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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새벽 남대문경찰서에서 보복폭행 관련 조사를 받고 돌아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극적 반전인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부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처지가 안쓰럽게 됐다. 2일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압수수색에서 봉투 한 장 달랑 들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뛰고 있는 광역수사대 경찰 모습을 보면 누가 도둑이고, 누가 경찰인지 헷갈린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심야의 활극은 엉성한 수사물을 거쳐 법정 심리극으로 번질 참이다. 문제는 그것이 관객을 사로잡기에는 애당초 수준 미달이라는 점이다. 법정 심리극의 요체는 진실 게임에 있다. 증거물과 변론, 법리 다툼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는 데 그 묘미가 있다.

하지만 북창동 초토화 사건은 그런 진실 게임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싶다. 막무가내의 우격다짐만 난무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상식과 합리적 추론을 배반하는 결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선 그나마 극적인 효과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그저 쓴웃음만 짓고 넘어가기에는 극적 반전의 상황이 엄중하다. 맞을 매는 맞아야겠지만 경찰만 탓하고 있기에는 그로 인해 빚어질 후과가 너무 크다. 막무가내의 버티기와 모르쇠가 통하는 법정이 된다면 사회 정의는 설 땅이 없게 된다. 보복 폭행의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분명한 증언에도 가해자가 금권의 힘과 위세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면 한국 사회의 사법 시스템은 그 뿌리부터 흔들릴 게 뻔하다. 금권의 힘과 위세로 진상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는다면 그 후에 벌어질 일들이 더 끔찍하다.

상식적 추론이 배반당하는 사회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조짐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그렇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시급한 숱한 법안들까지 한 묶음으로 팽개치고 있는 국회는 직무유기를 넘어 그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미 정당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정당을 끌고 가면서 재집권에 대한 미련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상식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 지난달 6일 국회 문광위 회의에서 발언 녹취록 관련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동순 방송위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얼마 전 한나라당 의원과 만나 방송에 대한 대선 전략을 논의한 강동순 방송위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송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없는 자격 미달의 행보를 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우격다짐으로 버티면 그만이다. 그를 추천한 한나라당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도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방송위원회에서는 회의 때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난장판'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 방송위원회가 지난 2일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무처 직원들이 아니라, 방송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위원회라고 한다. 나름대로 실추된 권위와 신망을 되찾아보겠다는 안쓰러운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이미 기본적인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의 방송위원들을 두고 구속력도 없는 윤리위원회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격다짐으로 거짓말이 통하고, 상식을 저버린 막무가내의 버티기가 통하는 사회. 2007년 한국사회는 이렇게 병들어 가고 있다. 한화 김 회장 부자의 보복 폭행 사건은 더 이상 흥미진진한 '조폭사건'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사법 시스템과 사회 정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 사건을 용기 있게 드러낸 기자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김승연#강동순#보복폭행#백병규#미디어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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