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6월 16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관련 기사 삭제 문제로 촉발된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가 여전히 어둠 속 터널을 지나고 있다.
23명의 기자들이 지난 1월 편집권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이 5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10일 노조는 ▲<시사저널> 사태 이후 단행된 징계 및 고소고발 철회 ▲편집권 보장 ▲제2창간 정신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십 건설 등을 골자로 한 7개항의 최종 요구조건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5일 후 돌아온 회사의 답변은 노조원들을 실망시켰다. "현 경영진과 기자들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이 보내온 답변서의 핵심"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이에 <시사저널> 23명의 파업기자들은 '옥쇄(玉碎·명예를 위해 깨끗이 최후를 맞는다는 뜻)투쟁'을 선언했다.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협상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음을 인정하고, 최종결정권자인 심상기 회장의 진의를 파악한 후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것.
이와 관련 <시사저널> 노조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사저널>의 오너인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정희상 노조위원장의 손에는 23명 기자의 사직서가 들려있었다. 23장 사직서가 담긴 하얀 서류봉투가 "독립언론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사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기자들의 결의를 대변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에 비유했다. 거짓말쟁이 재단사 금창태 사장이 순진한 임금님 심상기 회장의 이성적 판단을 막고 있다는 것.
정 위원장은 또 "금창태 사장은 단순히 기사 하나를 <시사저널>에서 삭제한 것이 아니라, 독립언론·정도언론의 정신을 훼손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금도를 넘어선 금 사장의 전횡을 직시해야 한다"고 심 회장에게 충고했다.
| | ▲ 파업 5개월째를 넘긴 <시사저널> 노조원들이 28일 서울문화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오마이뉴스 홍성식 | |
| | ▲ 파업기자 23명이 노조에 위임한 사직서. | | ⓒ 오마이뉴스 홍성식 | |
"23명 사표는 새로운 시작 알리는 출사표"
이날 <시사저널> 노동조합 명의로 발표된 '심상기 회장은 언론인이기를 끝내 포기하려는가'라는 제목의 회견문은 23명 파업기자의 현재 심경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에 적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외부 언론사와 언론단체 및 독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 없다는 회사 측의 태도를 '막가파식'이라고 비판하며, 심상기 회장이 "존경받는 언론사주로 남을 것인지, 언론의 사명과 정도를 저버린 언론 장사꾼으로 전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회사가 보여준 사태 인식 수준과 대응을 볼 때 '더 이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해온 <시사저널>의 창간정신을 지켜내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며 샐러리맨에겐 극약일 수밖에 없는 사직서까지 노조에 위임하고 배수진을 친 <시사저널> 파업기자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시사저널>의 '막내' 신호철 기자는 "사표를 쓴다는 건 실존을 거는 행위다, 우리들의 사표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사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심상기 회장에게 넘어갔다. 심 회장이 기자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주목된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