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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답게 산다는 것> 겉표지
ⓒ 푸른역사
'선비'라고 한다면 한평생 성리학을 공부하다가 벼슬을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는 그런 집단을 연상하게 된다. 당쟁이나 학문적인 사대정신 등 조선시대의 단점과 결부돼 그런 이미지가 공고하게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서 안대회가 말하는 선비는 그것과 사뭇 다르다.

벼슬 대신 예술품에 관심 있는 선비들도 있었는가 하면 우아한 사치를 옹호하던 선비도 있었다. 더불어 산을 유람하는 것을 독서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하며 그것을 즐긴 선비도 있었다. 외설적인 시를 쓴 선비도 있었고 그것을 규탄하는 선비도 있었다. 우리가 알던 것과 많이 다른, 틀에 박힌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안대회는 4부에 걸쳐 그것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1부는 선비들의 '인생과 내면'이다. 벼슬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다른 측면에서 선비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 첫 번째로 선비들이 스스로 쓰는 묘지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묘지명을 쓴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그것은 단순히 유언을 먼저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유언은 남에게 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묘지명은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묘지명에 당당한 글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리 되는 것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로운 삶에 있다고 말하던 선비들의 모습도 새롭다. 부지런히 공부해서 벼슬에 나가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선비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성호 이익의 절식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과식 등으로 절제하지 못하는 선비들의 모습과 그것을 견제하려는 선비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와 열정'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2부는 제목 그대로 선비들이 가졌던 다양한 취미와 열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품을 모으는데 연연하던 선비는 물론, 예술가를 후원해주던 선비들도 살펴보고 있는데 이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벼루에 대한 선비들의 애정이 남달랐다는 사실이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 따르면 문인들은 벼루와 같은 것에 대해서 사치를 부렸고 그것이 걱정됐는지 변명하기도 했다. 유만주 같은 이는 그릇이나 의복 같은 것을 사치한다면 폐단이 생기지만 문방구에 사치를 부리면 귀신도 너그러이 눈감아줄 것이라는 말로 그것을 옹호했는데 그 말이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치가 미덕인양 행동하는 요즘 세태에 비하면 그 마음이 순진하게 보일 정도다.

3부에서는 '글과 영혼'이라 하여 동시를 쓰고 편지를 쓰던 선비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검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의 검열도 있고 자기검열도 있었는데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검열을 생기게 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흔히 정치적인 것만 떠올리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심희수 같은 이는 "아침마다 계집종을 희롱하며/집 사람은 알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어쩌다가 쓸데없는 소식이 새나가/하얗게 센 백발이 부끄럽구나"라는 '장난삼아 지어본다'는 시를 쓰기도 했다. 저명한 유학자 강유선의 문집에서는 '촌 아낙네와 몰래 간통하는 시'라는 것도 있었다. 조선의 선비들도 오늘날의 사람들과 관심거리가 비슷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4부에서는 '공부와 서책'이라 하여 선비들이 공부했던 이유를 알아보고 있는데 이 대목들은 선비들의 공부가 벼슬이 아니라 '자기수양'의 하나였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선비들의 공부를 시대와 동떨어진 고루한 것이라고 낮춰 말했던 오늘날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들의 공부는 적어도 오늘날처럼 '수능'이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은 이렇듯 선비들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나아가 본받아 배울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선비라는 존재로 하여금 과거와 오늘을 엮어줬고 그 기회를 통해서 교훈을 얻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덕분에 <선비답게 산다는 것>은 지식은 물론 지혜까지 건네줬으니 인문서 그 이상의 것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선비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담아낸 <선비답게 산다는 것>, 추리소설보다 재밌고 윤리책보다 교훈적인 내용으로 우리의 내일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덧붙이는 글 | 저자 안대회는 연세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다. 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시화사 연구>, <18세기 한국한시사 연구> 등이 있고 역서로는 <북학의>, <궁핍한 날의 벗>등이 있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푸른역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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