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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1일은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 날'입니다. 가정의 달 5월에 부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이날로 정했다고 하는데요. 부부의 날을 앞두고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님에도 터부시해온 부부의 성(性) 문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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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도, 구타도 다 참고 살던 여자도 외도만큼은 참지 못하지요. 평소 아내들이 성(性)에 대해 표현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아내에게도 성(性)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지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를 보세요. 오로지 섹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여자 같잖아요. 색녀 같고 방탕해 보이지만 정작 남자들은 그런 여자에게 끌려 외도를 한다는 거예요. 아내에게는 없는 것을 밖에서 찾는 것이지요."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서는 성(性)에도 공(功)을 들여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가 있다.
성(性)에 공(功) 들여야 '성공 부부'
봄바람이 몹시도 불던 지난 5월 14일. 여의도의 한 방송국 로비에서 최근 부부 '성관계' 지침서인 <부부성공(性功)시대>를 펴낸 여성학자 오한숙희(49)씨를 만났다. 중년에 접어들며 더욱 시들해진 우리 부부에게도 또 다시 봄날이 올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공을 들이면 부부관계가 회복된다는 것인지? 혹시 책 속에 담지 못한 은밀한 노하우는 더 없는 것인지? '저자 직강'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서로 일정에 맞추다 보니 우리 인터뷰는 드라이빙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여의도에서 한 여성지와 인터뷰를 끝낸 그녀와 함께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 마포, 그리고 출판사가 있는 대학로까지 중간 중간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며 말 그대로 부부의 성에 대한 개인 과외를 받은 것이다.
오한숙희는 사회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여성학자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래, 수다로풀자> <아줌마 밥 먹구가> <딸들에게 희망을> <부부, 살어 말어>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10년 이상 부부 문제를 상담해온 가정문제 전문가로 더 알려져 있다. 지금도 '해심터'라는 개인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네 어느 골목이나 시장 모퉁이에서 만날 듯한 아줌마 모습 그대로인 그. 그 때문일까 그 앞에서는 쉽게 긴장이 풀린다. 오래 사귄 친구나 이웃처럼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한 그. 우리의 대화가 인터뷰라기보다는 중년의 나이에 있는 두 아줌마의 솔직하고 유쾌한 수다로 진행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결혼 틀' 밖에서 부부 문제 더 잘 보여
"남편이나 아내나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남편들은 아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고 아내들은 거짓 만족을 통해서라도 남편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죠."
혼자 산 지 14년째라는 그녀가 부부의 이불 속 문제에 대해 결혼 22년차인 나보다 훤히 꿰뚫고 있다니. 심지어 지난 세월 별 문제없는 척 살아왔던 우리 부부의 성에 대해 조목조목 이건 아니라며 조언까지 한다. 역시 가정문제 전문가라는 명성이 허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부부의 성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알 수 있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여성학을 하게 되면서 자연히 가정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10년 이상 상담을 하다 보니 가정의 중심인 부부 문제, 그중에서도 성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고 답한다.
숲에 들어가면 나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결혼이라는 틀 안에 있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틀 바깥에 있기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성은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인데도 여성들은 어릴 적부터 억눌려 온 성의식 속에 살고 있어요. 여성들의 성교육이 오직 순결 교육에만 치우쳐 성을 즐긴다는 것을 죄악시해 온 탓이지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여성이 건강하게 성을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가장 즐거워야 할 부부관계마저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지못해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는 의무 방어전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지요."
TV 속이든 현실이든 불륜과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부부 위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는 남편과 아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불만을 덮고 살다 보면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혼하는 부부들이 말하기 좋게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性)격차이가 대부분이에요. 재테크나 육아, 건강 등 다른 문제는 서로 의논하고 노력하고 공을 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성문제에 만큼은 따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든요.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도 언제나 다른 것들보다 소홀하게 생각하고 그러다 결국은 성문제로 불화하고 싸우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먹고 살기도 어려운 지금 부부관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살기 어려운 때일수록 부부 관계의 회복은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지친 상대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완벽하게 하나 됨을 경험하는 것은 고된 삶에 대한 보상이며 상처받은 마음에 대한 치유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섹스 주도해야 남편도 만족
"아내나 남편 모두가 부부관계가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부부관계를 통해 지치고 피곤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위로받고 사랑받으며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하는 것이지요. 누가 누구를 위해 봉사해주는 차원이 아닌 나도 즐겁고 내가 즐거우니 상대도 즐거운 그런 부부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아내가 주도하는 섹스를 권한다. 아내 스스로 즐거운 섹스가 될 때 남편도 만족하는 섹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어린 시절부터 잘못 주입되어 온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섹스는 추한 것, 더러운 것, 고통스러운 것이라거나 여자가 성에 대해 적극적이면 순진하지 못하다느니, 천박하다느니, 음란하다느니 하는 식의 편견들은 원만한 부부관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즐거운 부부관계를 위해 그녀는 놀이로서 부부관계를 제안한다. 특별히 나가서 즐길 것이 없는 우리네 부부문화에서 가장 쉽고 값싸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놀이며 치료가 부부관계라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못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지루한 부부관계에서 벗어나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다면 서로 유치해질 필요가 있어요. 손도 잡아주고, 아이처럼 엉덩이도 두드려주고, 장난꾸러기처럼 성에 대한 농담도 주고받고 손장난, 발장난, 말장난 치다 보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몸의 문도 열리는 거지요. 부부가 성을 가지고 노는 것이 부부관계 회복의 시작입니다. 놀이는 유치할수록 재미있는 거 아시죠?"
