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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업체인 (주)함양리조트는 주민들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5월 10일 지질 조사를 위한 장비를 투입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틀 후인 지난 12일 새벽 2시,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몰래 장비를 투입하여 야간에 지질 조사를 강행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밤을 새운 주민들의 저지로 세 군데만 지질 조사를 하고 장비를 철수하였습니다.
15일 주민들과의 대화를 약속하곤 함양군과 업체가 심야에 몰래 장비를 투입한 것입니다. 이에 격분한 주민들은 지난 15일 함양군수와의 면담을 하기 위하여 군청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군청 직원들의 저지로 군수와의 면담은 무산되었습니다. 더구나 함양군은 군수를 만나러 간 주민들을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고발하였습니다.
장터에 모여 함양군청을 향해 시가행진을 한 주민들은 장터에서 함양군민들에게 골프장이 왜 들어서면 안 되는지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이어 군청 앞에 모인 농민들은 "천사령 함양군수의 퇴진"과 "골프장 반대"를 외치며 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함양군 측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함양군은 공무원을 동원하여 군청 정문을 둘러싸 농민들의 군청 진입을 막았습니다. 경찰들은 군청입구를 지키며 태연하게 있는데, 군청 공무원들은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 라인을 지키며 경찰보다 더 앞장서서 농민들을 저지하였습니다.
더구나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집회 신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시위 장소에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시가행진을 할 때는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교통통제를 하였으며, 군청 앞에서는 차량 운전자와 시위 농민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웃들과 술을 한 잔씩 나누어 마신 농민들은 흥겨운 춤판을 벌였습니다. 신명나는 자리는 이를 지켜보는 경찰과 군청 직원들로 인하여 점점 흥이 가셨고 급기야 몇몇 사람들이 군청을 향해 돌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힘으로 젊은 경찰들과 맞설 수는 없었습니다. 제대로 한풀이를 하지 못한 할머니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고, 흥분을 가라앉힌 농민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가 농사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민들은 오후 3시경 자진 해산했습니다. 하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군청측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정도입니다.
나이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나이를 모른다는 할머니와 허리조차 펴지 못하는 할머니. 모두들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내 동네, 내 땅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으러 나왔습니다.
맑고 깨끗한 고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 죄인가요? 고향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함양군과 (주)함양리조트는 권력과 재력을 동원해 이간질 시키고 있습니다. 한가족처럼 지내던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리면서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낼 정도로 서먹해졌습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이웃끼리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양극화 해소를 외치는 정부는 돈 많은 사람들만이 즐기는 골프장을 마구잡이식으로 허가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일까요?
덧붙이는 글 | 평생 데모란 것을 모르고 살아오신 분들이 고향땅을 지키려고 데모를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