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드라마 속 모든 주인공들이 공감을 얻거나,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세월이 변해 이젠 청순한 캐릭터가 청승, 답답함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와 제작진이 그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끊임없이 짜증나는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그럼 이제부터 드라마 속에서 짜증나는 캐릭터를 살펴보기로 하자.

4차원 소녀 은수, 참 짜증나!

▲ 같은 여자가 봐도 짜증하는 <케세라세라>의 은수
ⓒ imbc
우선 한국의 아멜리에라 불리는 <케세라세라>의 은수는 엉뚱·발랄·엽기로 집약되는 캐릭터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같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엉뚱한 아가씨가 무척이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특히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사랑 행보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한 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라 생각하며 이복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은수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까지 참 좋다. 가난한 형편이지만 꿋꿋하고, 배 다른 동생이지만 진짜 동생처럼, 늘 돈을 요구하는 뻔뻔한 계모지만 그녀를 엄마로 여기는 이 여자.

이런 캐릭터는 캔디캐릭터로 숱하게 TV드라마에서 보아오던 유형이다. 그래서 식상할 정도로 착한 이 여자 대책이 안 선다. 그래 여기까지는 캔디 캐릭터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는 캐릭터로 시청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해 보자.

그런데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놓고 사랑에 숙맥인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게다가 첫 키스 한 번 해보지 못한 은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선시대도 아닌 지금 키스 한 번에 연애까지 이어간다고 생각하는 은수는 21세기에 조선시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여성이 아닐지.

그래 사랑에 숙맥인 것도 이해해보자. 우리의 언니 삼순이도 사랑에서는 숙맥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여자 궁금증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가지 않는 일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극중 "다른 사람들은 다 예측가능한데 은수는 달라"라는 태주의 말처럼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최고의 카사노바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4차원 세계를 가졌으니 어찌하리오. 조금이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던지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혹은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가차 없이 반격에 들어간다. 그 반격은 상대가 질릴 정도로 집요하고 집착한다. 그런데도 이 여자가 좋단다. 태주도, 신준혁도 말이다.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청승맞을 정도로 청순한 척하고, 사랑에도 능숙하지 못한 은수가 왜 인기가 많은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는 두 남자의 구애를 받으니 같은 여성인 차예린이 싫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짜증나는 여자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인 지금 청승맞고, 사랑에도 능숙하지 못한 이 여자를 현실에서 만난다면 과연 누가 좋아할까? 거기에 은근슬쩍 이기적이다. 태주에게 차이고, 꿋꿋하게 버텨보지만 자꾸 자상하게 다가오는 신준혁에게 의지한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이란 행동은 다하고, 말은 다 해놓고 태주가 다시 다가오자 언제 신준혁에게 의지했냐는 듯 자신의 사랑을 찾아 발을 뺀다. 더 나아가 그것도 모자란 지 자신의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신준혁에게 다시 일을 하고 싶다(태주와 연애를 시작한 뒤 부담스럽다고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예전 같으면 그런 모습이 청순하고 착한 여성이기에 시청자는 공감했지만 지금은 솔직, 당당한 언니들이 대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1세기에 캔디와 조선시대 규수, 4차원 소녀를 버무린 은수가 시청자가 좋아해주기란 쉽지 않은 캐릭터다.

"나는 몰랐어요"라고만 외치는 선희 아줌마

▲ 답답한 마마걸 우아한 아줌마 <내 곁에 있어>의 선희
ⓒ imbc
은수와 비슷한 청승맞은 아줌마가 있다. 드라마 <내 곁에 있어>의 주인공 장선희. 의사 남편에 예쁜 딸, 호텔 집안의 시댁. 남부러울 것 없는 이 아줌마는 언제나 우아함과 고상함을 풍긴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고3때 국어선생과 도망을 가 살림을 차렸고 은주와 은호라는 아이들까지 출산하고 난 뒤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어머니에 의해 끌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 그래서 우아하고 고상하지만 언제나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그런데 문제는 몇 십 년이 지난 장선희는 여전히 세상 물정 잘 모르는 19살 소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과 전 남편을 그리워하지만 마마걸로 자신의 엄마가 강요하는 대로 살아간다. 더 큰 문제는 마흔이 넘었다는 것.

마흔이 넘어 그렇게 행동하는 선희를 과연 누가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가끔은 답답을 넘어 짜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애, 그리고 늘 자신에게 모호한 질문을 해대는 여자애가 자신의 애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는 짜증이 난다.

게다가 그 여자애인 은주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전 남편이 죽은 날이 같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딸이라고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선희 아줌마 "멍청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물론 자신이 키웠을 당시 은주와 은호가 아닌 아롱이와 다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한들 그 정도까지 은주가 의미심장한 말들을 하고 죽은 날까지 같은데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 그 길고 긴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그런데 역시나 마마걸이 이 아줌마 자신의 엄마에게 속 시원하게 원망도 못하고, 아이들 앞에서도 그저 한없이 울기만 한다. 간간이 "미안해!" "용서해줘 은호야!"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한다.

어쩜 그럴까?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식을 만났고 그 아이들이 은주와 은호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만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훔치고 간혹 괜한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푸는 일밖에 없다.

모성애는 강하다 누가 말했는가? 적어도 병원의사 사모님인 선희 아줌마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아줌마를 보고 있으면 가련하기 보다는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그렇지만 다행히 극적인 순간이 매일 연출되다 보니 시청률은 껑충 뛰었다. 그렇지만 선희 아줌마가 변함없이 무능력한 마마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이 언젠가는 질려버릴 지도 모른다.

착한 것도 정도껏 해라! 세영아!

▲ 남편의 외도에 버티기 작전뿐인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세영
ⓒ imbc
같은 방송사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세영도 선희 아줌마와 만만치 않다. 자신의 남편 건우가 첫 사랑 서경과 6년간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다 밝혀지고 뻔뻔한 만남을 이어가고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데도 세영 아줌마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저 버티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여권과 이혼서류 도장 요구에 "못 줘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치매 걸린 할머니가 나서서 건우의 뻔뻔함에 경종을 울리겠는가.

더욱이 임신을 했음에도 그저 울거나, 서경을 잠깐 만나 경고하는데 그쳐버린다. 아무리 타이틀이 <나쁜 여자, 착한 여자>라고 되어있다 해도 착한 것도 정도가 있다. 어느 여자가 그것도 6년간 외도를 한 사실을 알고도 반항이나 욕설 한 번 하지 않고 버틸까?

착하지만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 흥분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낸다. 실어증에 걸리고, 가출하고, 남편이 병원을 팔려하자 그것을 매입하려는 모습은 시청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단지 나쁜 여자와 착한 여자를 대립시켜 시청률을 올리자는 계산이 절반쯤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머지 절반은 짜증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오히려 미친 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소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것은 이젠 착한 여자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세영 아줌마를 보면서 "착한 것도 정도껏 해라!"라는 말을 내뱉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현모양처는 단골 인기캐릭터로 꼽히며 계속 등장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적어도 세영이 아줌마처럼 남편의 외도에까지 버티는 것은 정말 아닌 듯하다.

작가와 제작진이 제발 이러한 단골 캐릭터를 인기 캐릭터로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 더는 청승을 청순으로, 맹한 것을 현모양처로, 오해하지 말자. 그러한 캐릭터는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세라세라#한은수#캐릭터#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