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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베이징 비밀접촉의 주역들 이화영 의원이 '스타터'가 되어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동지'인 안희정씨에게 중간계주의 '바통 터치'를 했고, 이어 이해찬 전 총리가 공개된 '최종주자'로서 정상회담 추진 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이화영 의원, 안희정씨, 이해찬 전 총리(자료사진).
2006년 10월 베이징 비밀접촉의 주역들 이화영 의원이 '스타터'가 되어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동지'인 안희정씨에게 중간계주의 '바통 터치'를 했고, 이어 이해찬 전 총리가 공개된 '최종주자'로서 정상회담 추진 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이화영 의원, 안희정씨, 이해찬 전 총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종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은 지난해 11월 9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핵심 측근인사들의 '10월 비밀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1월 9일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뢰를 받는 핵심(측근) 인사인 A씨와 B씨는 북한 핵실험 이후인 10월 중·하순 베이징과 '제3의 장소'에서 연쇄 접촉을 갖고 6자회담 복귀 일정 및 향후 정상회담 추진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베이징과 '제3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접촉한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핵심(측근) 인사는 각각 노 대통령의 '동업자'로 통하는 안희정씨와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두 사람의 비밀접촉을 복수 관계자에게서 확인했으나 두 사람의 비밀접촉에 관여한 취재원으로부터 "두 사람의 회동이 '일정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다. '일정한 성과'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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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동업자' 안희정과 김정일 위원장 '매제' 장성택의 비밀접촉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2인자'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2인자'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한 바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흥미로운 사실은 오는 7일 방북하는 이해찬·이화영 의원 역시 지난해 안씨가 장성택 부부장을 만났을 당시에 장 부부장을 함께 만났다는 증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인 이화영·이해찬 의원은 지난 10월 13~24일까지 진행된 통외통위의 재외공관 국정감사 당시 '아주반'에 속해 주중국·일본대사관 현지국감을 함께 했다. 당시 통외통위 아주반은 김용갑 의원(감사반장)과 이해찬·문희상·이화영·최성(열린우리당) 의원과 박진(한나라당)·한화갑(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해찬 의원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국감 당시 특별한 이유없이 국감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현장에 있었던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이해찬·이화영 의원이 비밀리에 북한측 고위인사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안희정씨가 장성택 부부장을 비밀접촉한 시점(10월 18일~20일)과 겹친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남북관계에 정통한 복수의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희정씨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부부장은 지난 10월 18~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복귀 및 향후 정상회담 추진 등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따라서 이해찬 의원의 이번 방북은 그때 이미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씨는 당시 정기 여객기가 아닌 특별기편으로 중국에 입국해 안씨와 회담을 가졌다. 당시 비밀접촉에 관여한 한 대북소식통은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의 '재가'를 받은 대남특사의 자격으로 노 대통령과 간접회담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의원의 이번 방북은 남북한 당국이 2007년 상반기중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하고 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는다.

이와 같은 분석은 안희정씨의 여권 내 역할과 대북 접촉창구가 이해찬 의원으로 이어진 과정을 짚어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안희정 리포트> "남북정상회담 외엔 국면전환 일으킬 출구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혈육인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1급 참모이자 핵심 측근인사로 통한다. 북한에서 부부장은 차관급으로 제1부부장은 '수석차관'에 해당되지만 장성택은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하나뿐인 매제'라는 특수관계로 인해 사실상 '제2인자'로 통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안희정씨는 노 대통령 스스로 '동지'이자 '동업자'라고 표현할 만큼 가장 신뢰하는 핵심측근 인사 중의 한 명이다. 노 대통령이 안씨에게 대북밀사의 역할을 맡긴 것은 그가 아무런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그에게 남북관계 진전에 공헌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를 준 셈이다.

