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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공개강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공개강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년 전 젊은이들은 조국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20대 대다수는 어느 것과도 싸우려하지 않는다. 이를 젊은 세대의 '평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투쟁해야 할 문제들이 없을 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권력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다수의 이익으로 포장하고 관철시킨다. 사람들은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를 둘러싼 권력의 문제들을 '회피'함으로써,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들을 쉽게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사람들의 연대가 단절되면서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

스스로는 '자의'에 의한 '무관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명백한 '타의'로부터 발생된 '소외'의 문제이다. 정당한 권리에 대한 요구가 스스로에 의해 포기되는 2007년의 대한민국. 20대 80의 사회에서 10대 90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부분 90의 범주 안에 속하는 젊은이들은 10의 권력이 가진 문제를 꿰뚫어보려 하기보다, 그 10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주저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 사회로 던져지는 '노동자' 중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뉴스를 접해도, 스스로는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10의 범주 안에 속하지 못하면 이내 본인의 무능함을 탓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분배의 문제는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조리함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본능적인 저항감 대신, '부러움'을 학습한 젊은이들은 10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고 속이는 권력의 과도한 희망의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학습할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내던져진다. 고시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준비하는 백수, 혹은 비정규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 대해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기꺼이 던져야 할 것이다.

10:90의 사회에 던져질 예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여 파업하라

노동자의 권리와 투쟁에 대해 배우는 포럼참가 학생들
노동자의 권리와 투쟁에 대해 배우는 포럼참가 학생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여기,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할 수 있는 포럼이 시작되고 있다. 모두가 '노동자'가 되지만, 그 '노동자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젊은이들을 위한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는 학생 프로젝트, 제 2회 비정규노동센터포럼'이 '당신의 미래에 파업하라'는 주제로 4월 9일부터 6월 1일까지 총 8주간 진행된다. (제1회 비정규 노동센터 포럼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는 가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포럼은 총 다섯 개의 강의와 토론(공개강의 포함) 및 1박 2일 수련회와 '직접행동 프로젝트'로 구성되어있다. 참가비는 교재와 수련회비 등이 포함된 수강료가 1만원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아름다운가게'의 후원으로 진행되면서 강의료가 저렴하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공개강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시원시원한 인사로 시작됐다. 우리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파업에 대한 시각차, KTX여승무원과 대기업, 한미FTA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약1시간 30분 동안 거침없이 이어졌다.

삶으로서의 노동을 들려준 그녀의 강의에 강의실에 모인 약 40명의 사람들은 울고 웃으며 깊은 공감으로 화답했다.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앉아 있는 순서대로 조를 구성하여 약 10분정도 강의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으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노동자 연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청중의 질문이 있었다. 김진숙씨는 '작은 일'부터, '삶으로부터의 연대'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학내에 있는 다양한 비정규직에 대해 알아보는 일, 그들의 노동시간과 급여가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관심의 영역을 권태와 무관심에서 삶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또 삶과 운동을 통일되게 하기 위해 사회과학 공부를 조직할 것을 주문했다. 문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자기논리를 갖게 되고, 타인을 설득할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정규직 세계를 본다

포럼 포스터. 미래에 파업하라
포럼 포스터. 미래에 파업하라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날의 강의는 공개강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공식 포럼은 16일부터 진행된다. 비정규직에 대한 막연함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연대함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유한다. 학생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어 있지만, 참가자의 소속 및 나이는 상관없다. 매주 월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되며, 5호선 서대문역 1번 출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4월 강의는 ▲16일 =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의 '20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28일-29일(1박2일 수련회) = 이수정, 조제희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의 '비정규노동과 노동법' 강의가 진행된다.

5월에는 직접행동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첫 번째 '대학생, 학내 비정규직을 만나다 - 권리찿기 프로젝트', 두 번째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 - 비정규 연대매체 만들기', 세 번째, '카메라, 현장을 말하다 - 비정규직 독립영상 프로젝트', 네 번째 '노동, 아는 만큼 즐겁다 - 아르바이트 노동인권교재 만들다', 다섯 번째 '집회도 축제다! - 비정규 문화기획 프로젝트'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6월 1일 졸업식에는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의 '절망을 쏘아올리면 희망이 된다'라는 제목의 초청특강이 진행된다.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는 가을을 보내고'
1회 포럼참가자 류하경씨의 참가기

▲ 대우센터농성장을 방문한 포럼참가 학생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다음은 지난해 1회 포럼에 참가했던 류하경씨(비정규포럼 기획단 연세대 3학년)가 '비정규노동자를 만나는 가을을 보내고'라는 제목으로 쓴 참가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비정규센터에서 주최한 대학생 포럼 "비정규노동자를 만나는 가을"에 참여했던 학생입니다. 작년 9월말에 제대하자마자 바삐 복학을 하여 수업을 듣던 중 알고 지내던 동아리 친구에게서 포럼에 대하여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설문지를 들고 있길래 냉큼 읽어보았더니, 학교 안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처우와 인권에 대한 문항들이었습니다. 그 설문지를 가지고 건물마다 아주머니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직접 대화하면서 옮겨 적은 내용은 적이 당황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의 한 달 월급이 우리가 쓰는 용돈과 한 달 하숙비보다도 적다는 것이 먼저였고, 휴가는 물론이거니와, 성과급, 기본적인 산재 보험 등의 혜택이 부재하다는 것 또한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포럼에서 열었던 강연회도 내용이 알차고 재밌었습니다. 특히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강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끈질기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소한의 인간성을 담보해달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권력집단은 지금도 얼마나 잔인하게 묵살하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지금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인 그의 소탈함과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진실 된 얼굴표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실천투쟁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는데, 서울역 맞은편 대우센터에서 수십 년 일하시다가 하루아침에 해고의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덩치가 아주머니들 두 배는 되는 용역깡패들이 제 부모 뻘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내팽개치고 욕지거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누구라도 "이건 아니잖아~" 할 텐데, 집회하는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서있던 경찰들 중 누구 하나도 무력한 노동자들에 대한 깡패들의 폭력을 통제하려는 이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깡패들이 노동자들을 쫓아낼 수 있도록 지지했다는 쪽이 맞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당한 일들과 마주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소를 몇 십 마리는 팔아야 겨우 졸업할 수 있는 이 대학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있을 한국 비정규센터 대학생 포럼에도 아무쪼록 많은 청년학생들이 참가하여 우리의 미래로 다가올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에 일조할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문의:02)312-1632, club.cyworld.com/run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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