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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논산시의회는 시유지 2만8천평과 골프장 업자 K씨의 땅 8만9천평을 맞교환하는 교환매각을 표결 없이 승인했다.
지난 13일 논산시의회는 시유지 2만8천평과 골프장 업자 K씨의 땅 8만9천평을 맞교환하는 교환매각을 표결 없이 승인했다. ⓒ 윤형권
논산시의회가 골프장 업자에게 시유지 매각을 결정하면서 정확한 시세조차 파악하지 않은데다 사안이 제기된 후 수 년 동안 단 한 차례만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 졸속 심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산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골프장 예정부지인 상월면 대촌리 시유지 2만8000여평을 양촌리 남산리 임야 8만9000여평과 맞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환매각' 건을 가결했다. 시유지 매각 건은 상월면 지역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수년째 반대해온 지역 주요 민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논산시의회는 수년째 집단민원이 제기된 수만 평의 시유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단 한 차례만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논산시의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문제의 상월면 골프장 사업이 의회에서 거론된 것은 2004년 6월 행정사무감사 때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반이나 지난 작년 12월에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유지 현장을 방문했다. 그나마 당시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시유지 교환 건이 상정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뭄에 콩 나듯 거론하고 '이랬다 저랬다'

당시 윤종근 의원은 "이런 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기 의원들에게 보고하거나 협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갑자기 교환매각 안건을 상정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는 결국 "신중한 판단을 위해 안건을 보류하자"는 측과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처리하자"는 측이 설전을 벌이다, 현장을 방문한 후 안건을 보류하자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그로부터 '교환매각' 최종 의결까지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논산시에 의해 상월 골프장 사업이 첫 제기된 때는 지난 2004년이다. 수 년동안 탁상공론과 중구난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졸속처리한 것.

상월 골프장이 첫 거론된 2004년 6월 당시 강중선 의원은 논산시 기획담당관에게 "골프장은 한 번 투자해 놓으면 수백 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시유림을 조사해 골프장 투자가치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시 전기업 기획감사담당관은 "시에서 자체적으로 골프장을 운영하기는 어렵고 민자를 유치해 골프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이 시유림에 골프장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

그 때문일까? 같은 해 12월 손병문 시 문화관광과장은 시의회 총무위원회에 출석해 상월 골프장 유치사업을 공개했다. 당시 손병문 문화관광과장은 "(김모씨가 골프장 조성을 위해) 상월 대촌리 사유지를 토대로 시유지를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와 내년도에 골프장유치추진팀을 구성하고 활동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이는 9홀을 시작으로 앞으로 18홀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논산시 농민회 소속 한 농민이 논산시의회 회의장 앞에서 시유지 교환매각 가결에 항의하고 있다.
지난 13일 논산시 농민회 소속 한 농민이 논산시의회 회의장 앞에서 시유지 교환매각 가결에 항의하고 있다. ⓒ 윤형권

논산시 문화관광과장 "9홀을 시작으로 18홀까지 확장하는 사업"

손병문 문화관광과장은 다음해인 2005년 1월 시의회 총무위원회에서 주요업무보고를 통해 "골프장 유치 전담인력을 확보해 실무추진팀을 구성하고 골프장 입지 대상지 조사를 위해 2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상월면 골프장사업에서 업자 측의 요청 한 마디에 시 산하에 골프장유치추진팀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18홀까지 확장하겠다는 실행계획을 마련한 대목은 눈여겨볼만하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집행부 움직임에 말이 없던 시의원들은 같은 해 9월 시의회 총무위원회에서 제동을 거는 듯했다. 이날 손병문 문화관광과장이 나서 "김모씨가 총 200억원(9홀)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올 3월 골프장 사업계획서를 접수받아 검토 회신했고 향후 주민공람, 공청회 등을 거쳐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문갑래 시의회 행자위원장은 "잘 해야 연 1억원 정도의 지방세를 받자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시유시를 교환해가면서 논산시에서 협조해 골프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위원장은 이어 "공청회 등을 거치고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손병문 문화관광과장은 "상월주민들의 뜻에 따라 심각하게 재심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손병문 문화관광과장은 총무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10월 도시과에서 도시관리계획 입안결정을 통보했다"며 "앞으로 공유지 교환·취득 의회승인, 도시관리계획 수립결정 및 절차이행, 사업승인 및 개별인·허가 협의, 사업자의 착공·준공 등을 거치면 골프장 조성사업이 완료된다"고 보고했다.

19일 오후 3시 논산시청 앞 광장에서 '특혜성 교환매각 폐기를 위한 범시민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13일 논산시의회에서 골프장 사업자의 땅과 시유지 교환매각을 승인한 것에 특혜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오후 3시 논산시청 앞 광장에서 '특혜성 교환매각 폐기를 위한 범시민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13일 논산시의회에서 골프장 사업자의 땅과 시유지 교환매각을 승인한 것에 특혜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 윤형권
석 달 전 "사업 재검토" -> 석 달 후 "일부 반대 어쩔 수 없다"

불과 석 달 전의 '사업 재검토' 주문과 답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이날 정필복 의원은 "일부 소수가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주민들을) 이해시키면 좋겠다"고 사업추진을 독려하고 나섰다.

비슷한 시기(12월 5일) 윤종근 의원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당시 윤용원 상월면장에게 "선진국일수록 골프장이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선입관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세수입을 위해 골프장이 많이 들어오는 게 바람직한 만큼 상월면에서 합의점을 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다음해인 2006년 8월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집행부를 호되게 질책했다. 이계천 의원은 당시 김주헌 도시과장이 상월 골프장의 사업개요와 관련 면적이 6만9천평이라고 보고하자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당시 김주헌 도시과장에게 "상월 골프장 관련 면적안에 50%에 달하는 시유지와 국·공유지(18.7%)가 포함돼 있는데 시유지나 국·공립 땅을 매입한 걸로 간주해 이렇게 자료를 올려도 되느냐, 면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서 해결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같은 해 11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도 임평식 지역경제과장에게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농사에 피해를 주는 골프장보다는 다른 기업을 유치해 피해가 가지 않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은 집행부의 골프장 유치 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논산시는 같은 해 12월,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시유지 교환 건을 상정했다. 당시 시의회는 '신중한 판단'을 위해 안건을 보류했지만, 이 기간 동안 하기로 했던 타 지역의 휴양림 운영 현황 등에 대한 조사 분석은 생략됐다.

논산시의회는 이어 지난 13일 본회의를 통해 토론이나 표결 없이 서둘러 '교환매각' 건을 최종 가결했다. 사고 팔 땅 값의 감정가격도 논산시가 아닌 골프장 사업자측이 제시한 자료가 올라 왔지만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논산시의회 본회의에서 '교환매각' 건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찬성 의원(8명) : 전유식(3선, 의장), 이태세(3선, 부의장), 윤종근(5선), 강중선(5선), 김용제(초선), 김영달(초선), 김선일(초선), 김형도(초선)

▲반대 의원(2명) : 오세복(초선, 교환매각 반대하며 회의장 빠져나옴), 이계천(초선, 교환매각에 반대하며 시의회 앞에서 삭발 단식농성)

▲불참 (1명) : 이상구(2선) (본회의가 열리는 날 임성규 논산시장과 함께 중국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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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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