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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0일 오후 6시 13분]


▲ 노무현 대통령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전 지사가 정면 충돌했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첫 일정을 시작하는 20일 시작됐다. 논쟁은 노 대통령이 먼저 시작했다.

20일 오전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가볍지 않은 얘기를 한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주어가 생략됐지만 '손학규 탈당'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니, 손 전 지사가 주요 타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노선' 보다 '원칙'이 상위의 가치라며 손 전 지사를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에 빗댔다.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보따리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냐"며 노골적인 표현도 사용했다. "요새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답답해서 국민들한테 한마디, 정치에 대한 정치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 말씀드렸다"고 하니, 작심 발언임에 분명해 보인다.

손 전 지사는 한번 숨을 골랐다. 첫 행선지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노 대통령의 발언 소식을 접한 손 전 지사는 다음 행선지인 수유리 4.19 탑을 방문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멘트'를 따기 위해 동행한 기자들의 질문은 쏟아졌지만 손 전 지사는 답하지 않았다.

"경선 불리하다고 탈당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는데?"
"그런 얘기를 했다는 말씀은 들었죠?"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않았나?"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보따리장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아침에 격한 표현이 나왔는데 한말씀 해주시죠."


결국 '4·19탑을 찾은 이유가 뭔가'라는 맞춤 질문이 나오자 입을 열었다. 손 전 지사는 "민주주의가 국가 힘의 원천"이라며 "더욱더 발전시켜서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4·19정신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며 "그 정신을 받들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4·19 탑에 와서 민주주의 계승자임을 자부하는 순간에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부터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으니 손 전 지사로서는 허가 찔린 셈이다. "명분 없는 탈당" "제2의 이인제" "배신자" 등의 비판을 예상하고 "죽음의 길임을 안다"며 눈물까지 흘린 그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한나라당에선 "한칼에 죽여버리는 말"이라는 논평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4·19 탑을 벗어나자 '공세 모드'로 바뀌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캠프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 역시 준비된 발언으로 쏘아부쳤다. 손 전 지사는 "국무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게 별로 믿겨지지가 않는다"며 "노 대통령은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탈당해서 새 당을 만든 분 아니냐. 그런 분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무능한 진보의 대표"라고 표현의 수위를 높였다. 손 전 지사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극복의 대상"이라며 "대통령께선 정치평론은 그만하고, 민생걱정 진지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손 전 지사는 탈당을 선언하며 새 정치의 출사표로 "수구 보수와 동시에 무능한 진보도 극복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연장선상에서 "노 대통령=무능한 진보"로 규정한 것.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도 차별화로 성공하진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금기를 깨고 손 전 지사는 정면돌파의 길을 선택했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회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정파를 막론하고 새 정치를 지향하는 세력이면 된다고 포괄했다. 단 환골탈태를 전제로 범여권을 향해선 "이 정권은 국민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며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지대에서 '비노-비한'(혹은 반노-반한) 세력을 규합하려 하는 손 전 지사에겐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민주주의 원칙 위배'라는 지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가장 늦게 움직이는 수도권-40대 부동층이 아직 '관망' 자세인 건 그 때문이다.

▲ 19일 탈당을 공식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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