그녀가 꼽는 부부관계 3대 걸림돌은 시댁, 자녀, 직업생활이다. 시집과의 관계가 나쁘면 부부의 섹스에 금이 가고 자녀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섹스가 위축되며 직업생활에 너무 치중하면 섹스가 희생된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외박을 즐겨라?
결혼 생활 22년 중 10년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지금은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있고, 연년생 아들을 키우느라 지난해까지 수험생엄마로 지내 온 나로서는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건넌방에 밤잠 없는 시어머니가 TV를 보고 계시는데, 학원에 간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도 아이의 공부방에 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내가 그렇듯 대부분 아내들의 부부생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30대엔 열정을 있으나 직장생활과 육아 때문에 너무나 피곤해 즐길 여유가 없고, 40대엔 이 눈치 저 눈치, 눈치보다 시간을 다 보내고…. 그렇게 50대가 되면 그녀의 말대로 다니던 길도 인적이 없으면 길이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부부관계 역시 낯설고 서먹해 귀찮고 새삼스러운 '일'이 되어버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은발이 반짝이는 외국인 노부부를 보았다. 주름진 할아버지의 손에는 검버섯 가득한 할머니의 손이 꼭 쥐어져 있고 길을 가면서도 가끔 상대의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보낸다. 거리에서 키스를 주고받아도 전혀 어색할 것 없어 보이는 노부부. 부부라면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노후의 모습이 아닐까.
"행복한 부부로 늙어가고 싶다면 재테크 하듯 성(性)테크도 해야 합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계획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부부간의 성 역시 준비하고 계획하고 연구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힘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구요. 시어머니나 아이들이 걸린다면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이용할 수도 있거든요. 문제는 부부 둘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는 것입니다."
부부의 완벽한 성을 위해 애무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는 그. 몸을 애무하듯 마음을 애무하라고 권한다.
"성과학자들은 최고의 최음제는 약물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다고 해요. 마음을 애무해주는 것이 최고의 최음 효과를 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음이 없는 섹스는 그저 배설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요. 부부간의 섹스란 마음을 맞추고 몸을 맞추는 가운데 함께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심신의 퍼포먼스에요. 아름다운 부부 생활을 위해서는 이 퍼포먼스에 더 많은 공을 들이지는 것이 제 결론이랍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그녀의 사랑학 강의에 깊이 공감한 나머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그녀가 제안한 대로 우리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하룻밤 외박을 하자고 할까? 아름다운 우리들의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성테크에 나서보자고 할까? 갑자기 연애하던 시절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편도 그럴까?
| | 성공하는 부부의 7가지 습관은? | | | <부부성공시대>에 담긴 비법들 | | | |
| | ▲ <부부성공시대>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 | 겉으로는 무관심한 척, 모르는 척, 아무 문제 없는 척 덮고 넘기기 쉬운 부부간의 성문제.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욕구인 성. 부부에게 허락된 자연스럽고 편안한 성을 이제는 의무가 아닌 권리로 즐기라는 것. 바로 오한숙희씨가 펴낸 부부의 일심동체 섹스이야기 <부부 성공시대>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1부 '대한민국 부부들 이렇게 산다'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해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았다.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하는 날 아내의 관심사는 "언제부터 목욕하고 머리감을 수 있어요?" 남편의 관심사는 "언제부터 섹스할 수 있어요."
2부 '포르노와 로맨스를 만났을 때'는 로맨스의 환상에 빠져있는 여성의 성과 성기 위주의 성을 고집하는 남성들의 성 심리를 적나라하게 비교한다.
아내의 환상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주는 로버트 레드포트라면 남편의 환상은 사춘기 시절부터 보아온 포르노 비디오의 한 장면.
3부 '성공하는 부부들의 7가지 습관'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부부들을 관찰하며 뽑아낸 성공 부부들의 7가지 습관을 공개한다.
①섹스의 주인이 되어라 ②외도하지 마라 ③재테크 하듯 성테크하라 ④일상적으로 성을 표현하라 ⑤토크섹스를 하라 ⑥섹스의 3대 걸림돌을 뛰어넘어라 ⑦몸을 애무하듯 마음을 애무하라. / 김혜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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