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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좋다 - X맨을 찾아라(이하 'X맨')>가 끝났다. 남녀 연예인들의 '당연하지' 게임과 커플 맺기를 위한 유혹의 댄스로 나른하고 아쉬운 일요일 오후를 주름잡던 < X맨 >이 드디어 끝났다. 저게 끝날 때가 되었는데 언제까지 우려먹으려나, 하는 생각을 마구 할 무렵 딱 끝나줘서 고맙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 프로그램의 아성이 클수록 제작진의 고민과 부담도 컸으리란 것은 뻔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 뒤를 이은 <일요일이 좋다 - 하자GO!(이하 '하자GO')>를 눈여겨보게 된다. 자, 뭘 준비했지? 더 나은 패를 가지고 있어?

뚜껑을 열고 들여다본 < 하자GO >는 아직 2회 방송된 것에 불과하지만, 변변찮은 패를 쥐고 표정만 호들갑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 X맨 >에서 기본적인 틀을 확 바꿨다. 메인 MC 4명이 게스트들과 몇 가지 게임을 벌이는 것인데, 우선 이 MC 4명 중 3명은 어디서 많이 보던 패거리다. 유재석, 박명수, 하하, 이혁재로 이루어진 4명 중에서 이혁재를 제외한 3명이 바로 오락 프로그램의 신기원 <무한도전>의 멤버들이다.

이 점 때문에 < 하자GO >는 처음부터 <무한도전>과 비교될 운명에 놓였다. 전작 < X맨 >과의 비교도 부담스러운데, 현재 최고의 주가를 보이는 주말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비교될 운명이라니 처음부터 꽤나 가혹하다.

< X맨 > 주 시청자 층은 뻔하게 속 보이는 남녀연예인들의 로맨스 게임이나 실제와 설정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가는 험담과 폭로의 설왕설래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10대에서 20대 초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no 로맨스, no 커플, 그 대신 몸 개그와 못난이 놀음으로 더 폭넓은 시청자 층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오락 프로그램과 동시에 비교될 운명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 하자GO >가 택한 전략은 <무한도전>과 비슷하다. 시청자 층을 '온 국민'으로 확대한 것이다.

12세 미만 어린이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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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MC 중에서도 메인인 유재석은 < 하자GO >의 뜻을 이렇게 말한다. "온 국민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지 하고 끝까지 하겠다"는 것. MC팀과 게스트팀은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나와 게임을 한다. < X맨 >이 체육관 콘셉트와 부킹 콘셉트를 오갔다면 < 하자GO >는 만화, 그것도 유인원이나 개구리 같은 유아용 명랑만화 콘셉트로 진행된다.

게스트팀으로 나온 타블로가 게임 중 지구 온난화를 두려워한다고 말하자 MC팀은 술렁인다. 그런 언어는 유아용 명랑만화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유재석은 단번에 곤란함을 표하며 "유치하게" 바퀴벌레 같은 것을 말하라고 시범을 보여준다. 유재석이 누차 강조하는 "원초적인 웃음"은 12세 미만도 이해 가능한 웃음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 하자GO >가 시작될 때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 부적절한 프로그램이니 시청 지도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자막으로 뜬다. 12세 미만, 아니 심지어 6세 정도의 언어 구사력으로도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왜 12세 미만은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 < 하자GO >가 택한 전략이 균열을 일으킨다. 유아를 보지 못하게 하는 유아용 명랑 만화라니.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유아용 명랑 만화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너그러워진다면 일요일 오후에 생각 없이 웃기에는 유아용 명랑 만화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만일 < 하자GO >가 향후 지속적으로 <무한도전>처럼 MC나 고정 게스트의 캐릭터 화를 추구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 가정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후반부의 '이상한 버저' 게임이었다.

< 하자GO >가 추구하는 웃음의 중요한 요소는 자해다. (12세 미만의 시청을 제한하는 수수께끼를 굳이 풀자면 자해 모방의 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반부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상한 버저' 퀴즈는 자해에 의한, 자해에 의한 자해의 슬랩스틱이다. 여기서도 MC 팀과 게스트 팀은 양편으로 나뉘어 퀴즈를 푸는 대결을 한다.

