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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금낭화
금낭화 ⓒ 김민수
맞는 말씀입니다. 꼭 꽃이름을 불러줄 수 있어야 꽃을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꽃이름을 잘 아는 분들 중에서는 사랑하는 방법이 틀리다 보니 보기만 하면 자기가 소유하기 위해서 캐오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꽃이 발견되는 것 자체가 아픔인 것이죠. 그러니 꽃이름을 많이 안다고 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마리
고마리 ⓒ 김민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꽃과의 사랑은 짝사랑에 빠진 처녀총각들 같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별의별 것이 다 궁금해집니다. 짝사랑하는 이의 이름도 알고 싶고, 전화번호도 알고 싶고, 좋아하는 음식은, 부모님들은 등… 자꾸만 알게 되는 것이지요. 관심이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만큼 알게 되는 것, 그러니 꽃을 사랑한다면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름을 하나둘 익혀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비록 사람이 붙여준 이름이기는 하나 그만큼 사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어떤 분들은 이런 질문을 저에게 하십니다.

"식물학자도 아닌 분이 어떻게 꽃이름을 외웠어요?"

글쎄요. 저는 꽃의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그 이름이 붙여진 내력들을 상상합니다. 그것만 찾으면 여간해서는 한 번 알게 된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거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식물도감을 미리 봐두는 것입니다. 꽃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식물도감 서너 권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거의 너덜너덜할 정도로 보았습니다. 심심할 때 한 번씩 꺼내보고, 아직 만나지 못한 꽃들을 만날 꿈을 꾸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나 둘 익혀가는 것입니다.

꿩의다리아재비
꿩의다리아재비 ⓒ 김민수
꽃을 사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한 소유적인 사랑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사진으로 그림으로 담는 분들도 있고, 꽃에 대한 글쓰기로 그들을 사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사진으로 담고 그에 대한 글쓰기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그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꽃 사랑의 방법이 서로 각개전투를 하듯 따로따로 라는 느낌을 받았고, 다는 아니지만 그러한 것들을 좀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꽃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우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찾아내다 보니 꽃에 대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랑물봉선
노랑물봉선 ⓒ 김민수
꽃을 사랑하면 참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꽃을 보는 눈을 갖게 되면 작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고, 작은 것들을 자꾸만 바라보다 보면 결국 우리네 삶에서 '작은 자'로 불리는 이들까지도 볼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그들의 생태와 우리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요. 이렇게 보고 듣게 되면 말하게 되지요. 말한다는 것은 또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요. 그래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도 그들 앞에 서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이지요.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 김민수
그러나 지천에 꽃이 피어난들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피었다고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지요. 삶에 쫓기다 보면 피어나는 작은 들꽃들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지금의 삶이 급한데요. 꽃을 사랑한다고 하는 저조차도 삶에 쫓기다 보면 꽃이 피든 지든 보이지 않는데요.

UCC시대라고들 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꽃들 서른 가지를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정도의 꽃만이라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영상이 아닌 자연의 상태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기쁨이 더 클 것 같아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기 전에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꽃들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을 때 더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고, 시인의 노래처럼 그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네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꽃샘추위가 이제 지났으니 이번 주말부터는 조금만 관심 있게 들판을 바라보면 초록빛들과 그들 사이 작은 꽃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작은 것들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 글을 통해 그들을 만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늘어난다면 저는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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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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