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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와 연애스토리 모두가 실종되었다.
ⓒ SBS
사랑과 연애를 못 해본 여자가 이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니 사랑과 연애를 한다 해도 자주 차이거나, 오랫동안 남자 없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에서 만큼은 완벽함과 능력을 자랑한다.

<마녀유희>도 그렇다. 일에서 만큼은 완벽한 마유희(한가인). 마녀처럼 독한 구석도 있다. 헌데 남자와 연애와 사랑을 못한다. 이런 숙맥이 어디 있나. 역시나 <마녀유희>도 삼순이와 달자 언니의 이복동생쯤 된다.

하지만 그들은 엉뚱하고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하지만 연애와 사랑에서 만큼은 똑 닮았다. 그런데 조금 차이가 있다. 이 드라마는 연애를 할듯 말듯 마유희를 괴롭히는 인간들로 가득하다.

연애를 못하는 건 다 남자들 때문이야!

▲ 채무룡은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은 승미라고 말할 뿐이다.
ⓒ SBS
마유희 주위를 맴도는 남자는 세 녀석이나 된다. 한 놈도 모자라 세 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정작 연애를 하지 못한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미모에 능력까지 겸비한 이 여성. 그런데 연애를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다 남자들 때문이다. 여타 이복언니들처럼 남자들은 줄기차게 주위를 맴돈다. 마유희 주위에는 잘 생기고 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성격까지 좋은 남자 천재 요리사 조니 크루거(데니스 오), 능력과 외모는 되지만 냉정한 성격의 남자인 의사 유준하(김정훈). 잘 생기고, 외모는 앞에 두 녀석보다 떨어지지만 이것저것 챙겨주며 정을 쌓고 있는 자상한 남자 '로맨스 헌터' 채무룡(재희)까지.

그런데 이 세 남자 모두 곁에 있지만 주위를 맴돌 뿐 선뜻 그녀에게 "연애를 하자",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다. 조니 크루거는 늘 옆에서 챙겨주며 자상하게 대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 친구해!"라고 선언한다. 거기에 첫사랑 유준하는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는 마음을 안 받아들인다.

거기에 채무룡은 조금씩 마유희의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는 애인인 승미(전혜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적어도 <내 이름 김삼순>에서 삼식이는 초반, 삼순이와 유희진을 왔다 갔다 했지만 한 번 마음먹으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다. 또한 <달자의 봄>에서 달자 주위를 맴돌다 사랑에 빠진 강태봉도 이러지는 않았다.

결국 마유희가 연애와 사랑을 못하는 건 본인의 문제가 아니다. 늘 무언가 사랑인 것처럼 행동을 다 해놓고 꽁무니를 빼는 남자들 때문이다. 결국 갖은 스킨십과 데이트로 혼자 가슴 떨리다 만 마유희가 쉬운 여자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정환경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마유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사랑과 연애를 할 남자가 세 남자 중에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계속 반복만 하고 있다. 그 사이 마음의 문을 열대로 연 마유희만 헤픈 여자로 만들어버려 그녀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이렇게 해놓고서는 왠지 채무룡과 사랑에 빠질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 이유는 애인인 승미에게 마유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만 하고, 마유희를 좋아하는 감정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세 남자는 돌아가면서 마유희와 데이트만 하고 있다.

적절한 연애 스토리도 캐릭터의 개성도 사라져

▲ 마유희의 세 남자는 늘 데이트만 한다.
ⓒ SBS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어디서부터 이 세 남자 중 한 놈만 추려 마유희와 연애를 시켜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저마다 개성이 사라져 버리는 꼴이 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 녀석이 마유희와 연애를 하기 위해 전개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9회를 넘긴 지금 이 순간에도 세 남자가 모두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극은 전개가 되어 마유희 캐릭터는 사랑 앞에서 한없이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적어도 <내 이름은 김삼순>은 차치하고, <달자의 봄>에서 달자는 세 명의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극의 흐름이 전개가 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서 패해 퇴장했다.

가령 처음에 신세도를 좋아했지만 그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친구로 지냈으며, 엄기중과 강태봉을 저울질하던 달자는 엄기중이 별거 중이라는 사실을 아고 일단 사랑을 접었다. 그리고 강태봉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잘 생기고 돈 많고 능력 있는 이 남자들에게 하나씩의 결함을 만들어 두 남자를 퇴장시키고 한 남자만을 달자의 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마녀유희>는 세 남자의 매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지속적으로 세 남자가 마유희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좋아졌어!"라고 말하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갈 곳을 잃어버린 채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마녀처럼 악랄했던 마유희의 매력도 사라졌다. 마녀같지만 연애 한 번 못한 숙맥에서 그저 사랑 앞에 한없이 헤픈 여성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남자 대시에 흔들리고, 키스 한 번에 가슴이 뛰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연애라 착각하는 그런 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개성 있는 캐릭터도 사라지고 내용도 표류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것을 풀어야 하는데 극의 중반부까지 와서 갑작스레 채무룡과 짝을 이룬다는 사실은 억지스럽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모른 채 완고하게 자신의 사랑은 승미에게 있다고 여자만 상처 주는 그 남자. 매력 없다. 이 드라마는 결국 마유희와 승미만 상처를 받는 드라마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세 명의 남자들은 연기력과 상관없이 멋진 모습만을 보여준다. 한국어 발음 조차 하기 힘들어 국어책을 읽는 데니스 오나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으로 자신의 차가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김정훈이나, <쾌걸춘향>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는 재희까지. 그들의 캐릭터는 하나 같이 개성이 없는데도 잘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으로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아마도 <마녀유희>에서 시청자가 원했던 것은 마녀 같이 냉랭한 그녀와 과연 누가 사랑에 빠지고 남자가 어떤 식으로 마유희의 마음을 열고, 어떻게 프러포즈를 하는지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비록 중반부가 넘어가는 지금이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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