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급 비리와 관련된 공무원 20명에 대해 이미 지난 2월 자체징계로 가장 낮은 수위의 견책(훈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말 초과근무수당 비리 파문 당시 부정 지급액 환수와 관련자 문책 등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자체징계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않아 고의적인 은폐의혹을 받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최근 초과근무수당 비리 공무원들의 징계처리와 관련해 확인을 요청하자 "경기도에서 징계 요구한 23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자체징계 대상 20명은 이미 지난 2월 견책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징계 마무리... '솜방망이 처벌' 논란 가열될 듯
견책은 공무원 징계 5등급(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조치로, 감봉과 함께 경징계로 분류되고 있다. 이어 5급 이상 고위급 3명은 지난 3월 22일 경기도인사위원회에서 1개월의 감봉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수원시 초과근무수당 비리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징계내용은 고위직 3명에 대해서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뿐, 자체징계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추가 징계 대상자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초과근무수당 비리 관련자 징계는 23명으로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이로써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수원시 초과근무수당 비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원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감사처분에 따라 자체적으로 징계조치를 취했다"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무슨 좋은 일이라고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징계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감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원시의 이런 태도는 지난 1월 30일 초과근무수당 비리 파문이 커질 당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는 자체 홈페이지에 김용서 수원시장을 대신해 공보관 명의로 사과문을 올려 "철저한 조사를 거쳐 잘못 집행된 부분에 대해 환수 및 관련자 문책 등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공보관은 사과문에서 "앞으로 시민들을 위한 투명행정·공개행정·신뢰행정을 펼쳐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수원시의 자체징계 결과에 대한 비공개 태도는 결국 수원시 스스로 시민들에 대한 약속을 무너뜨린 셈이 됐다.
시민공대위 "또 한 번 시민들 우롱... 강력 대응하겠다"
수원시가 지난 2월 자체징계를 끝낸 사실이 알려지자 수원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원시 초과근무수당 부당 지급액 환수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원시민공동대책위원회'(아래 시민공대위) 쪽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민공대위 한 관계자는 "수원시가 그동안 언론과 시민단체를 감쪽같이 속여온 것 아니냐"면서 "또 한 번 시민들을 우롱한 수원시에 대해 앞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에 주민감사 청구와 함께 주민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나 수원시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초과근무수당 비리 관련자들의 형사고발을 적극 고려해야 될 것 같다"며 "곧 연대 단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월 수원시 공무원 2311명이 최근 5년(2002년 1월~2006년 9월) 동안 초과근무시간을 허위·대리 기재하는 방법으로 모두 333억4700만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경기도는 같은 달 22일 수원시에 대한 기관경고와 함께 본청 5명, 구청 18명 등 모두 23명의 비리 관련자 경징계, 앞으로 1년 동안 가장 낮은 할증율의 수당을 지급하는 페널티 적용 등의 감사처분 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민단체 쪽에서는 "경기도가 수원시에 대한 감사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초과근무수당 비리 내용을 밝혀내고도 경미한 처분을 내려 결국 수원시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