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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연예인들이 출연한 대부업체 TV 광고. 등록업체들은 평균 이용 금리 연 181%로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오늘(9일)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이자폭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주보다 0.03% 포인트 오르는 등 한 달 동안 0.06% 포인트나 올랐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요인은 한국은행이 지불준비율을 올리면서 CD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화차입금 규제, 7월부터 시행될 주택자금 대출 때 부과되는 출연요율 인상 등의 요인이 겹치면 주택대출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한 달 동안 오른 금리가 0.06%. 그런데 웬 이자 폭탄인가? 하지만 연리로 따지면 0.72% 포인트. 많게는 1% 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은 1년에 100만원을 이자로 더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집값까지 하락 추세에 있다 보니까 가계발 금융대란이 우려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0.06% 이자 폭탄'은 사치였다

하지만 오늘 <한겨레>가 1면 머리기사로 전하고 있는 대부업체들의 고리채를 보면 이를 두고 '이자 폭탄'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60일 무이자 대출' 과장광고, TV·인터넷 등 홍수...'고리채 천국' 뒷짐진 정부)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대부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사금융 이용실태'를 전한 관련기사('사금융 이용실태 짚어보니..."1천만 원만 있으면…"')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고금리 실태가 충격적이다.

대부업법상 상한금리는 연 66%(이자제한법은 연 40%)로 돼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사금융 이용자 5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사금융 이용자의 73%가 이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 민주노동당이 수거한 불법 대출광고물.
ⓒ 장재완
얼마나 높은 이자로 빌렸을까? 평균 이용 금리 연 181%. 이것은 등록업체의 경우다. 무등록 업체는 무려 연 271%.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25배, 신용대출의 15배 이상 되는 금리다. 한 마디로 살인적이다.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금융감독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략 그 윤곽이 드러난다.

병원비와 학원비, 실직으로 인한 기본 생계비 때문에 대부업체를 찾았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39%였다. 다른 채무를 돌려막기 위한 것이 41%로 가장 많았다. 돌려막기는 카드 연체 상환용(23%), 은행연체 상환용(12%)이 많았다. 은행 빚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의 살인적인 고금리 빚을 끌어다 쓴 셈이다.

특히 이들 대부업체 돈을 빌려 쓴 사람들의 절반 이상(54%)은 1000만 원 정도만 융통할 수 있으면 사채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국민 혈세로 기사회생했던 은행들이

<한겨레> 기사는 불법·과장 광고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한겨레> 기사에서 공정거래위 소비자정보팀장이 지적한 것처럼 이같은 살인적인, 불법적인 고금리에 있는 것 아닐까?

<한겨레> 기사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사금융 이용자들에 대한 신용보증 지원을 강화하거나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등 대안금융 활성화를 통해 사금융 이용자들의 사회복귀를 유도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의료비 등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은행의 문턱을 낮춰주는 일 등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빌린 돈을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의료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은행이 '비상구'가 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설령 지금 당장 능력도, 담보 제공도 안 될지라도 갚을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꼭 필요한 생활자금은 시중금리대로, 혹은 더 낮은 금리로 융통해 쓸 수 있는 '비상안전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같은 대안으로 <한겨레> 기사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 신용대출) 같은 제도가 있다.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돼 있지만 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지연되면서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법제화만 기다릴 일은 아닐 듯싶다.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공적자금)로 기사회생한 은행들이 앞장서 이같은 '비상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대출이라고 해보았자 담보와 신용이 분명한 안전 대출만 하고 있다. 위험 부담이 높은 대출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는 것이 요즘 은행들의 실태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게 바로 은행이다.

고금리 대부업체는 은행 수익의 그림자

▲ 한 시중은행 지점의 대출 창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올 1분기 시중은행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은행만 1조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기 4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시중 은행 전체로는 무려 6조5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70%나 늘어났다.

은행들이 이처럼 사상 최고의 수익을 기록한 것은 LG카드 주식 매각 처분 이익(3조8천억 원)의 덕을 본 게 크다. 정부 주도의 LG카드 구조조정의 과실을 은행들이 고스란히 챙긴 것이다.

주택담보 대출 등 확실한 담보 대출 등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한 이자 이익이 무려 7조3622억 원. 비이자 수익 중에서는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가 5700억 원, 송금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가 16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은행들이 1000만 원 정도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수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그것은 분명 '직무 유기'다. 외환위기 당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의 혜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수익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다.

은행들은 지금이라도 그들이 거두고 있는 천문학적인 '과점적 수익'의 일부라도 당장 기댈 곳 없는 서민과 빈민들을 위한 '금융재원'으로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서민과 빈민들의 비상구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마이크로 크레디트 같은 대안적 금융제도에 출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연 200%가 넘는 고금리 대부업체의 존재는 바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존 은행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백병규#미디어워치#백병규의 미디어워치#은행#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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