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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성적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졌다.(2007년 2월23일 광주일보 기사)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해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죽어가며 고통 받고 있지만 이제 누구도 청소년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그저 학생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여러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택하는 현실에서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일 것이다.

@BRI@자살은 단지 개인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죽어간 학생들의 수는 단지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며 그 이면에는 공부와 입시경쟁으로 병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암울한 삶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학생들 중에는 자살충동을 느끼고 자살을 기도한 이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해소되거나 일부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5∼19세 청소년의 26%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10대 초반의 청소년도 19%가 자살 충동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동아일보 2006년 5월 3일>

왜 이 땅의 미래이며 주인인 청소년이 이토록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가? 왜 자살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가? 그것은 한국의 교육이 그 근본부터 왜곡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오로지 대학만을 위한 교육, 입시교육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이 땅의 청소년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나이부터 과도한 입시경쟁에 휘말려 십대 후반에 극심한 전쟁을 치러야 하고 설령 그 가운데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채 평생을 열등감과 무기력, 체념과 절망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땅 청소년들의 삶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살인적인 입시 경쟁에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소위 일류대학 출신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가 따르는 자리들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몇몇 대학 출신들이 독점하여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패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모든 대학은 제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수직적으로 서열화 되어있다. 좀 더 상위의 패거리 집단에 들어가야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으니 입시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특정 대학 출신의 권력 독점과 대학서열이 깨지지 않는 한, 사람 죽이는 입시경쟁은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이 처절한 경쟁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죽어야 하는 걸까? 소위 일류대 출신의 관료,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고 있다. 속임수 장치로 젊은 세대를 좌절로 몰아넣는 입시와 그 입시를 존재케 하는 대학서열, 그리고 그 근본인 학벌주의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벌 차별을 강력히 금지하는 사회적 조치와 함께 전면적인 대학입시제도 변화 즉, 대학평준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수능자격 고시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의 성취 수준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 단지 대학입학의 자격요건에 불과하다. 성적순으로 서열화하는 획일적인 장치일 뿐이다. 국가 주도 고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고등교육 3년간의 교육평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수능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며 대학 서열화하고 있다. 수능의 졸업자격 고시화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이다.

또 하나는 국공립대 통합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는 당연히 통합되어야 한다. 선발에서 졸업까지 국공립대는 동일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곤 지역 대학은 지역인구에 맞게 학부, 학과정원 인구비례성을 갖춰야 한다.

정말 언제까지 내 짝꿍을 적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이제 자기 파괴적인 입시경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국민, 학생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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