답을 말하기 위해서는 버저를 눌러야 하는데 이 버저가 희한하다. 새총을 만들 법한 두꺼운 고무줄을 잡아 당겨 얼굴에 튕기고(으악), 벌떡 일어서서는 쟁반으로 면상을 얻어맞고(억), 밀가루를 얼굴에 뒤집어쓰는(흐윽) 것이 이 게임의 버저다.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틀린 답을 말하면서 얼굴을 얻어맞고 그 때마다 얄궂은 표정을 짓는다. 이 버저는 게임의 기능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 틀린 사람에게 주는 벌칙도 아니다.

단지 출연자가 입을 떼려면 피할 수 없는 절차다. 그것도 자기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물리적 고통이다. 퀴즈를 내는 진행자까지도 누군가가 정답을 맞혔을 경우 똑같이 버저를 사용해야 한다. 퀴즈의 내용이나 참가자들의 언어에 웃음의 핵심이 있지 않고 버저를 누르는 반복적인 행위 그 자체가 웃음의 요소이다. 퀴즈를 통한 슬랩스틱이라니 아소 호응이 어긋난다는 느낌이다.

자해 공갈 쇼쇼쇼! 그만 망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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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슬랩스틱의 성공 사례는 KBS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다. 제작진은 이것 또한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2주 연속 '마빡이'팀의 두 중심인 박준형과 정종철이 버저 퀴즈에 출연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초등학교에서 '마빡이' 노래가 나오면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마빡이 흉내를 낸다고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굳이 심층적인 의미나 사회 현상으로서의 해석 같은 것을 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매우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는 집단은 일차적으로 역시 아이들이다. 그런데 일곱 명 사내들이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고 모여 앉아 연신 자기 얼굴을 가격하는 '이상한 버저' 퀴즈는 코미디라기보다는 자해 공갈 쇼다.

하나도 웃기지 않는데 표정만 이렇게 저렇게 지어 보이며 웃기지, 웃기지? 하면, 웃기니까 이제 그만 두라고 공갈이라도 쳐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자해 코미디를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쩝, 자해 모방의 우려뿐만 아니라 공갈이라는 비교육적 요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빡이'도 그 형식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다. 시청자 UCC를 소개하면서 그 난국을 어느 정도 타개해 나갔지만, 역시 슬랩스틱은 핵심적인 요소로 지속된 생명력을 갖기보다는 핵심적인 요소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자체로 한 프로그램 혹은 한 꼭지를 구성하는 핵심이 되기에는 위험하다.

MC들 중에서 유일하게 <무한도전> 멤버가 아닌 이혁재는 어쩐 일인지 < 하자GO >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혁재는 차력 쇼로 데뷔를 했다고 하고, 지금도 특징적인 신체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언어유희에 능한 개그맨이다. <야심만만>에서 그의 말발이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하고 빛을 발하는 순간들을 보라. 그러므로 언어유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자해를 통해 웃음을 주고자 하는 < 하자GO >에서 그의 능력이 크게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듯싶다.

실은 < 하자GO >에 관해 한두 주 정도 더 지켜본 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심심할 때는 < X맨 >의 시덥잖은 게임도 실컷 보곤 하던 내가 작정하고 보기 시작한 < 하자GO >는 퀴즈를 빙자한 자해 공갈 쇼에서 너무 지루해져버렸다. 다음 주에는 그 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제작진도 불리한 게임을 시작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조금만 거슬려도 잔뜩 가혹한 시선을 보낼 태세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잘 나가는 앞선 것들, < X맨 >, <무한도전>, <마빡이> 등 조금이라도 비교되거나 연상시킬 수 있는 것들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다르게, 독창적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면 부릅뜬 눈은 금세 세모꼴로 변해서 쉽게 웃어줄 것이다. 바로 전 날 <무한도전>에서 실컷 자빠진 유재석이, 말솜씨가 탁월한 이혁재가, 웃기지도 않는 자해 쇼에서 망가지기를 보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현정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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