 전체를 감추고 눈 부위만 망사로 보이게 하는 이슬람전통의 여성의상이다. 여자가 여덟 살 이상이 되면 착용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부르카'를 덮어쓴 여인들에게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인지, 억압하는 수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습은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 그저 답답하게만 보일뿐이다.

그러나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카불 시내의 한 쇼핑센터에서 본 여성들은 부르카 대신에 청바지에 핸드백을 걸치고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활보하고 있었다.

혹 관광객이 아닐까싶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말을 건넸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카불의 여자'였다.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손짓발짓으로 물었더니 미소를 짓고는 'NO' 라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

▲ '부르카'를 벗어버린 아프간의 소녀, 탈레반은 여덟 살 이상의 여자는 '부르카'를 쓰도록 강요해왔다.
ⓒ manas
아프간에서는 여자가 '부르카'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 더구나 외간남자에게 미소를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치 없는 여자로 취급당하게 되고, 탈레반에게 회초리를 맞을 일이란다.

더더욱 놀란 것은 쇼핑센터에 즐비하게 진열된 여성들의 고급패션이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여성의류들이 조잡하지만 마네킹에 입혀져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가슴이 파진 파티복에서부터 정장까지.

아프간에서 누가 저런 옷을 사 입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옷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점원은 모두 남자이다. 심지어 화장품가게도 모두 남자점원들뿐이다. 여성들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탈레반들의 법칙 때문이다.

여성 의류매장은 하나 둘 자꾸 늘어나는 추세이고 필자가 있는 동안에도 진열장 밖에서 부르카를 쓴 채로 그 옷들을 구경하는 여인들을 볼 수가 있었다. 점원은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장사가 잘된다는 표시를 한다.

▲ 카블 시내 중심가에 들어선 여성의류전문점. 이곳엔 이런 여성의류점이 많다.
ⓒ manas
아프간에서 여자들의 옷장사가 정말 잘 되는 것인지 안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주위에 많은 여성의류매장을 보면서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서구화 되어가는 여인들이 많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아프간에도 봄은 틀림없이 오고 있었다. 비록 계절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지만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아프간은 지금 봄을 맞이하고 있다. 거리를 어지럽게 달리는 세계 각국에서 굴러온 중고차량들 사이로 분주하게 전화카드를 팔려고 다니는 거리의 장사치들.

점포 앞마다 볼 수 있는 요란한 소형발전기의 소음과 거리에 나붙은 휴대폰 대형 광고판과 대학교 학생모집 광고판!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든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아프간의 중심인 카불에도 개방의 봄은 서서히 오고 있었다.

▲ 카불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휴대폰 상점들
ⓒ manas

덧붙이는 글 | 지난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카블과 바그람, 카피사를 다녀왔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