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노란 유채꽃을 좋아하시죠?나는 어렸을 때만 해도 유채꽃이 무언지 잘 몰랐어요. 어른이 되어 제주도 어딘가에는 해마다 봄이면 유채꽃이 활짝 피어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주었고, 신혼여행 온 사람들이나 다른 관광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는 걸 텔레비전에서 보고 알았어요.
노랗고 앙증맞은 꽃이 온 땅을 뒤덮을 만큼 핀 걸 보고 참 아름답다 여기고, 가까운 곳에 이런 유채 꽃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요.나중에 알고 보니, 이 유채꽃은 다름 아닌 '삼동추꽃'이더군요. 겨우내 밥상에 빠짐없이 올라오던 묵은 김장김치가 지겨울 때쯤이면 가장 먼저 싱싱하게 입맛을 돋우는 삼동추 나물이 바로 유채였어요. 이 맛난 나물을 경상도 지역에서는 '삼동추'라고도 하고, 대구 사람들은 '시나나빠'라고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난 어릴 때 '삼동추'라고 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맛난 나물이 제주도에서 봄 소식을 알리며 온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던 '유채나물'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제주도 사람들이 참 부러웠어요. 언제나 봄이 되면 잎을 따서 그대로 무치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먹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넓은 꽃밭을 만들어 많은 손님들을 맞아들이고 있으니 부러울 수밖에요.
얼마 앞서 내가 사는 둘레에도 꽤 넓은 유채 꽃밭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바로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지천저수지'인데요. 이 말을 듣고 마침 쉬는 날이라 지난 22일 남편과 함께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차를 타고 가면 삼십 분이면 가겠지만 너무 밋밋하겠지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갈만한 길을 찾으려고 위성지도를 살펴보니, '신나무골 임도'라고도 하고 '왜관임도'라고도 하는 멋진 숲길이 있었어요. 지도로 가늠하여 보니 30킬로미터쯤 되더군요.자! 이제 자전거를 타고 유채꽃이 아름답게 핀 '지천저수지'로 가볼까요?
구미에서 한 시간 반쯤 달려 왜관 신나무골에 닿으니, 어느새 등에 땀이 흥건히 배었어요. 집에서 나설 때부터 해는 쨍∼하고 나지 않았지만 꾸준히 발판을 밟으면서 왔기 때문에 꽤 후텁지근했어요. 이제 신나무골 임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길이 그다지 험하지는 않았지만 자갈이 많아서 매우 조심스럽게 타야 해요. 숲길에 들어서니 싱그러운 나무 냄새와 풀빛 고운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기분이 좋았답니다.
숲 속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는데, 제철을 맞아 향긋한 산나물을 뜯는 사람들이었어요. 언덕배기 위에 자란 두릅을 따느라고 한껏 손을 뻗는 이도 있고, 능선 아래까지 내려가 고사리를 꺾는 이도 있어요. 아찔한 모습을 보고 놀라는 우리를 보고 그분들은 더욱 놀라더군요. "아니! 여길 자전거를 타고 우째 올라왔대요?" 하면서요. 늘 느끼는 거지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겹고 말투조차 따듯해요. 쉬었다 가라는 사람도 있고요.
힘겹게 오르막길을 올라와 산 능선에 올라서니, 가슴이 탁 트이고 참 시원해요. 저 아래 우리가 가야할 지천저수지도 아득하게 보이고, 또 산 능선마다 구불구불 길이 훤히 보이기도 해요. 지난해 7월, 처음 자전거를 탈 때와 견주면 실력도 많이 좋아지고 힘도 세졌나 봐요. 남편과 서로 어깨도 주물러주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하기도 했지요.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곧장 달리면 노란 유채꽃이 넓은 호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루며 우릴 반겨주겠지요?
이윽고 '지천저수지'에 닿았어요. 가장 먼저 노란 유채꽃이 눈에 들어와요. 들머리부터 많은 차가 줄지어 서 있고, 끝없이 펼쳐진 꽃밭 가득 구경 온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달콤한 유채꽃 냄새가 어찌나 진하게 코를 찌르는지 나물로만 먹던 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고 매우 놀랐지요.사진기를 꺼내들고 자전거를 끌면서 들어서는 우리를 보고 저마다 꽤 남다르다고 여기는 거 같아요.
힐끔거리며 보는 사람도 있고, 어린이들은 마냥 신기해하며 보기도 하고요. 그도 그럴 것이 딱 붙는 쫄바지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머리에 헬멧까지 쓴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꽃밭에 들어선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할 거예요.
지천저수지 곁을 둘러싼 넓은 유채 꽃밭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꽃밭 가운데 들어가서 예쁜 모습을 하고선 사람, 식구들끼리 나와서 아이가 꽃밭에서 재롱 피우는 걸 놓칠 새라 사진 찍으려고 쫓아다니는 아빠,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와 멋스런 풍경 속에 스스로 또 다른 풍경이 되어보기도 하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모두 기쁘고 즐거워 보였어요. 또 저수지에는 하얀 물살을 가르며 수상보트와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도 있어요.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나오려는데 몹시 아쉽더군요. 돌아가는 길도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지요. 돌아오는 길에는 오르막길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내리막길처럼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 지천면 '요술고개'까지 돌아서 왔지요.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제법 먼 곳까지 다녀왔는데도 마음은 무척 즐겁고 뿌듯했어요.
그동안 꾸준히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하면서 쌓인 실력에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제주도 못지않은 아름다운 곳이 우리 둘레에 있다는 게 꽤 자랑스럽기도 했지요. 아침 8시 30분쯤에 집을 나서서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니 오후 4시쯤 되었어요. 산을 넘고 고개를 몇 번씩 넘어 돌아온 거리를 보니, 무려 72킬로미터나 되더군요. 몸은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아주 즐거운 나들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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