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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여의도통신 사진팀, 일러스트=임진성

김기춘 의원님.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의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입니다. 이번에 김 의원이 '제로클럽'을 졸업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로클럽'이 뭐냐고요?

17대 국회 임기 동안 법안 '대표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의원은 얼마 전까지 15명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17대 의원 전원의 입법 발의 건수와 처리 건수를 조사해온 여의도통신이 집계한 결과입니다.

당시 여통은 그들 15명을 한꺼번에 부르기 위한 적당한 명칭을 찾다가 '제로클럽'으로 명명했습니다. 간혹은 '0건클럽'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국회는 입법기관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개개인은 '걸어 다니는 입법기관'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입법권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법안 대표발의라는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원이 만든 법안에 이름을 올려주는 '공동발의' 혹은 법안심사 등의 입법활동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법권을 가진 의원이 제 손으로 직접 법안을 만들거나(제정안) 고치는(개정안) '대표발의'에 비하면 아무래도 그 정치적 의미와 비중은 가벼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의원님의 졸업으로 '제로클럽' 멤버는 14명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최근 재보궐 선거나 의원직 승계를 통해 국회에 지각 입성한, 다음의 의원 5명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기다려줄 아량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순형 이원복 채일병 김송자 신 명

그러나 이들 의원을 제외한, 아래에 이름이 열거된 나머지 9명의 의원은 김 의원님의 졸업에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으리라 믿습니다.

김근태 김원기 김종인 박희태 이상득 이용희 이인제 이해찬 정동채

그래서였을까요? 이들 9명 중에서 이용희 국회부의장도 조만간 '제로클럽'을 졸업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라옵기는,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 명도 빠짐없이 제로클럽을 명예롭게 졸업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김 의원님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3월 19일

<여의도통신> 기자단 일동.

'왕고참 의원'은 대표발의에서 열외?
국회의원 296명 대표발의 남김없이 조사해 봤더니

▲ 제로클럽의원
ⓒ여의도통신

여의도통신은 지난해 12월부터 17대 국회의원 전원의 대표발의 건수 및 본회의 통과 건수를 매주 조사해서 지면에 싣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이 추려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다음과 같이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제로클럽'(일명 0건클럽).

지난해 12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제로클럽 멤버는 모두 15명. 하지만 현재는 14명이다. 한 명이 졸업(?)을 하는 바람에 줄어든 것이다. 주인공은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 지난 2월 14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면서 여의도통신이 공인하는 ‘제1회 제로클럽 졸업생’의 영예를 안게

공동발의 서명에는 후한 인심

그렇다면 김 의원은 어떤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일까. 법안 취지를 살펴보니,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선 후보가 사망 등에 이르는 '변고'가 생겼을 때 후보자 등록일 및 선거 일시를 일정 기간까지 연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의원이 직접 밝힌 법안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유력 후보자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자가 테러 등으로 사망할 경우 해당 정당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 후보자 등록 기간은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이고, 선거일은 12월 19일이다. 현행법은 정당 추천 후보가 사망할 경우, 등록 마감일 후 5일까지 다른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12월 1일까지만 후보 교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12월 2일 이후엔 후보에게 '변고'가 생기더라도 새 후보를 낼 수 없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후보자가 사망하거나 심신 상실의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해당 정당이 다른 후보자로 등록 신청할 수 있고, 대통령선거일을 대통령 임기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연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왜 이런 법안을 낸 것일까. 현대사 속에서 참고가 될 만한 사례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1956년 3대 대통령선거에서 3선 개헌을 강행한 자유당 이승만 후보에 맞서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선거 열흘 전 사망했다. 결국 민주당은 새로운 후보자를 내지 못했고, 정권교체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이번 법안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현재 후보자들이 유세를 한다든지, 대민 접촉이 많을 때 (테러 위협에) 가장 취약하다"며 "사고가 났을 때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면 후보를 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기춘 의원의 첫 졸업 기록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4명의 의원들은 제로클럽에서 여전히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14명의 의원들은 어떤 사연으로 '의원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던 한 것일까.

우선 이 중에서 조순형, 채일병, 이원복, 김송자, 신명 의원 등 5명은 나머지 9명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최근 치러진 재보궐 선거,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상실한 비례대표 의원의 빈 자리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국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의원직을 상실한 김홍일 의원을 대신해 들어온 김송자 의원과 올 2월 의원직을 사퇴한 정덕구 의원을 대신해 들어온 신명 의원, 지난해 7·26과 10·25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순형, 채일병, 이원복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모두 선 수가 높은 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정동채, 김근태 등 3선 의원부터 김원기, 조순형 등 6선 의원까지 대부분이 ‘왕고참’ 의원들이다.

한편 김종인 의원과 이용희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대표발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근태 의원은 대표발의 한 건을 기록했다.

17대 국회 제로클럽 멤버 중 나머지 의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3선 이상의 의원이 전체 임기 동안 대표발의를 한 법안이 10건 이상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정동채 의원과 이인제 의원이 10건을 넘겼다.

또 하나의 특징도 발견됐다. 대표발의 건수는 0건을 기록한 반면 공동발의 건수는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김근태 의원은 전체 임기 동안 단 한 건의 대표발의를 한 것과 달리 공동발의는 328건으로 나타났고, 이상득 의원 역시 5건의 대표발의 법안에 공동발의는 393건이었다.

"단순한 숫자 평가 옳지 않아" 반론도

이런 현상에 대해 당사자들이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근태 의원실의 허영 비서관은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당시 많은 입법(정부안을 말함)을 추진하기도 했다. 입법 과정에 정성적 평가가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의원실의 이종환 보좌관도 "이 같은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또 한 명의 '제로클럽 졸업생'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부의장인 이용희 의원이 법안 대표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근리사건희생자 심사및명예회복에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것인데, 아직 사무처 의안과에 접수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의원은 "주민들의 억울한 호소를 제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입법 작업을 하게 됐다"며 "법안이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여의도통신=이정원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내최초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 3호(3월 1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번호 <여의도통신>에는 이밖에도 △집중기획-출총제 대논쟁: 이원영 의원 "출총제가 투자 저해? 어불성설!" vs 김애실 의원 "김근태도 출총제 폐지 하자더니" △입법현장-원자력의학원법 2신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암진단 대변혁 꿈꾼다?" △정세분석-한나라당 분열 가능성 희박하다, 아직은... △'여의도 설계사' 김석철의 쓴소리 "경부운하? 한강에 배부터 다니게 하라!"△입법제안-'석궁사건' 재발 막으려면 이 법을 개정하라 △미디어비평-그래 동아일보 너 잘 났다! 등의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김기춘#제로클럽#대표발의#0건클럽#의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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