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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개성공단지원법 통과, 정치권의 방북 러시….

대북 이슈의 '파이'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2·13 합의 이후 대북 이슈는 다른 차원의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핵문제의 해결을 넘어, 북미수교·종전선언·평화체제의 전환· 영토조항 개헌문제 등 근본적으로 판이 새로 짜이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방법론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사이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냐, 4자정상회담이냐의 논란이다.

노 대통령 쪽은 '북핵 우선 해결'이라는 인식하에 "남·북·미·중 정상회담 틀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전 대통령 쪽은 '남북 주도권'을 강조하며 "남북 정상회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놓고는 양측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메시지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북한·중국 이어 미국까지 가는 이해찬 "4자 회담이 효과적"

노 대통령 쪽에선 이해찬 전 총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북한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이 전 총리는 지난 4월 중순 일본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고, 내달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북·중·미· 일 이해당사국들을 두루 접촉하는 셈이다.

이 전 총리는 4개국 당사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4개국 정상회담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하지만 순차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전지전이 아닌 전격전의 개념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남북 양자 > 남북미중 4개국 > 남북미중일러 6개국'으로 이뤄진 '3겹의 동심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바람직한 것은 남북 관계가 4자· 6자의 관계를 촉진하는 흐름이지만 난관이 많고 시간이 걸린다"며 "4개국 당사자가 좀더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남북과 6개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문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4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노 대통령은 6자 회담과 남북회담의 순차적 접근을 강조하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 지난 25일 광주 5·18기념문화회관 대동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왼쪽), 이해찬 전 총리(오른쪽), 정동채 우리당 의원(가운데)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DJ 메시지 전한 정세현 "남북이 주도하고, 미중이 보증하는 방식"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6자 회담의 성공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노 대통령과 선후가 다르다.

지난달 국제기자연맹 특강에서 김 전 대통령은 "지금 단계는 정상회담에 주안점을 두고 노력해야 할 때"라며 남북 정부 간 긴밀한 대화를 주문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전북대 강연에서 "4자 정상회담을 예상한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이 한때 이해찬 전 총리의 4자 회담 추진설과 맞물려 '두 정권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지만, 최근 동교동 쪽에선 "곡해"라며 참여정부를 향해 잇딴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쪽에서는 국민의 정부 시절 두 전직 통일부 장관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최근 정세현 전 장관(민화협 의장)은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주최로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정상회담 우선 논리를 폈다.

정 의장은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협상' 중재 때와 월남평화협정 체결 당시 미국의 외교 전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동맹국보다 적(공산당)이 미국의 환심을 사는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남북관계 행보(남북정상회담)가 북핵문제 해결 행보(6자 회담)보다 한발 늦는 것은 매우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통일지향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남북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 주도의 평화협정을 중국과 미국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3월, 개성공단내 삼덕스타필드 공장에서 북측여성노동자들이 신발을 제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임동원 전 장관도 같은 견해다. 다만 한반도의 평화협정과 관련, 유엔의 역할을 부여한 것의 차이. 남북이 주체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고 이를 유엔이 추인하는 '2+2+UN'방식이다.

정세현·임동원 전 장관의 이같은 행보는 김 전 대통령과 사전 교감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열린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회에서 김 전 대통령과 두 전직 장관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긴 토론 시간을 가졌고, 참여정부의 4자 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도 '남북정상회담 우선론' 우세

정치권에서도 남북정상회담 추진 우선론이 우세하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의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통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민생모임의 최재천 의원도 "참여정부는 남북 주도적 틀이 아닌 다자적 틀의 평화 프로세스를 선호하는 듯한 여러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해찬 전 총리의 4자 정상회담 주장에 대해 "분단고착적 평화 프로세스"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04년 북한 평안북도 룡천 참사 복구현장에 지원되는 덤프트럭 20대, 칠판 50개, 책걸상 1500세트가 7일 오전 경의선 본도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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