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중 노무현 대통령을 `니`라고 표현하자,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등이 사과를 요구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학법의 볼모가 된 주택법을 석방하라."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의 말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시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처리를 미루는 것에 대해 이같이 성토했다. 이 의원은 "주택법 개정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담겨 있다"며 "이사철이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BRI@한나라당 "주택법, 아직 덜 숙성됐다"

매번 그랬지만 '민생국회'를 내건 이번 임시국회도 여야의 '네 탓'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6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80여개의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서민 주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사학법과 주택법의 대결로 마감된 이번 임시국회는 '한 글자'의 힘겨루기로 요약된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 선임 주체와 관련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회'로 규정한 현행 조항에 '등(等)' 자를 삽입해 종단, 학부모회, 동창회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 이에 열린우리당은 주택법 처리를 명분으로 종단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거래'라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에 있어 열린우리당은 학교운영위원회(또는 대학평의회), 한나라당은 종단, 학부모회, 동창회 등으로 강조하는 바가 다르지만 예외적으로 종단의 추천권을 허용하자는 점에선 공감대를 이뤘었다.

열린우리당은 학교운영위(또는 대학평의회)가 2배수 추천하면 이를 근거로 종단이 단독 추천하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한나라당은 학교운영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종단도 2배수를 추천하는 '종단의 완전한 추천권'을 수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사학법 개정이 3월 임시국회로 넘겨졌지만 앞으로 또 이같은 공방이 재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처리 시기는 난망하다. 한나라당은 "숙성이 덜 되었다"(심재철 의원)는 이유를 들어 주택법 처리에 대한 협조를 거둬들였다.

이에 여야는 대표적 민생법안이 주택법 처리가 미뤄진 것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의식, 이날 자정까지 책임공방을 벌였다.

이재웅 "열린우리당은 이런 표현보다 더해!"

▲ 임채정 국회의장이 각당 원내대표를 불러 대책을 논의한 끝에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과정에서 또다른 한 글자가 불씨가 됐다. 의사진행발언을 위해 단상에 선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의 "대통령 니가"라는 표현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니"라는 표현을 썼다며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된 이재웅 의원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문제로 지지도가 엄청 떨어지고 당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니까 바로 탈당해 버리고 대통령 보고 '니도 탈당하라'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부동산 정책을 망친 이 정부의 책임 회피 위해…"

이 의원의 발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열린우리당 의원석에선 "니가 뭐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라며 항의가 빗발쳤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렇게 말하면) 박정희, 전두환 때는 잡아갔다, 민주화 되었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의원도 물러서지 않고 "열린우리당의 대통령 탈당 요구는 이런 표현보다 더 해!"라며 고함을 친 뒤 "국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탈당하라, 국무위원에게 탈당하라고 요구한 사람들이 주택법 가지고 (우리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본인의 발언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사과하라"라는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자 임채정 국회의장은 "발언 내용은 추후에 검토하고 조치하도록 하자"며 "질서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수습되지 않았다.

오후 6시 40분께 정회가 선포되었고 각 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자정이 되면 본회의는 자동 산회된다. 의원들과 기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자정까지 있었다고 기사에 쓸테니 그냥 들어가시라"는 뼈 있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공보부대표)는 이후 브리핑을 통해 이재웅 의원과 발언과 관련 "이 의원이 노 대통령에게 직접 '너'라고 쓴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사과 항의는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강기정 "국회의원이 사기친다고 한다"

한편 여야의 합의로 처리된 법안은 이자제한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80여개에 달했지만 '단팥 없는 찐빵'이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비롯해 내년 1월부터 70세이상 노인의 소득하위 60%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법, 중풍 환자를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민생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강기정 의원은 "오늘 처리된 80여 개의 안건을 보면 국회의원이 사기친다고 한다"며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법만 고치고 있나"고 힐난했다. 이날 통과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등 34개 법률은 내용의 큰 변화 없이 한자식 용어와 일본어식 표현을 보기 쉬운 한글로 바꾼 개정안들이다.

▲ 정회가 선언되자 이재웅 의원이 동료 한나라당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