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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트럭에 붙여진 창의적시위실천단의 대자보
뻥튀기 트럭에 붙여진 창의적시위실천단의 대자보 ⓒ 장일호
"안녕하세요! 저희는 창의적시위실천단입니다. 7월 1일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뻥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무료로 뻥튀기를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30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뻥튀기 트럭에 붙어있는 대자보에는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2년만 있으면 정규직 된다고?', '이런 거 다~뻥이야' 등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하나 둘 모아졌다.

자신들을 '창의적시위실천단'이라고 밝힌 이들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제2회 포럼에서 의기투합한 대학생들. 이 포럼은 "당신의 미래에 파업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4월부터 두 달 동안 진행됐다.

특히 5월에는 참가자들이 학내비정규직실태조사, 연대매체만들기, 영상프로젝트, '집회도 축제다' 등으로 나뉘어 포럼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30일 저녁 시위는 '집회도 축제다'팀의 프로그램 중 하나.

표박미라(24), 호종훈(27), 곽윤석(27), 김석(20) 4명으로 구성된 시위실천단은 학교도, 전공분야도 다르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공감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집회 시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즐거운 집회문화를 만드는 일, 축제 같은 집회가 되도록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시위의 '컨셉'을 잡고, 장소와 뻥튀기 아저씨를 섭외하는 모든 일은 실천단의 몫이었다.

표박미라씨는 "다른 사람 의식하지 말고 우리끼리라도 즐겁게 놀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곽윤석씨도 "즐기는 게 이기는 것"이라며 "준비하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도 즐겁다"고 전했다. 시위 장소를 홍대로 정한 것도 자유롭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갔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도 있고, 뻥튀기만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사람은 왜 주는지 알고 먹겠다며 이유를 묻기도 했다. 뻥튀기를 듬뿍 담아주며 "비정규직 보호법이 뻥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시위를 한다"고 설명하는 호종훈씨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뻥튀기를 튀기는 미니트럭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사람들에게 좋은 피사체가 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실천단에 참석한 윤성재(20)씨는 "발상이 참 독특하고 재밌다"며 "사회적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니 신선했다"고 말했다.

시위실천단은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쌀 15kg 분량의 뻥튀기를 튀기고 나눠줬다. 뻥튀기 트럭을 대여한 주인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나쁘다는 것을 뻥튀기로도 알릴 수 있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창조적시위실천단. 왼쪽부터 곽윤석, 표박미라, 호종훈, 김석씨
창조적시위실천단. 왼쪽부터 곽윤석, 표박미라, 호종훈, 김석씨 ⓒ 장일호

"다음엔 랩송으로 시위를 해볼까요?"

현장에서 만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류한승(35) 편집부장은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규율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정되는 법인만큼 비정규직을 어떤 테두리로 설정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편집부장은 "이번에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은 2년 이상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의무만 주어졌을 뿐, 2년 이내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다른 고용형태로 전환 했을 때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을 실제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확산과 주기적인 해고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위실천단 표박미라씨도 현행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보호라는 말 자체가 우습다"며 "비정규직은 보호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노동3권 보장 등 권리를 보장함으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위해 기꺼이 뻥튀기트럭을 빌려준 주인아저씨.
시위를 위해 기꺼이 뻥튀기트럭을 빌려준 주인아저씨. ⓒ 장일호
저녁 9시 '뻥튀기 시위'를 정리하는 이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시위실천단 김석씨는 "아쉬움보다는 준비하는 과정과 시위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며 연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창조적시위실천단의 '즐거운 시위'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호종훈씨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 1일쯤 다시 시위를 해보자고 팀원들과 얘기했다"며 "처음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다음엔 부족한 점을 보강해 더 즐거운 시위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엔 랩송을 만들어서 불러 볼까봐요"라고 말하며 웃는 곽윤석씨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 의견에 환호하는 그들의 건강한 웃음이 무엇보다 값있어 보였다. 세상을 향한 대학생들의 즐거운 '대안찾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비정규직#창조적시위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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