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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치매 노인 미스타리(신구).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치매 노인 미스타리(신구). ⓒ imbc
드라마 속에서의 치매 노인이 가정불화와 가족파탄의 원인으로 묘사되던 때가 있었다. 착한 며느리와 독한시어머니의 대결 구도에서 반전의 단초가 되기도 했던 치매. 치매의 정도가 심해야만 극적인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인지 당시 드라마 속 치매노인은 사람을 몰라보는 것은 기본이며 자해와 가해, 욕이나 폭행은 물론 자신의 배설물을 벽에 칠하는 등의 최악의 상황만을 골라 보여주곤 했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치매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치매는 자식들이나 며느리를 괴롭히는 성질 못된 노인들이 벌을 받듯 걸리는 나쁜 병이며 가족을 해체하고 가정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는 등, 숨기고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노년의 모습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급속한 노령화와 함께 치매 인구도 눈에 띄게 증가하자 이를 반영하듯 치매에 대한 방송의 표현도 많이 달라졌다. 치매가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며 노인들이 주로 겪게 되는 질병의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 안에서 치매 노인을 끌어안는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지난해 종방 된 MBC 주말 드라마 <누나>였다. 치매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나를 펑펑 울렸던 <누나>의 치매 할아버지 오현경. 그간 치매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보여주었던 폭력성과 문제행동은 사라지고 따뜻함과 여림, 그리고 순수함만을 간직한 채 자애롭게 늙어가는 치매 할아버지 오현경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갔었다.

드라마 <누나>에서 치매 할아버지로 나왔던 오현경.
드라마 <누나>에서 치매 할아버지로 나왔던 오현경. ⓒ imbc
당시 치매 할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명심보감>의 한 구절 한 구절은 어록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중증 치매 노인들이 예전의 지식들을 소상히 기억해서 합리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접어 둔다면 말이다.

<누나>에서의 극적 재미에 힘입은 탓인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몇몇 드라마에도 치매 노인은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영란씨' 김용림과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의 '봄이 할아버지' 신구가 바로 그 치매 노인들이다.

"우리 아들은 저 바다에 있어요. 메주야, 석현이는 우리 석현이야. 영신이 친구 석현이야."

<고맙습니다>의 '미스타리(신구)'는 방송 초기부터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독특한 조연 캐릭터였다. 아들, 며느리를 바다에 잃고 정신을 놓은(치매에 걸린) 미스타리. 한때는 잘 나가는 밴드 마스터로 이름도 날리고 시와 팝송을 좋아하는 멋쟁이였지만 지금은 여덟 살 봄이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치매 노인일 뿐이다.

미스타리는 영신이나 봄이, 석현이 등 치매에 걸리기 전 사랑했던 사람들은 기억한다. 하지만 때때로 실변을 하기도 하고 정신이 돌아올 때면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고 하는 것으로 보아 치매 증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급속도로 중증을 향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식구를 알아보는 미스타리에 비하면 <착한여자 나쁜여자>의 할머니 영란씨(김용림)는 치매증상이 좀 더 진행된 상태다. 늘 함께 지내는 며느리는 물론 가장 아끼는 손주 며느리에 대해서도 인지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착한여자 나쁜여자>의 치매 할머니 김용림.
<착한여자 나쁜여자>의 치매 할머니 김용림. ⓒ imbc
최근 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어린 시절의 기억에 갇혀 지내며 먹는 것에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거나 가족들에게 욕설까지도 서슴지 않는 치매노인 영란씨(김용림). 드라마 속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비슷한 과정에 있는 치매 노인들에 비한다면 그 행동이 상당히 얌전한 편이며 그래서 귀엽기까지 하다.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치매 노인들, 상당히 유아적인 특징... 정말 그럴까?

이처럼 요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치매 노인들은 상당히 유아적인 특징을 보인다. 정말 치매에 걸리면 미스타리나 영란씨처럼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고 순진해 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매의 특성상 판단력, 기억력, 인지력, 습득력, 운동능력 등이 차츰 떨어져서 결국에는 밥도 먹여주고 변도 받아 내야 하는 유아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영란씨나 미스타리처럼 귀엽고, 착하고, 순진하게만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요즘 드라마 속 치매 노인은 극적인 감동과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희화된 면이 없지 않다. 과거 치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왜곡도 문제였지만 요즘처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희화하는 것 역시 현실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100인이면 100인 모두 다 다른 증상을 보인다는 치매. 분노, 의심, 기억력 및 (시간)지남력의 저하, 판단력과 비판력의 저하, 감정조절 불가능, 운동기능 상실, 의존적 행동, 공격성 등.

치매노인들은 대부분 심각한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위해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해 종종 위해의 대상이 아닌 가족에게마저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번 고집을 부리면 절대로 꺾을 수 없어 목욕은커녕 옷이라도 한번 갈아입히려면 온 가족이 한바탕씩 난리를 피워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기능은 다섯 살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고집이나 의심, 폭력성 등은 어른의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욱 심해져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이 치매 노인을 집에 모시고 돌보아 드리는 방식보다는 전문병원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나 전문요양시설에 모실 것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드라마 속 착하고 귀여운 치매노인을 보면서 가슴 짠한 감동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슬프고 괴로운 시청자들도 있다. 함께 살고 있는 현실 속의 내부모의 치매가, 내 가족의 치매가 드라마와는 너무 달라 상대적인 불행감을 느끼는 때문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치매 전문 병원을 찾으면 가끔씩 드라마 속 치매 환자에 대해 불만을 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치매 노인들이 드라마 속 치매 노인만 같으면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미화나 희화가 문제라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치매 가족들의 속내는 치매 가족만이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치매노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치매 가족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그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치매 가족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묻지도 않는 참견을 하게 된다.

"저건 그냥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에요. 작가들이 치매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저렇게 만들어 놓은 거니까 비교하면서 불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작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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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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