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볼 한국 축제란 무엇인가?
지난 5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볼에서 개최된 제5회 한국음악 축제에는 20000명의 한국음악 애호가들이 모여서 5월의 밤에 울려퍼지는 한국 음악을 만끽했다고 한다. 이 행사는 본래는 한인 교포들을 위한 축제로 기획되어서 명칭도 '한인 축제'였던 것이 비한국계 한국 음악 애호가들도 함께 하는 자리로 마련되어 '한국 음악 축제'로 바뀐 것이다.
연중행사로 거행되는 가장 큰 미국 내 한인들의 축제의 한마당인 '한국 음악 축제'에는 한국의 정상급 성악가 최현수 씨를 비롯해서 나이드신 분들을 위해 태진아 씨, 송대관 씨, 양희은 씨 등 전통가요 가수들과 젊은 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수퍼쥬니어, 아이비, 이루, 플라이투더스카이, 빅뱅 등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하였다고 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특파원 강수진, 김정미, 강만석 씨
이번에 어드로이트 칼리지에서도 필리핀 학생 강수진 씨와 김정미 씨, 그리고 브라질 학생 강만석 씨가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장장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LA로 향하였다.
그중에서도 김정미 씨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하고, 가서는 렌트카를 빌리고, 호텔에 묵으면서 입장권 중에서도 가장 비싼 좌석을 예매하였다고 했다. 강수진 씨는 이번 행사의 출연자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 그들이 묵는 호텔에서 지냈고, 대부분의 출연자의 사인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이루의 '까만 안경'이라는 노래가 매우 좋다는 강수진 씨는 가수 이루의 사인이 담긴 CD를 자랑스럽게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루 씨는 다른 사람한테는 사인을 잘 안 해줬는데, 제가 CD를 갖고 있어서 여기에 사인을 해줬어요".
"저는 이루 씨 아버지 태진아 씨가 점퍼를 입고 다니는 것도 봤어요".
"같이 찍은 사진은 없어요?"
"사진은 같이 못 찍게 했어요. 그래도 그 사람들 공연하는 것은 다 찍었어요".
LA에 가기 전에 '사진을 찍어도 돼요?'라는 말을 배워갔기에 그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사진은 같이 찍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배운 말들 다 했어요. 그런데 저는 한국말로 하고 가수들은 영어로 대답했어요. 그래도 제가 "반갑습니다"라고 하니까 한국어 잘 한다고 칭찬해줬어요".
콜로라도에서, 뉴욕에서, 플로리다에서, 영국에서
"저는 콜로라도에서 10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온 사람과 친구가 되었어요.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영국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뉴욕이나 플로리다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우리가 앉은 좌석 주변에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앉아 있었어요".
"우리 아마도 LA 텔레비전에 나왔을 거예요. 신문에도 나오고요. 인터뷰 했거든요. 거기에서 한국어도 좀 했어요"라고 초급 2반 학생 김정미 씨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필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내년에도 또 갈 거예요"라고 한다. 그러자 옆에서 그들의 사진을 보던 백인 학생 노아라 씨도 "내년에는 저도 가고 싶어요"라고 거들었다.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비한국계 미국인들을 위한 웹사이트들
미국에는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khype.com이나 soompi.com 등이 있는데 강수진 씨도 khype.com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지난 주에는 비보이즈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하려고 LA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사이트의 회원들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한국 가수 콘서트에 단체로 참석해 열성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응원하면서 미국 속의 한류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이트에는 새로운 앨범 소개는 물론이고 매주, 매달 자신들만의 한국 가요 순위를 발표하고 각종 한국 가수들의 미국 콘서트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한국 음반 업계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한국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CD나 DVD로 구입하고 있다.
미국 속의 한류를 통하여 한국 음반 시장의 불황을 타계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하다.
미국 속의 한류를 만들어준 한국 가수분들, 탤런트분들 고맙습니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노래와 가수들을 좋아하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DVD로 모두 소장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고맙다. 또한, 이들로 하여금 한국을 좋아하게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게 해준 '까만 안경'의 이루 씨가 고맙고, '대장금'의 이영애 씨가 고맙고, '마이걸'의 이다해 씨가 고맙다.
일전에 필자가 '미국에 부는 한류 열풍'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을 때에, 미국에 사는 어떤 분이 '미국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미국에 한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쓰신 것을 보았다. 그 분께 이 할리우드 볼에 울려퍼지는 '대~한민국'의 함성을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자신 있게 '미국 속에 한류는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