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적인 패션박람회로 도약과 비상을 꿈꾸는 국내 유일의 국제 패션쇼 '부산 프레타포르테'가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부산 프레타포르테는 34회를 자랑하는 서울 컬렉션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파리, 런던, 도쿄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패션쇼로 주목받고 있다.

'프레타포르테'는 기성복 위주의 패션박람회라는 의미로 올해도 프랑스의 신세대 디자이너 유리키에비치, 일본의 수지모토 치유키, 중국의 마리마 등 5명의 해외 디자이너들이 장광효, 이상봉, 이영희, 서순남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올 가을·겨울 세계 패션계를 주도할 다양한 트렌드를 선보였다.

▲ 부산 프레타포르테 첫날 서순남 쇼 때 모델들이 워킹하고 있다
ⓒ 부산패션협회
부산 패션협회 회장이기도 한 디자이너 서순남의 쇼를 시작으로 3일 동안 진행된 부산 프레타포르테는 매 쇼마다 많은 관객들로 가득 차 그 열기를 더했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최범석은 젊고 패기있는 인기 디자이너답게 80년대 영국에서 유행했던 빈티지와 글래머러스한 남성패션을 감각적으로 차용한 쇼를 선보여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최범석 쇼에는 인기 모델 찰스, 백성현, 민우기, 강걸 등 모델계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워킹을 선보였다.

이번 부산 프레타포르테에는 향후 한국 패션계를 주도할 많은 차세대 모델들이 참여해 얼굴을 알렸다. 돋보이는 신인은 한 케이블 TV의 모델육성 프로그램에서 2천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신민철(21. 서강대 사회학과)과 김정헌(20. 서울예술대 연극과). 이들은 2006년 제네럴 아이디어쇼와 서울컬렉션에서 모델로서 본격적인 워킹을 시작했다. 이들 중 만 스무살이 채 안 되었지만 자기미학이 분명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신세대 모델 김정헌을 만나 패션모델에 관한 진솔한 얘기를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져가며 들어보았다.

무대가 가장 훌륭한 교사, 자신감 얻어

▲ 아이엠어 모델을 통해 데뷔한 신인모델 김정헌
ⓒ 김정헌
- 부산 프레타포르테 쇼 무대에 선 소감은?
"많이 긴장했지만 좋았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다. 동경, 파리, 뉴욕, 런던 같은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에도 꼭 서보고 싶다."

- 모델을 지망하게 된 동기는?
"고 1때 우연찮게 김래원, 신애 주연의 CF에 보조모델로 선 적이 있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모델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 그때부터 모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갈수록 꿈은 현실로 되었고 지금은 내 전부가 되어버렸다.

- 그동안 어떤 쇼 무대에 섰는지 궁금하다.
"작년 한 케이블TV의 모델육성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2000여명의 예비모델들을 제치고 운좋게 2위를 차지했다. 공식 데뷔무대는 지난해 제네럴 아이디어 쇼다. 07/08 춘하 서울컬렉션때는 김서룡 등 3개의 쇼에 섰고 올해 07/08 추동 서울컬렉션때는 엠비오, 장광효 등 5개의 쇼에 섰다."

- 패션쇼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워킹이나 표정, 제스처를 좀 더 다듬어 '내것화'시켜야겠다는 점을 늘 느낀다. 무대경험만큼 좋은 교사가 없는 것 같다. 무대경험을 통해 조금씩 나만의 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음번 쇼에는 좀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이런 것을 즐길 줄 아는 모델이 프로가 아닐까 싶다."

- 모델 역시 가수나 배우들처럼 애환이 많을 거 같은데 일반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개인적으로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솔직히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그다지 힘든지는 모르겠다.(웃음) 모델들의 화려한 이면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한번의 쇼를 위해 수일 전부터 디자이너와 미팅을 갖고 오디션, 피팅, 리허설 등 2~4번의 만남을 가진 후 쇼에 설 기회를 부여받는다. 쇼 당일 날도 새벽부터 현장에 나가 리허설에 참여해야 하고 쇼 컨셉에 맞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단 몇 분의 워킹을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모델은 느낌이 중요, 외모지상주의는 부적절

▲ 서울컬렉션 때 워킹을 하고 있는 김정헌. 중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년의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 김정헌
- 모델을 동경하는 사람도 있지만 외모지상주의의 전형이라는 극단적인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체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일정한 기준이나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모델에 비해 신장이 작거나 통통할 경우 모델 활동을 시작한다 해도 상당부분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모델이라고 해서 다 예쁘고 잘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남녀 탑 모델을 보면 잘 생긴 외모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디자이너들은 얼굴보다도 필이 좋은 모델, 감각이 뛰어난 모델을 선호한다. 얼굴은 부차적이다. 이런 점 때문에 외모지상주의 시각에서 모델을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영국 등 해외에서는 마른 모델을 퇴출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몇몇 디자이너도 마른 모델을 쇼에 참여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는데?
"국내외 패션계에 커다란 이슈가 된 것은 사실이다. 가깝게 07/08 추동 서울컬렉션에서도 일부 디자이너분들이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분들은 아직까지 슬림한 모델을 선호한다. 트렌드는 변화한다. 어느 순간 슬림룩이 퇴보하고 글래머스룩이 대세를 이루기도 한다. 어떤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느냐는 솔직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델은 직업속성상 시대를 대표하는 트렌드를 쇼를 통해 보여줄 의무가 있다."

- 마지막으로 포부를 듣고 싶다.
"모델과 연기자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더 많이 배우고 큰 무대를 통해 느낌있는 모델로 자리잡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연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연극을 전공으로 택했다. 지금은 모델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연기를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패션관련 상식
프레타포르테는 기성복, 런웨이는 쇼무대

▲프레타포르테(prêt--porter) -ready to wear. 프랑스어로 고급기성복을 뜻함. 기성복 위주의 패션 박람회.
▲컬렉션 Collection. 고급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신작발표회.
▲S/S 컬렉션 Spring & Summer. 이전해의 가을에 다음해의 봄, 여름 춘하복 패션 트렌드를 미리 선보이는 것.
▲F/W 컬렉션 Fall & Winter. 봄에 가을 또는 겨울 추동복 패션 트렌드를 미리 선보이는 것.
▲런웨이 Runway. 패션쇼가 진행되는 주무대. T자, S자 등 디자이너의 컨셉트에 따라 다양한 무대가 선보인다.
▲백스테이지 Back stage. 모델들이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는 뒷 무대. 분초를 다투는 패션쇼 특성상 뒷무대는 주무대 바로 뒤편에 마련하기 때문에 '백스테이지'라고 부른다.
▲워킹 Walking. 모델들의 걸음. 디자이너의 의상 컨셉에 따라 다양한 걸음걸이를 하게 된다. 기본 워킹은 11자. 한때 뉴욕에서 유행하던 X자는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 추세.
▲피팅 Fitting. 옷 입어보기. 모델들의 필에 적합한 옷을 입혀보는 것.
▲빈티지룩 Vintage fashion. 젊은 층이 즐겨 입는 색이 바래거나 중고풍의 의류 혹은 그러한 경향.
▲글래머룩 Glamour fashion, 또는 글래머스룩. 풍만함을 표방하고 입는 패션 경향. / 김칠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