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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든 UCC, 하나에 대선판도가 달라질 위협이 도사린다.
잘만든 UCC, 하나에 대선판도가 달라질 위협이 도사린다. ⓒ Escapista
우리나라의 2007년 화두는 UCC와 대통령선거이다. 지금까지 기술은 기술사용의 선악의 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 등의 매개변수에 의해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그 기술을 확산하고 이용하고 때론 악용까지 하는 정보화의 역기능은 사용자 선택의 문제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검투사의 세계에서 기술은 때론 방패 역할을 때론 상대의 치부를 깊게 찌르는 창끝이 될 전망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UCC는 폭풍의 눈,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 사건을 기억하는가? 소위 병풍 사건의 주역이었던 김대업이 제기한 이회창 후보의 아들병역 의혹은 조직적이고 집중적인 허위사실의 유포 등으로 어느 정도 대선에 영향을 준 이슈였다.

2007년 대선이 치열한 각축전으로 좁혀져갈 때 제2의 제3의 폭로 정치 또는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런 현상이 구태의연해보여도 유권자들은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어제와 오늘의 현실이다.

대선 학습효과와 가상공간

지난 대선에서 물리공간에서의 폭로 및 허위 사실 유포의 문제가 유권자들에 게 학습효과를 주었다면, 2007 대선에서 검증되지 않는 네거티브 폭로 정치가 판을 친다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하되고 학습효과에 의한 폭로한 측이 공격을 받는 사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가상공간, 인터넷 속에서는 그런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앞세워 양심선언 비슷한 폭로를 하고 사실 여부에 대한 지루한 공방으로 선거를 흐려놓은 후 유권자의 표심을 바꾸려는 전략이 2007년 웹2.0의 대명사 UCC로 달아오르고 있다.

UCC에 의한 개미들의 대선관련 콘텐츠 작성, 퍼 나르기 그리고 댓글달기만으로도 소인국의 걸리버를 꽁꽁 묶어 어디론가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동전화로 찍어 바로 올려보는 동영상, 따끈따끈한 동영상을 재미나게 편집한 내용, 한장 한장의 아름다운 사진을 슬라이드 형식과 장면전환 효과까지 넣어둔 사진 모음 등 화면 가득 선명하고 아름다우며 감성적인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지루할 것 같은 대통령 선거에 UCC는 다양한 패러디, 창의적인 콘텐츠 등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고 표로 연결시키기에 충분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 자작극으로 판명난 UCC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특정 집단에 의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게릴라식 UCC를 생산하고 유포한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혼탁해질 것이다.

표현의 자유 vs.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UCC에 대한 검열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1인1미디어 시대라지만 아직도 유권자이자 UCC의 제작자들은 일기형식으로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꾸며나가거나 즉흥적인 기분에 의해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는 법은 UCC를 가상공간에 배포한 방송 또는 통신의 행위로 간주함으로써 아는 사람끼리 물리공간에서 수다 떤 정도의 가벼운 행위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UCC를 생산하는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의 수다 같은 글을 남기었다가 선거법을 어길 수 있는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선관위가 이에 대한 관련 법규나 세부적인 지침도 섬세하게 만들어놓지 못한 마당에 유권해석의 여지만을 잔득 가지고 있어 선의의 표현의 자유가 자칫 선거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왜곡될 소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대선 투표일에 많은 사람들이 메신저를 이용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하였다는 후설은 사이버 공간이 표현의 자유와 공정선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얼마나 취약한 곳인가를 잘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조직적인 UCC 작성과 배포 그리고 퍼나르기를 과학적인 수사방법과 합리적인 기준으로 막을 수 있는 묘안이 없어 앞으로도 가상공간의 제2의 병풍사건이 예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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