이는 안씨 개인의 기대와도 일치한다. 안씨는 지난해 여권의 '권력부재'로 인한 정치위기로의 퇴행과 그로 인한 '제2차 위기'(1차 위기는 탄핵)를 우려하는 내용의 이른바 '안희정 리포트'를 작성해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보고서에서 안씨가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노 대통령이 처한 국정운영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국면 전환의 '출구'로 제시한 점이다. 안씨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남북 정상회담 외에 출구가 없다 문제의 '안희정 리포트'에는 "남북정상회담 이외에는 이렇다할 만한 전환의 파장을 일으킬 출구는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남북 정상회담 외에 출구가 없다 문제의 '안희정 리포트'에는 "남북정상회담 이외에는 이렇다할 만한 전환의 파장을 일으킬 출구는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제2차 위기와 새로운 전환의 모색

○ 제1차 위기는 이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총선'이라는 출구가 존재했음
- 현재의 위기는 정치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출구를 발견하기 어려움
- 대외적으로도 남북정상회담 이외에는 이렇다할 만한 전환의 파장을 일으킬 출구는 없음


이화영→안희정→이해찬으로 정상회담 추진 접촉창구 '바통 터치'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씨의 역할은 김정일 위원장의 핵심 측근을 통해 노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서로의 확실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그치고, 그 이후로는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중량급 인사가 '바통 터치'를 해 공식 대북특사의 자격으로 정상회담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해찬 전 총리의 이번 방북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왜냐하면 안씨가 비록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지만, 아무런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아 더 이상의 역할을 맡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안씨가 이미 언론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공식특사 역할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이에 따라 안씨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장거리 레이스의 '원 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맡고, 조만간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공식특사의 자격으로 북측과 공개적인 접촉을 갖고 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었다.

즉, 이화영 의원이 정상회담 추진 레이스의 '스타터'가 되어 대북밀사인 안희정씨에게 중간계주의 '바통 터치'를 했고 이해찬 전 총리가 공개된 '최종주자'로 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노 대통령의 직계로 통하고 안씨와도 매우 가까운 이화영 의원은 공교롭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 10월 9일 베이징에서 북한 고위 당국자와 만나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빠르면 내년 초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남북 당국간 '비선' 채널이 있냐는 질문에 "이 모든 사태의 핵심적인 문제"라며 "북의 입장을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고 정부도 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해찬 방북→김대중 재방북→노무현·김정일 2차 정상회담으로 의미 극대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의중 꿰뚫는 적임자 지난 2005년 8월 16일 남북해외 대표단 환송연회에서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의원이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단장과 건배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의중 꿰뚫는 적임자 지난 2005년 8월 16일 남북해외 대표단 환송연회에서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의원이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단장과 건배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당시 이 의원의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화영 의원이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해 안희정씨에게 넘겨 안씨가 베이징에서 북측 고위 인사를 만났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해 접촉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이 관계자는 또 "이해찬 의원이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은 것도 당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보다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총리를 지낸 비중 있는 인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귀띔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메신저로서 이 의원만한 적임자도 없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이 의원은 이번 방북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재방북을 성사시켜 김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2단계 정상회담 추진과정을 밟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의원은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으며, 그뒤에 경제시찰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한 장성택 부부장 일행과는 '폭탄주' 술자리를 함께 한 교분이 있고, 총리 시절에는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북 직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회담을 한 적이 있어 정상회담 추진의 적임자로 꼽힌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꼽히는 최성 의원도 이와 같은 '정황근거'를 들어 노 대통령이 지난 10월 대북밀사를 통해 정상회담을 추진했을 가능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최 의원은 "대선과 후보 경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여야 대표단이 참여하는 초당적 방북단을 구성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여러 정황을 보면 북한 핵폐기와 한반도 전쟁 억제를 위해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될 마지막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북밀사로 지목된 안희정씨와 청와대는 당시 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안씨는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베이징에는 자주 간다"면서도 "정상회담 준비는 전혀 낭설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청와대 측도 '대통령 고유 판단의 영역'이라고 말할 만큼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실이더라도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평양에 날아가 김정일 위원장과 속내를 터놓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오마이뉴스> 단독보도(2005년 4월 13일자)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나중에 메가와티를 수행한 통역의 증언을 통해 이는 모두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그 직후인 4월 22~24일 이해찬 국무총리는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해찬 의원의 이번 방북에서 '구면'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물론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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